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탄올 수입 개방 후폭풍… “설탕 자급자족 목표까지 위협”

인도네시아 주정 및 에탄올 생산자 협회(Apsendo) 회장단

인도네시아 정부, 에탄올 수입 규제 완화… 관련 업계 강력 반발
“당밀 재고 누적으로 제당 공장 가동 중단 위기, 투자 심리도 위축”

인도네시아 정부의 에탄올 수입 자유화 정책이 국내 제당 산업 생태계 전반을 위협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시행된 ‘2025년 제16호 무역부 장관령’으로 인해 저가의 수입 에탄올이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에탄올 생산업계는 물론 설탕 자급자족을 위한 국영 제당 공장의 가동마저 중단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인도네시아 주정 및 에탄올 생산자 협회(Apsendo)는 지난 27일 남부 자카르타에서 열린 ‘국가 설탕 생태계 세미나’에서 해당 정책의 즉각적인 재검토를 촉구했다.

압센도 이즈미르타 라흐만 회장은 “에탄올 수입 통제 실패는 단순히 에탄올 산업의 붕괴를 넘어, 국가 설탕 자급자족 목표 실패로 직결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문제의 핵심은 사탕수수 제분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인 ‘당밀(molasses)’ 처리 문제다. 당밀은 에탄올의 핵심 원료로, 연간 국내 총생산량 120만~160만 톤 중 약 40%(66만 톤)가 국내 에탄올 산업에서 소비되어 왔다. 그러나 수입산 에탄올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국내 에탄올 공장들이 원료인 당밀 구매를 전면 중단하게 되었다.

이즈미르타 회장은 “기존 제품보다 20% 이상 저렴한 수입 에탄올과의 가격 경쟁을 감당할 수 없다는 불안감에 업계가 당밀 매입을 중단했다”며, “이로 인해 제당 공장의 당밀 저장 탱크는 빠르게 차오르고 있다”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실제로 당밀 소비가 막히면서 제당 공장 내 재고가 쌓여 가격 폭락으로 이어졌다. 지난해 리터당 3,000루피아에 거래되던 당밀 가격은 현재 3분의 1 수준인 1,000루피아까지 곤두박질쳤다. 설상가상으로 태국, 필리핀 등 주요 수출국의 수요 감소로 수출길마저 막힌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당밀 재고 누적이 제당 공장의 가동 중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대부분의 제당 설비는 당밀 저장 탱크와 직접 연결되어 있어, 탱크가 가득 차면 사탕수수 제분 공정 자체가 멈추게 된다. 이는 정부가 추진하는 설탕 자급자족 정책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할 수 있다.

이번 정책은 신규 투자에도 찬물을 끼얹었다. 국영 석유회사 퍼르타미나(PT Pertamina)는 중부 자바에 대규모 에탄올 공장 건설을 계획했으나, 내수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를 잠정 연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라흐만 회장은 “시장 개방으로 사업성이 불투명해지자 모든 잠재 투자자들이 계획을 보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에 압센도는 ▲내수시장 의무공급(DMO) 또는 수출세 부과를 통한 당밀 수출 제한 ▲바이오에탄올 혼합 프로그램(E5)의 조속한 시행 등을 정부에 대안으로 제시했다. 이를 통해 국내 에탄올 시장을 안정시키고 생산자에게 예측 가능성을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라흐만 회장은 “일부 업체는 이미 생산량을 줄이거나 에탄올 수입업으로의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며, “이대로 방치하면 국내 에탄올 산업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고 무역상들에게 시장을 내주게 될 것”이라고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거듭 촉구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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