– 리스티요 시깃 전 경찰청장·경찰 수뇌부 구속 직후 군 총사령관 명의 전보 문건 유출
– 함정·기동차량 총동원해 4단계 전개 계획… 해군본부·해병대 등 20,980명 비상대기
– 인도네시아군 총사령부 “영토 보전 위한 통상적 대비태세” 진화 나섰으나 파문 확산
【자카르타=한인포스트】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Listyo Sigit Prabowo) 전 인도네시아 경찰청장이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현 대통령을 겨냥한 불법 도청 의혹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공식 입건·구금된 직후, 인도네시아 해군(TNI AL) 정예 병력 약 2만 1,000명이 자카르타 수도권(DKI Jakarta)에 긴급 배치된다는 군 내부 기밀 문건이 유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가 치안을 담당하는 최고위 경찰 간부들이 국가원수 도청 혐의로 구속되는 등 초유의 사태 속에서 정예 군 병력의 대규모 수도권 집결 정황까지 드러나자, 인도네시아 정가와 외국인 사회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4단계 걸쳐 함정·육상 기동… 2만 980명 동원 계획 드러나
논란의 발단은 자카르타 수도권 일대의 특별 경비 강화를 골자로 한 인도네시아군(TNI) 내부 문서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시작됐다.
11월 4일자 CNN인도네시아 등 주요언론에 따르면, 해당 병력 동원 계획은 지난 2026년 11월 2일 자로 전격 발령된 아구스 수비얀토(Agus Subiyanto) 인도네시아군 총사령관의 공식 전보 지시(공문번호: STR/96/2026)에 명시돼 있다.

해당 공문은 해군참모총장(Kasal)을 비롯해 해군참모차장, 함대사령관, 해병대사령관, 해양수로조사원장, 군 총사령부 작전참모 등 해군 및 군 합동 지휘부 최상위 라인을 수신처로 지정했다. 문서에는 자카르타 관내뿐 아니라 외곽 기지에 주둔한 해군 산하 각급 부대의 단계적 기동 및 비상대기 계획이 구체적으로 적시됐다.
언론에 보도된 자료를 요약하면 문건에 명시된 총동원 병력은 총 20,980명에 달하며, 정세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총 4단계에 걸쳐 치밀하게 전개되도록 설계됐다.
- 1단계(2,100명): 즉각 투입
자카르타 관할 해병대와 제1함대사령부, 제3해군지역사령부(Kodaeral III), 해상수송사령부(Kolinlamil) 병력 2,100명이 자카르타 군관구사령부(Kodam Jaya)의 작전통제지원(BKO) 체계로 긴급 배속돼 수도권 주요 거점의 경비 강화 임무를 개시했다. - 2단계(3,500명): 해상 기동 전개
제2함대사령부, 제5해군지역사령부, 제2해병보병여단(Pasmar 2), 제2해상수송전대 등 외곽 주둔 부대 3,500명이 투입된다. 이들은 11월 3일과 4일 양일간 대형 상륙함인 KRI 마카사르함과 병원선 KRI 드르 수하르소함 등 대형 함정을 이용해 자카르타 인근 항만으로 해상 이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 3단계(2,240명): 육상 긴급 이동
제2함대사령부와 제2해병보병여단 잔여 전력을 비롯해 해군항공사령부, 해군사관학교(AAL), 해군교육훈련사령부(Kodiklatal) 병력 2,240명이 군용 버스와 트럭을 이용해 육로로 자카르타를 향해 이동 배치된다. - 4단계(13,140명): 전략적 비상대기
칠랑캅(Cilangkap) 해군본부 소속 4,430명과 자카르타 관할 해병대 4,410명을 주축으로, 함대사령부·해군군사경찰사령부·민토하르조 해군병원·해군지휘참모대학 등 수도권 내 가용한 해군 지원 전력 13,140명이 부대 내 집결 상태에서 최종 기동 명령을 기다리는 최고 수준의 대비 태세를 유지한다.
전 단계가 실행될 경우 약 2만 1,000명에 달하는 대규모 해상·육상 전력이 자카르타 전역을 포위하듯 전개되는 셈이다.
군 총사령부 “영토 보전 위한 정상적 대비태세”… 도청 수사 연관성은 회피
대규모 병력 이동 계획이 알려지자 야당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경찰 수뇌부 입건에 따른 군·경 간 갈등 비화 가능성’ 혹은 ‘정치적 격변에 대비한 계엄 조치의 전조가 아니냐’는 의혹이 급속히 번졌다.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인도네시아군 총사령부는 4일 공식 입장을 내고 사태 진화에 나섰다.
무하마드 나스(Muhammad Nas) 군 공보실장(소장)은 국영 안타라(Antara)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군은 국가 전역을 보호하고 인도네시아 공화국 단일국가(NKRI)의 영토 보전을 수호하기 위해 항시 만반의 대비태세를 유지해야 한다”며 “현행 법령에 의거한 임무 수행을 위한 병력 배치는 통상적인 조치에 해당한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군 당국은 통상적 훈련이나 경계 임무라는 해명과 달리, 2만 명이 넘는 해군 병력이 왜 육상인 수도 자카르타로 집중 배치되어야 하는지, 이들의 구체적인 작전 목표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전혀 설명하지 못했다. 나스 소장은 실질적으로 자카르타에 진입한 병력 규모나 육·공군 등 타 군종의 추가 동원 여부에 대해서도 함구했다.
특히 이번 병력 배치가 리스티요 시깃 전 청장의 입건에 따른 경찰 내부 동요 차단용인지, 혹은 구속 사태 이후 촉발될 수 있는 대규모 소요 사태에 대한 선제적 무력 시위인지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일절 답변을 거부해 의구심을 키우고 있다.
‘대통령 도청’ 리스티요 시깃 전 경찰청장 전격 구금… 메가톤급 후폭풍
한편, 군 병력 배치의 도화선이 된 ‘대통령 불법 도청 스캔들’ 수사는 경찰 최고 지휘부를 정조준하며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인도네시아 경찰청 형사국(Bareskrim Polri)은 전날인 3일, 프라보워 대통령과 국가 핵심 안보라인 인사들의 유선 통신망을 불법 도청한 혐의로 전 경찰청장이자 직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리스티요 시깃 프라보워를 전격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본청 구치소에 수감했다.
아셉 사프루딘(Asep Safrudin) 경찰청 형사국장(치안정감)은 3일 공식 브리핑을 통해 리스티요 시깃 전 청장을 비롯해 범행에 적극 가담한 아흐리 손타 나수티온(ASN) 경찰청 법무국장(치안감), 에코 하디 산토소(EH) 고등경찰지휘참모학교 제1수석 치안교관(치안감) 등 현역 치안감 2명을 구속 수감했다고 발표했다.
수사 당국은 이들에게 인도네시아 형법(KUHP) 제258조, 제332조 제1항 및 제2항(직무유기 및 국가안보 침해), 전자정보거래법(UU ITE) 제32조 제1항(정보통신망 침해 및 불법 감청)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아울러 경찰청 내부 통신·정보 기술을 총괄했던 슬라멧 울리안디(SU) 치안감 역시 이번 도청 장비 조달 및 감청망 구축에 관여했는지 여부를 규명하기 위해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돼 강도 높은 조사를 받고 있다.
국가원수의 일거수일투족을 불법 감청한 혐의로 전직 치안총수가 현직 장성들과 함께 경찰 유치장에 갇히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건이 벌어진 가운데, 군 당국의 대규모 무력 이동 보도까지 겹치면서 인도네시아 거주 외국인들은 불안감을 멈출 수 없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번역부,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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