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관광객과 무자격가이드

(2015년 2월 2일)

18만명 vs. 8명. 18만명은 2013년에 한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숫자이다. 8명이라는 숫자는 2013년에 대한민국에서 인도네시아어 관광통역안내원(이하 가이드) 자격증 소지자의 숫자이다.

따라서 2013년에는 산술적으로 8명의 인도네시아어 가이드가 18만명의 인도네시아 방한객들에게 안내서비스를 제공했다는 말이 된다. 분신술을 쓰지 않는 이상, 단 1초도 잠자지 않고 쉬지도 않고 먹지도 않고 일만 해도 절대 불가능하다.

2014년도엔 인도네시아어 가이드 숫자가 14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2014년에 대한민국을 방문한 인도네시아인들의 숫자는 208,329명이었다.

산술적으로 14명의 인도네시아어 가이드가 약 21만 명의 인도네시아 방한객들에게 안내서비스를 제공하는 셈인데, 과연 이걸 가능하다고 볼 사람이 얼마나 될까?

그래서 여행사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불법가이드를 사용한다. 불법이라고 해서 어마 어마한 범죄행위를 저지르는 것은 아니다. 인도네시아어가 유창하지만 관광가이드 자격증을 소지하지 않은 한국인을 가이드로 사용하는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인도네시아에서 어학연수를 했거나 살다고 온 사람들로 인도네시아어가 유창하다. 하지만 자격증이 없기 때문에 엄연히 불법이다. 그래서 여행사들은 적발당한다. 여행사들도 유자격 가이드를 고용하고 싶지만 몇 명 되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합법적으로만 단체관광객들을 가이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불법가이드를 사용하다 처음 적발되면 시정명령, 2차 적발 시에는 15일 영업정지 또는 벌금, 3차 적발 시에는 30일 영업정지 또는 벌금, 4차 적발시에는 영업취소로 알고 있다. 여행사 문을 닫아야 할 판이다. 배가 아프면 진단을 하고 약을 처방해야 하는데, 여행사가 죽어 나자빠지던 말던 일단 배부터 가르고 보는 식이다.

왜 이렇게 인도네시아어 가이드가 적을까? 관광통역안내원 시험은 1년에 1회 시행된다. 특수 언어는 정기시험 이외에도 특별시험을 치르고는 있지만, 횟수를 대폭 늘려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험과목도 무척 어렵다. 필기시험에 해당 외국어 시험만 있는 게 아니다. 국사, 관광자원해설, 관광법규, 관광학개론 등을 달달 외워야 한다.

국사를 제외하고는 관광현장에서 가이드로 활동하면서 별로 유용하지 않는 지식들을 달달 암기해야 하는 것이다. 누가 이런 시험에 응시를 할까? 특수외국어 전공자들조차 시험 치기를 꺼려하는 이유이다.

대안으로 가이드 자격증 발급을 가이드가 부족한 특수외국어에 한해 자격시험에서 당분간 소양교육으로 바꿀 것을 제안한다. 해당 외국어 시험은 오히려 강화해 나가되,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소양부분은 3~6개월의 교육을 통해 해결해 주는 것이다.

소양교육은 공공성을 감안 관광공사와 같은 공공기관이 맡으면 될 것이다. 관광객을 유치하라고 여행사들을 독려할 때는 언제고, 관광객을 데리고 들어오면 여행사를 적발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외국인 관광객 유치는 첫 단추가 수용태세 개선에 있다.
한국관광공사 자카르타지사장 오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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