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쇼핑 공세 속 고사 위기 전통시장… 상공회의소, ‘디지털 상생’ 해법 제시

자카르타 상의, 따나 아방 등 현장 방문… “플랫폼 구축” 등 4대 전략 제안
“로하나” 신조어 등장… 급변하는 소비 패턴에 상인들 시름 깊어져

[자카르타=한인포스트] 디지털 대전환의 거센 파고가 오프라인 유통의 심장부인 전통시장을 덮치면서 상인들의 생존이 위협받고 있다.

폭발적으로 성장한 온라인 쇼핑 플랫폼의 공세에 밀려 손님들의 발길이 끊기자,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상공회의소가 위기 극복을 위한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자카르타 상공회의소(Kadin DKI Jakarta)는 지난 8일, 디아나 데위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수도의 대표적인 도매 및 소매 중심지인 따나 아방 시장과 블록 M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했다고 밝혔다.

이번 현장 방문은 온라인 쇼핑으로의 급격한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유례없는 경영난에 봉착한 전통시장 상인들의 고충을 파악하고, 이커머스 시대에 걸맞은 지속 가능한 상생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되었다.

◆ “로잘리, 로하나”… 한숨 속에 번지는 신조어, 위기의 단면

현장에서 만난 상인들은 한목소리로 심각한 매출 감소를 호소했다. 한 의류 상인은 “시장을 찾는 방문객 수는 예전과 비슷하게 보일지 몰라도, 실제 지갑을 여는 손님은 손에 꼽을 정도”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최근 상인들 사이에서는 ‘로잘리(Rojali, Rombongan Jarang Beli)’나 ‘로하나(Rohana, Rombongan Hanya Nanya)’ 같은 씁쓸한 신조어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는 각각 ‘구경만 하고 좀처럼 구매하지 않는 무리’와 ‘질문만 하는 무리’를 뜻하는 말로, 오프라인 매장에서 실물을 확인한 뒤 온라인으로 최저가를 검색해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만연한 현실을 꼬집는 단어다.

이러한 현상은 소비자들이 더 이상 전통시장을 주요 구매 채널로 인식하지 않으며, 단지 상품을 구경하거나 가격을 비교하는 장소로만 여기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온라인 플랫폼이 제공하는 가격 경쟁력과 편리성에 익숙해진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을 외면하면서, 한때 지역 경제의 구심점 역할을 했던 시장 공동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 상공회의소, 4대 전략적 해법 제시… “정부 주도 플랫폼 필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자카르타 상공회의소는 단순한 위로를 넘어,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디아나 데위 회장은 “이번 현장 방문은 위기에 처한 소상공인과 소매업자들의 절박한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기 위한 첫걸음”이라고 강조하며, “수렴된 의견을 바탕으로 자카르타 주의회 및 주정부와 긴밀히 협의하여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상공회의소는 전통시장의 경쟁력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다음의 4가지 핵심 전략을 제시했다.
첫째, 도매 센터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개선이다.

노후화된 시설을 현대화하고 물류 및 접근성을 개선하여 대량 구매를 유도하고, 도매 중심지로서의 본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 상인 대상 맞춤형 교육을 통한 포용적 디지털화 추진이다. 아세안 최대 시장으로 꼽히는 따나 아방의 상인들조차 온라인 판매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디지털 문턱을 낮추기 위한 실질적인 교육과 훈련 프로그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셋째, 전자상거래 기술 적응 훈련 강화이다. 단순히 온라인 판매 방법을 가르치는 것을 넘어, 변화하는 기술 트렌드에 상인들이 신속하게 적응하고 이를 활용해 새로운 사업 기회를 창출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넷째, 수입품과의 공정 경쟁을 위한 국내 제품 보호 강화다. 무분별하게 유입되는 저가 수입품으로부터 국내 중소상공인의 제품을 보호하고, 이들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특히 데위 회장은 “기존 전자상거래 플랫폼의 높은 입점 및 판매 수수료는 소상공인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정부가 직접 관리·운영하는 저비용 전자상거래 플랫폼 구축을 강력히 제안해 주목받았다.

정부 주도 플랫폼을 통해 수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면 더 많은 상인들이 디지털 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 “새로운 매력 요소 창출해야”… 정책적·재정적 지원 병행 촉구

상공회의소는 디지털 전환 지원과 더불어, 상인들의 경영 부담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재정 정책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토지건물세(PBB)의 합리적 조정, 만성적인 주차 문제 해결을 위한 시스템 개선 등 상인 친화적인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나아가 데위 회장은 “소비자들이 온라인의 편리함을 넘어, 직접 시장을 방문해야만 하는 이유를 만들어주어야 한다”며, 전통시장만이 제공할 수 있는 고유한 ‘매력 요소’ 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상품 판매를 넘어 문화, 체험, 커뮤니티가 결합된 복합 공간으로의 변모를 의미한다.

자카르타 주정부와의 협력을 약속한 상공회의소의 이번 행보는 온라인 쇼핑의 거대한 파도 속에서 활로를 찾지 못하고 신음하던 전통시장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와 민간이 협력하여 제시한 ‘디지털 상생’ 모델이 고사 위기에 처한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전통과 혁신이 공존하는 성공적인 사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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