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의 수도 자카르타가 아시아태평양 지역 주요 도시 중 인터넷 속도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디지털 경제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디지털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픈시그널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아태지역 인터넷 속도 보고서’에 따르면, 자카르타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26.4Mbps로 조사 대상 15개 도시 중 13위에 그쳤다. 이는 1위 서울(168.1Mbps)의 6분의 1 수준이며, 이웃 국가인 싱가포르(80.5Mbps)와 비교해도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서울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가장 빠른 인터넷 다운로드 속도를 보유한 도시로 확인됐다.
2024년 7월부터 9월까지 진행된 조사에서 서울의 평균 다운로드 속도는 168.1Mbps(메가비트/초)를 기록했다. 이는 2위 시드니(89.8Mbps)의 약 1.9배에 달하는 수치다.
오픈시그널은 “서울의 우수한 성능은 한국의 선제적인 5G 기술 도입에 기인한다”며 “현재 서울의 모바일 통신 중 50% 이상이 5G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서울은 시내버스 공공 와이파이까지 5G 네트워크가 광범위하게 구축되어 있어, 시민들이 이동 중에도 초고속 인터넷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주목할 만한 격차
서울(1위) vs 자카르타(13위): 141.7Mbps 차이
싱가포르(3위) vs 자카르타: 54.1Mbps 차이
쿠알라룸푸르(5위) vs 자카르타: 41.8Mbps 차이
현지 IT 전문가 라흐마트 위보워는 “자카르타의 느린 인터넷 속도는 도시 경쟁력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있다”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증한 디지털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 자카르타 디지털 인프라의 문제점
광케이블 네트워크 부족
높은 인터넷 이용 요금
통신사 간 경쟁 부족
도심 지역 집중 현상
인도네시아 정부는 2025년까지 디지털 경제 규모를 1,460억 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현재의 인터넷 인프라로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자카르타의 낮은 인터넷 속도는 단순한 기술적 문제를 넘어 도시의 미래 성장 잠재력을 제약하는 심각한 문제다. 특히 스타트업의 메카로 부상하고 있는 자카르타에서 느린 인터넷 속도는 디지털 혁신을 가로막는 큰 장애물이 되고 있다.
지난주 방문한 자카르타 남부의 한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만난 현지 스타트업 대표 아디 수산토는 “화상회의나 대용량 파일 전송이 일상적인 업무인데, 느린 인터넷 때문에 업무 효율이 크게 떨어진다”며 “글로벌 투자자들과의 미팅에서도 불안정한 인터넷 연결이 전문성을 의심받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고 토로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최근 5G 네트워크 확대와 디지털 인프라 개선을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2025년까지 자카르타를 포함한 주요 도시의 인터넷 속도를 현재의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정부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민간 통신사들의 적극적인 투자와 해외 기술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특히 한국, 일본 등 디지털 선진국과의 기술 협력을 통한 인프라 개선이 시급한 과제로 꼽힌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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