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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보워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의 실업률을 달성했다고 발표했으나, 노동계와 경제 전문가들은 대규모 해고 사태와 고용의 질 악화를 근거로 “현실과 동떨어진 통계”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투자의 고용 창출 효과 감소, 동남아 주요국 대비 높은 실업률 등 구체적인 지표들이 제시되면서 정부 발표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8월 15일,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국정 연설을 통해 중앙통계청(BPS) 자료를 인용하며 국가 경제의 긍정적 지표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대통령은 “인도네시아의 공식 실업률(TPT)이 4.76%를 기록,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낮은 역사적 수준에 도달했다”고 선언하며 현 정부의 경제 정책 성과를 부각했다.
그러나 정부의 장밋빛 발표가 끝나기 무섭게 노동계와 경제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박이 터져 나왔다.
이들은 정부가 발표한 단편적인 실업률 수치 이면에 가려진 고용 시장의 심각한 위기를 지적하며, 통계가 현실을 왜곡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노동계 “제조업서만 100만 명 해고…통계는 허상”
정부 발표에 가장 먼저 제동을 건 것은 노동계였다. 인도네시아 노동조합총연맹(KSPN)의 리스타디 총재는 대통령의 발언이 성급하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직격했다.
그는 “대통령이 인용한 통계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2025년 1~2월의 잠정치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며, “보다 포괄적이고 심도 있는 데이터 분석 없이는 섣부른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신중론을 펼쳤다.
리스타디 총재는 특히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용 한파가 통계 수치와 극명한 괴리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는 8월 19일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4년 8월부터 2025년 2월까지 단 6개월간 제조업 부문에서만 약 100만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고 폭로했다.
같은 기간 약 50만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겨났음을 감안하더라도, 제조업 단일 부문에서만 4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순감소한 셈이다.
그는 “이 수치마저 빙산의 일각일 뿐, 실제 해고 규모는 제대로 집계조차 되지 않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실업자들이 일부 비공식 부문으로 흡수되었을 가능성은 있지만, 이들 일자리는 고용 안정성과 소득 수준이 매우 열악하여 ‘질 좋은 일자리’로 볼 수 없다”고 평가했다.
리스타디 총재는 정부를 향해 실업 및 해고와 관련된 상세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현실에 기반한 고용 대책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전문가들 “고용의 질적 지표 악화…’속 빈 강정'”
경제 전문가들 역시 정부의 낙관론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경제법률연구센터(CELIOS)의 비마 유디스티라 사무총장은 “단순 실업률 하락이라는 숫자 뒤에 숨겨진 고용의 질적 지표들을 함께 들여다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늘어나는 해고 건수와 급격히 하락하는 투자의 고용 창출 효과를 보면 현재 고용 시장은 ‘속 빈 강정’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실제 노동부 공식 자료는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한다. 2025년 상반기 공식 집계된 해고 노동자 수는 42,38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무려 32.19%나 급증했다.
더 큰 문제는 막대한 투자가 더 이상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CELIOS 분석에 따르면, 2015년에는 1조 루피아(약 840억 원) 투자당 약 2,5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되었으나, 2025년 상반기에는 그 수치가 절반 수준인 1,300개로 급감했다.
이는 자본 집약적 산업 위주로 투자가 재편되면서 고용 없는 성장이 고착화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마 사무총장은 “2024년 기준으로 인도네시아 전체 노동자의 절반이 넘는 약 1억 9백만 명이 여전히 지역 최저임금(UMR)조차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며, “정부는 취업자 수라는 양적 지표에 만족할 것이 아니라,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정책에 집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역대 최저’ 무색한 국제 비교…동남아 주요국 중 최고 수준
한편, 정부가 자랑하는 ‘역대 최저’ 실업률은 국제 무대에서는 초라한 성적표에 불과하다. 국제 경제 데이터 분석 기관 ‘트레이딩 이코노믹스’의 2025년 3월 자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실업률(4.76%)은 필리핀(3.7%), 말레이시아(3%), 베트남(2.24%), 태국(0.89%) 등 아세안(ASEAN) 주요 경쟁국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높은 수준이다. 이는 인도네시아의 고용 시장 구조가 주변국에 비해 여전히 취약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정부의 낙관적인 발표와 국민이 현장에서 체감하는 고용 불안 사이의 간극이 커지면서, 실업 통계의 신뢰성과 향후 정부 정책의 방향성을 둘러싼 사회적 논쟁은 당분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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