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결핵 발병 세계 2위 오명… 국회, ‘2030 퇴치’ 위해 범국가적 총력 대응 촉구

급증하는 환자 수에 ‘국가적 위기’ 경고등… 인식 부족·진단 불균형·의약품 해외 의존 등 복합적 문제 산적 국회 실무위, 현행 대통령령 전면 재검토 등 강력한 정책 변화 예고

【자카르타=한인포스트】인도네시아가 인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결핵 발병률이 높은 국가라는 불명예를 안게 되면서, 인도네시아 국회가 ‘2030년 결핵 퇴치’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을 위해 범정부 차원의 총력 대응을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과거 세계 5위였던 발병 순위가 2위까지 급상승하자, 보건 시스템의 취약성과 정책적 허점에 대한 비판이 고조되며 국가적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14일 자카르타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결핵 퇴치 가속화 실무위원회 회의’는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공중보건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자리였다.

인도네시아 국회 제9위원회(보건·노동 담당) 니하야툴 와피로 부위원장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관계 부처 공무원, 의료 전문가 단체, 시민사회 대표단이 총출동해 문제 해결을 위한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니하야툴 부위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회견에서 “과거 5위였던 인도네시아의 결핵 발병 순위가 이제 2위까지 치솟았다”며, “이는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며, 현재와 같이 안일하게 대처할 경우 머지않아 세계 1위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강하게 경고했다.

그는 결핵 문제가 더 이상 특정 부처의 과제가 아닌, 국가의 존립과 미래가 걸린 중대한 사안임을 분명히 하며 부처 간 장벽을 허무는 긴밀한 협력을 주문했다.

결핵 확산의 복합적 원인… 인식 부족부터 의료 인프라 격차까지

이날 실무위원회가 분석한 결핵 확산의 주요 원인은 복합적이고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냈다. 첫째, 질병에 대한 국민적 인식 부족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지목됐다.

결핵이 공기를 통해 쉽게 전파되는 높은 전염성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국민적 경각심이 현저히 낮아 조기 발견과 예방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둘째, 조기 진단 시스템의 심각한 지역적 불균형이 문제로 떠올랐다. 타액 검체를 통해 빠르고 정확하게 결핵균을 검출할 수 있는 ‘신속 분자진단 검사(TCM)’ 장비가 수도권 및 대도시에 집중되어 있을 뿐, 전국적으로 고르게 보급되지 않아 진단 지연의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소외·최전방·외곽 지역(3T)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이들 지역에서는 채취한 검체를 대도시의 검사실로 보내는 데만 최대 두 달이 소요되어, 치료의 ‘골든 타임’을 놓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발생하고 있다.

셋째, 치료 과정의 구조적 취약성도 도마 위에 올랐다. 최소 6개월 이상 꾸준한 약물 복용이 필수적인 결핵 치료에 사용되는 핵심 의약품 대부분을 여전히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정세나 공급망 변화에 따라 치료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안정적인 의약품 공급망 확보와 장기적인 생산 자립 기반 마련이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니하야툴 부위원장은 “지역보건소(Puskesmas)가 환자 개개인의 복약 순응도를 철저히 관리·감독하는 것이 치료 성공률을 높이는 핵심 열쇠”라며 일선 보건 시스템의 역할을 강조했다.

이 외에도 폐 전문의 등 전문 의료 인력 부족, 건강한 생활 환경 조성을 위한 국가 정책의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결핵 퇴치, 국가 최우선 과제로 격상해야”… 정책 대전환 예고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한 국회는 정부에 결핵 퇴치를 국가 최우선 과제로 격상하고, 관련 예산을 대폭 증액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단순한 질병 치료를 넘어, 깨끗한 주거 환경과 영양 개선 등 건강한 생활 환경 조성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국가 기본 정책에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무위원회는 향후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국내외 우수 사례를 심층 분석해 실효성 있는 정책 권고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특히 니하야툴 부위원장은 “현장의 실상과 동떨어져 있다는 비판을 받아온 2021년 결핵 대응 대통령령을 전면 재검토해 최종 권고안에 반영하겠다”고 밝혀, 기존의 소극적 대응에서 벗어나 실질적이고 강력한 정책 변화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인도네시아가 ‘결핵 세계 2위’라는 오명을 벗고 ‘2030년 결핵 퇴치’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촉구대로 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모두 참여하는 범국가적이고 총력적인 대응 체계 구축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번 국회 실무위원회의 활동이 인도네시아 결핵 대응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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