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바람의 몸짓

바람은 어디로 가나
주사위 구르듯 미혹의 거리를
날마다 배회하는 남자여

그대의 몸속에는 변태의 피가 흐르고
남루한 걸인이 되어
신비한 궁전을 맴 도는가!

굳게 닫힌 성문에 서리 꽃이 피면
겨울은 비수처럼 잔인하다
남자는 추위를 견딜 수 없다

깊이를 알 수 없는 욕망의 샘물

사랑은!
토막 난 거머리가 스멀스멀
살아나는 괴물인가!

검은 망토 날리는
변검의 마술사처럼 현란하게
춤을 추다가 무채색의 시간 속으로
쓸쓸히 흘러가는 몸짓일까?

*변검: 얼굴에 쓴 가면을 순식간에 바꾸는 기술

 

시작 노트:

사람의 힘으로 풀어낼 수 없는 사랑의 형상, 이는 보이지 않는 신의 영역이 아닐까? 인간은 근엄한 신전 앞에서 평생을 기웃거리며 신의 눈치를 살피고, 울고 웃는 광대처럼 살아간다. (김준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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