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와의 대규모 프로젝트, 왜 LG는 철회를 택했나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배터리 회사인 현대LG인도네시아(HLI) 그린파워 배터리 공장

Ichthus South 11 / 김시온

지난 4월 18일, LG에너지솔루션은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협의 끝에 ‘그랜드 패키지 프로젝트’(이하 GP 프로젝트) 철회를 결정했습니다.

GP 프로젝트는 2022년 4월, LG에너지솔루션, LG화학, LX인터내셔널, 포스코홀딩스 등 국내 기업과 중국 화유가 참여한 컨소시엄이, 급등하는 배터리 원료 가격에 대응하고 배터리 사업 확장을 위해 추진한 사업입니다.

인도네시아는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의 매장량과 채굴량이 세계 1위입니다. 2020년 인도네시아는 니켈의 채굴부터 가공까지 모든 과정을 자국 내에서 처리하도록 니켈 원광 수출을 금지했으며, 이는 LG가 GP 프로젝트를 기획한 주요 배경으로 보입니다.

GP 프로젝트 철회 배경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언급한 전기차 캐즘(Chasm) 현상과,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미국의 관세 정책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예상됩니다.

전기차 캐즘 현상은 신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일시적 수요 둔화를 의미하며, 최근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보급률이 급격히 성장한 후 일시적으로 정체된 현 상황을 반영합니다.

주요 원인으로는 전기차 보조금 축소 및 종료, 부족한 충전 인프라, 소비자들의 고비용·저효율 전기차에 대한 선호 부족, 그리고 배터리 안전성 문제 등이 있습니다.

캐즘 현상 외에도 미국의 관세 역시 GP 프로젝트에 큰 타격을 준 요인으로 꼽힙니다. 인도네시아산 제품에는 32%의 관세가 예고되어 있으며, 이는 말레이시아(24%), 싱가포르(10%)와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입니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대미 수출액은 260억 달러를 넘었고, 수입액은 120억 달러로 큰 무역 흑자를 기록해 미국이 인도네시아에 높은 관세를 부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미국은 협상을 위해 90일의 유예 기간을 두었고, 아일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경제조정장관이 이를 위해 미국을 방문했습니다. 4월 17일 첫 협상이 진행됐으며, 앞으로 60일간 여러 차례 협상이 이어질 예정입니다.

과거에도 인도네시아와 미국 간 수출입 관계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최근 인도네시아에서 아이폰16 판매가 금지된 사례가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자국 제조업 육성을 위해, 자국에서 판매되는 전자기기에 자국산 부품이 40% 이상 포함되어야 한다는 규제를 시행 중이지만, 아이폰16은 이를 충족하지 못했습니다.

이에 애플은 인도네시아에 1억 달러 투자를 약속했으나, 1,000만 달러를 미지급해 인도네시아 정부가 아이폰16 판매를 허가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애플은 1억 달러 추가 투자, 신규 연구소 설립, 생산 시설 구축을 제안했으나 거절당했습니다.

오랜 협상 끝에 애플은 미지급 투자금 1,000만 달러를 지급하고, 1억 5,000만 달러 추가 투자를 제안해 지난 4월 11일 아이폰16이 인도네시아에서 공식 출시되었습니다.

이 기종에는 인도네시아산 부품이 40% 이상 포함되어 분쟁이 마무리됐습니다.

인도네시아는 전 세계적인 전기차 불황과 관세 전쟁 등 복합적인 이유로 GP 프로젝트라는 아시아 대기업들의 초대형 투자 계획이 취소되며 아쉬움을 남기게 됐습니다.

다만, 이미 진행 중인 기존 사업들은 계속 유지될 예정입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완공된 동남아 최대 배터리 회사인 현대LG인도네시아(HLI) 그린파워 배터리 공장이 있습니다.

인도네시아는 대규모 투자를 놓쳤지만, 이미 완공된 HLI 그린파워를 바탕으로 동남아 EV 산업의 중심지로 성장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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