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전쟁 일단 中 집중… 인도네시아, 맞춤형협상 준비시간 확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서명.2025. 사진 미백악관

상호관세 발효 13시간만에 급반전…中맞불·美내부우려 등 감안한듯
韓 대선후인 7월초까지 상호관세 유예…향후 한미간 협상 속도 주목
‘건곤일척’ 미중 2차 무역전쟁…’치킨게임’ 끝낼 대화 개시 여부에 촉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9일(현지시간) 또한번의 중대 반전을 맞이했다.

중국에 대한 관세는 125%로 높이고 그외 한국과 인도네시아를 포함한 다른 나라에 대해서는 향후 90일간 10%의 ‘기본관세’만을 적용하겠다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관세 관련 최신 입장이다.

한국에 25%, 인도네시아에 32%를 적용하는 등 57개 무역파트너(56개국+27개 회원국을 가진 유럽연합)에 적용키로 한 ‘상호관세’가 발효된 지 13시간 만에 이뤄진 대반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부터 거의 모든 나라에 10%의 기본관세(보편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2단계로 9일 오전 0시1분(미 동부시간)을 기해 나라별 상호관세를 발효했는데, 나흘 전 기본관세 부과 시점으로 잠정(90일간) 회귀하겠다는 것이다.

5일 이전에 결정된 철강·알루미늄·자동차 등에 대한 품목별 관세(25%)는 그대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결정은 중국의 ‘저항’과 미국의 증시 상황 등 국내적 요인을 고려한 ‘전술적 후퇴’로 보인다.

중국은 당초 34%로 책정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에 같은 세율의 ‘맞불 관세’로 대응했고, 미국이 8일 84%(트럼프 정부 출범 후 총 104%)로 올리자 역시 같은 수준에서 맞대응한다고 발표했다.

결국 미국의 증시가 요동치고, 전 세계를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관세 전쟁에 대한 미국 국내적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전쟁의 전선을 중국으로 좁히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각국과의 상호관세율을 둘러싼 협상에 걸릴 시간을 감안해 상호관세의 90일 유예를 결정했다고 했지만, 그보다는 ‘중국 변수’와 미국 내부 상황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대폭 인하한다는 방침이고 수입품도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미국측에 전달했다.

하지만 미국측은 여러가지 수입제한 규정을 삭제하라고 강경하게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오는 6월3일 대선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한다는 점에서 일단 새 대통령 하에서 전열을 정비한 채 대미 관세 협상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다만 이미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 체제하에서 한미간 협상을 사실상 시작한 상황에서 미국은 한국의 정치적 시간표와 관계없이 속전속결로 한국의 ‘양보’를 받아 내려 할 수 있기에 한미간 협상은 한국이 원하는 속도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도 있다.

세계의 관심은 미중 간의 자존심을 건 제2차 무역전쟁의 향배에 쏠리고 있다.

중국에 화력을 집중하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과, 작심하고 대응에 나선 듯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모두 쉽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양국간 무역전쟁 장기화는 두 나라의 ‘무력 충돌’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온 양국 경제의 상호의존성을 침식하며, 세계 1, 2위 경제대국의 디커플링(decoupling·공급망 등 분리)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에 우려를 키운다.

중국의 대미 수출이 고율 관세로 차단되면 한국으로선 미국 시장에 대한 경쟁력 면에서 상대적인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지만 미국 시장으로 가지 못한 중국 제품들이 세계 다른 시장을 저가로 공략할 경우 한국 기업들은 상당한 타격을 감수해야 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일단 시 주석이 9일 연설에서 “주변국과 운명 공동체를 구축”하겠다며 관세로 동병상련 신세가 된 다른 나라들을 규합하는 전략을 세운 듯한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 우군이 붙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그외 다른 나라를 분리한 채 관세전쟁의 전선을 당분간 중국으로 좁힌 것은 중국의 미국 포위 전략을 무력화하는 동시에 역으로 중국 포위전략으로 국면을 전환하려는 시도로 읽혔다.

배선트 재무장관이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무역 전쟁의 구도를 ‘전 세계 대 중국’으로 가져가느냐는 질문에 “난 무역 전쟁이라고 부르지 않지만, 중국이 확전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이 매우 용감하게 대응했다”면서 “우리는 교역 파트너들과 함께 해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이를 뒷받침했다.

미중간 대화의 테이블이 언제 차려질지도 주목되는 대목이다.

지난 1월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미중간 고위급 소통 채널이 아직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국은 각자 큰 위험을 감수하는 ‘치킨게임’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물밑에서는 두 정상이 체면을 손상하지 않은 채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기 위한 모색이 이뤄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트럼프 집권 1기 때 미중 양국은 1차 무역전쟁을 치른 바 있다.

2018년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무더기로 관세를 부과하며 무역전쟁에 시동을 걸었고, 결국 양국이 서로 관세와 보복관세를 주고받다 2020년 초 1단계 무역 합의라는 미봉책에 합의했었다.

코로나19 팬데믹 와중에 합의 이행이 흐지부지되긴 했지만 미국은 중국에 대해 폭넓은 관세 예외를 적용하고, 중국은 미국산 제품 2천억 달러 상당을 구입하는 ‘거래’에 양측이 합의했다.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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