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분석] 인도네시아 소비자 64% “사회 문제에 참여하는 브랜드 선택할 것”… 착한 소비, 글로벌 대세로

최근 YouGov는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사회 문제 참여 여부를 구매 결정의 주요 기준이라고 발표. 2025.11.5

YouGov 글로벌 설문조사,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 구매 결정의 핵심 변수로 부상했음을 시사
환경 보호, 인권 등 가치 소비 중시하는 경향 뚜렷… 브랜드 생존 전략의 패러다임 전환 요구돼

(자카르타=한인포스트) 바야흐로 ‘가치 소비’의 시대가 도래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제품의 기능이나 가격만을 따져 지갑을 열지 않는다.

자신이 지지하는 브랜드가 어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공동체의 문제 해결에 얼마나 진정성 있게 참여하는지를 구매 결정의 핵심 잣대로 삼기 시작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아시아의 신흥 경제 대국인 인도네시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 글로벌 기업들의 마케팅 및 경영 전략에 중대한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여론조사 기관 YouGov가 발표한 ‘2024 글로벌 브랜드 가치 인식’ 보고서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소비자 10명 중 6명 이상(64%)이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거나 기여하는 브랜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조사가 진행된 전 세계 28개국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로, 인도네시아 시장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이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 생존 조건이 되었음을 명확히 보여준다.

이번 조사는 2024년 한 해 동안 28개국 소비자 3,500명 이상을 대상으로 브랜드 가치, 평판, 그리고 충성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설계되었다.

조사 결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치가 전 세계적으로 크게 높아졌으며, 이는 브랜드에 대한 긍정적 또는 부정적 인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 인도네시아, ‘착한 브랜드’ 선호도 세계 최고 수준… 아시아 시장의 변화 주도

보고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부분은 인도네시아 시장의 역동적인 변화다. 인도네시아 응답자의 64%가 사회 문제에 기여하는 브랜드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선호한다고 밝힌 것은, 2억 7천만 명에 달하는 거대 인구를 가진 이 시장의 잠재력과 특수성을 동시에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급격한 경제 성장과 함께 시민 의식이 성숙하면서, 소비자들이 기업을 단순한 이윤 추구 집단이 아닌 사회 발전에 함께 기여해야 할 파트너로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한다.

이러한 경향은 다른 주요 국가에서도 일관되게 나타났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인 독일에서는 응답자의 54%가 ‘사회 문제에 기여하는 브랜드가 좋은 평판을 얻는다’는 데 동의했으며, 남유럽의 스페인 역시 51%가 유사한 답변을 내놓았다.

중동의 경제 허브인 아랍에미리트(48%)와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44%)에서도 절반에 가까운 소비자들이 브랜드의 사회적 행보를 유심히 살피고 구매 결정에 반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가치 소비’가 특정 문화권을 넘어선 보편적인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 잡았음을 방증한다.

◆ 단순 기부 넘어 ‘진정성’이 관건… 소비자는 기업의 철학을 본다

오늘날의 소비자들은 기업을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으로 바라본다. 따라서 이들은 자신이 소비하는 브랜드가 환경 보호, 인권 증진, 지역사회 발전, 공정 무역 등 다양한 사회적 이슈에 대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를 면밀히 관찰한다. 일회성 기부나 보여주기식 캠페인만으로는 더 이상 현명한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기 어렵다는 의미다.

한 글로벌 마케팅 전문가는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과거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활동이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부가적인 선택 사항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브랜드의 존폐를 결정하는 핵심 전략으로 그 위상이 격상되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특히 SNS를 통해 기업의 모든 활동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평가받는 현대 사회에서, 사회 문제에 대한 진정성 있는 참여와 일관된 메시지는 소비자와의 신뢰를 구축하고 강력한 브랜드 충성도를 형성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환경오염을 유발하거나 노동 착취 문제가 불거진 기업의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사례는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반면,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고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등 ‘착한 경영’을 실천하는 브랜드는 소비자들의 자발적인 지지와 홍보를 통해 ‘팬덤’을 형성하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 국내 기업, 글로벌 시장 공략 위한 CSR 전략 재정비 시급

이번 YouGov의 설문조사는 K-브랜드의 글로벌 확장을 노리는 국내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특히 아세안(ASEAN) 시장의 교두보인 인도네시아에서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소비 성향이 뚜렷하게 확인된 만큼, 현지 시장 공략을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진정성 있는 CSR 전략 수립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단순히 제품을 수출하는 것을 넘어, 현지 지역사회가 당면한 환경, 교육, 보건 등의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 현지인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 비로소 한국 기업은 신뢰받는 글로벌 브랜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기업의 이윤 추구와 사회적 책임 실현이 더 이상 상충하는 가치가 아닌, 상호 보완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부응하기 위한 기업들의 치열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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