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사·시장, 지방 의회에서 뽑자”…’민주주의 훼손’ 논쟁 촉발
프라보워 수비안토 인도네시아 대통령이 너무 큰 비용이 든다며 지방 선거를 없애자고 제안해 논란이 되고 있다.
13일 자카르타 글로브 등에 따르면 프라보워 대통령은 전날 서자바주 보고르에서 열린 골카르당 창당 6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비용 절감을 위해 주지사와 시장 등 지방 정부 대표를 주민 직접 선거가 아닌 지방 의회에서 임명하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했다.
인도네시아는 대통령과 부통령, 상·하원 의원, 지방의회 의원 등을 뽑는 총선과, 주지사와 시장 군수를 뽑는 지방선거 두 종류의 전국 단위 선거를 운영한다.
올해 2월 선거에서 프라보워 대통령을 비롯해 상·하원 의원 등이 뽑혔고, 지난달에는 지방선거를 치렀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현 시스템에서는 1∼2일간 진행되는 투표를 위해 국가 예산과 정치인들의 돈 수백조 루피아(수십조원)가 사용된다”며 말레이시아나 싱가포르처럼 지방 의원들이 지방 정부 수장을 뽑게 되면 많은 선거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렇게 아낀 자금을 아동 급식이나 학교 개보수, 농민을 위한 관개 시스템 구축 등 더 시급한 곳에 분배할 수 있다며 “이런 조치가 공공복지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언론은 그의 발언이 민주주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논쟁과 우려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많은 정치학자는 프라보워 대통령이 32년간 인도네시아를 철권 통치한 수하르토 전 대통령의 전 사위였으며 수하르토 정부에서 일했고, 과거에도 민주주의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해왔다며 그가 권력을 어떻게 사용할지 우려스럽다고 말해왔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수하르토 정부에서 특수부대 사령관으로 복무하며 파푸아와 동티모르 등에서 반정부 세력을 강경 진압하고, 민주화 운동가들을 납치했다는 의혹을 받아 왔다.
이에 로이터 통신은 선거를 없애자는 프라보워 대통령의 발언이 독재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한다고 보도했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