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페어 전문가 대담] 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학의 현재와 미래는?

대담 : 신영덕 교수, 이브누 교수

인도네시아 한국문화원은 지난 9월 6일 인도네시아 북페어의 메인 스테이지에서 국립인도네시아교육대학 Universitas Pendidikan Indonesia 한국어학과에 재직중인 신영덕 교수와 국립인도네시아대학교 인문과 대학 Ibnu 교수(Fakultas Ilmu Pengetahuan Budaya UI)를 초청하여 공개 토론회를 가졌다.‘한국과 인도네시아 문학의 현재와 미래’라는 주제 토론에서 두 교수는 “두 나라 다 식민지배라는 민족적 아픔을 경험하면서 민족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이것이 문학이 현대문학적 요소를 포함하면서 현대로 들어서는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고 전했다.(통역 : 오영숙씨)

– 한국과 인도네시아에 현대문학의 출발점은 어느 시점으로 보는가?

이브누 교수 : 그 동안에는 1908년에 네덜란드 식민 정부에 의해 세워진 국립 출판사 발라이 뿌스따까 (Balai Pustaka)에 의해 활발한 출판 활동이 이루어지면서 인도네시아 문학이 현대 문학으로 들어서는 기점이 되었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발라이 뿌스따까가 세워지기 전에도 인도네시아의 작가들이 충분히 현대 문학적인 요소를 내포한 작품 활동을 활발히 했었기 때문에 인도네시아 현대문학의 기점은 식민정부에 의해 세워진 발라이 뿌스따까보다 더 이른 19세기 후반쯤으로 잡아야 한다고 본다.

신영덕 교수 : 한국의 경우에도 19세기 후반부터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과 강점이 이루어지면서 민족의식이 싹트고 외국과의 접촉점이 이루어지면서 현대문학의 시기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두 나라 다 식민지배라는 민족적 아픔을 경험하면서 민족과 나라에 대한 사랑이 깊어지고 이것이 문학이 현대문학적 요소를 포함하면서 현대로 들어서는 기폭제 역할을 하였다고 할 수 있다.

– 양국의 현대 문학의 흐름은 어떠한가?

이브누 교수 : 1998년 수하르또 정권이 무너지면서 인도네시아의 문학은 역동적인 변화를 경험하게 되었는데, 특히 주제면에서 그 동안은 금기시되었던 여성의 성 문제라든가, 1965년 PKI(공산당 반란)사건, 또는 동성애 같은 민감한 주제들을 문학의 소재로 다루는 작가들도 상당수 등장하게 되었다.
또한 문학의 형식면에서도 딱딱한 형식간의 울타리를 벗어버리고 형식의 자유를 추구하는 모험, 그리고 인도네시아어에 대한 새로운 자각들이 이루어지면서 문학이 활짝 꽃피는 계기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신영덕 교수 : 한국의 경우 일제 강점기에는 민족의식의 고취, 식민지배의 아픔 등이 문학의 주제로 많이 다루어졌지만 일제의 문화 탄압으로 인해 그런 주제를 피해 고향, 자연, 인간 등을 다루는 순수문학 부분으로도 문학은 표출되었다.
해방 후 이데롤로기나 민족 분단과 같은 문제들이 많은 문인들의 관심있는 주제가 되기는 했으나 역시 정권의 탄압으로 인해 그런 주제들을 자유롭게 문학으로 표출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다.
60년대에는 근대화, 도시화, 그리고 이로 인해 파생된 문제들이 문학의 주제가 되었고 70년대에는 산업화에 의한 농촌 붕괴, 노동자 문제, 그리고 분단현실의 아픔 등이 문학의 주제가 되었다. 80년대에는 금기시 되었던 이념 문제, 분단문제, 노동자 문제, 민주화 운동 등이 문학의 주제가 되었고 90년대에는 소련과 동구권의 해체로 인해 이념 문제보다는 개인의 사생활 및 심리를 다룬 작품, 그리고 포스트 모더니즘의 영향을 받은 작품들이 많이 발표되었다.

– 양국 문학의 문제점 및 발전방향은?

이브누 교수 : 사천만이 넘는 인구를 가진 한국에서는 한 권의 책이 200만부 이상 팔리기도 하는데 2억 5천이 넘는 인구를 가진 인도네시아에서는 아직까지 100만부 이상 팔린 책이 하나도 없다.
인도네시아 국민들의 낮은 도서 구매력은 인도네시아 문학 발전의 장애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문학을 하는 사람들이 문학 활동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는 현실이 어느 나라나 다 마찬가지이기는 하지만, 독서에 대한 인식이 아직도 낮은 편인 인도네시아에서는 더 큰 장애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신영덕 교수 : 요 근래 들어 표절은 문학이 극복해야 할 하나의 과제가 되고 있다. 표절하고서도 표절을 인정하지도, 사과하지도 않는 비양심적인 작가의 태도, 그리고 이러한 작가를 옹호하는 듯한 글을 쓰는 비평가와 출판사 등은 한국문학의 미래를 어둡게 하고 있는 요소들이다.

독자층의 감소는 출판계나 문학계 모두에, 더 나아가 이 시대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다각도에서 해결방안을 서로 모색해보는 것이 필요하지만, 가장 먼저는 작가들이 단시간에 하나의 작품으로 승부를 보려는 급한 마음보다는 깊이 있는 작품을 쓰고자 하는 마음으로 그런 작품을 탄생시키기까지 필요한 산고의 아픔을 기꺼이 감당해내고자 하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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