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영화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팬데믹으로 추락
영화계의 자구, 정부의 정책지원 등으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다시 부활의 날개를 달다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던 영화시장, 그러나 팬데믹으로 급격한 침체 직면
인도네시아는 2016년 외국인 투자금지 산업에서 영화산업을 지정해제하며 외국 자본에 대한 영화시장을 개방한 이후 괄목할 성장세를 보여주었다. 특히 2억7000만 명의 인구를 바탕으로 아시아의 손꼽히는 규모의 영화 시장으로 등륵할 것이라 많은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인도네시아영화협회(BPI)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인도네시아 영화 관람객 수는 매년 연평균 20% 이상의 성장세를 보여주며 2018년 연 관람객 수 5000만 명을 돌파했다. 또한 2012년 기준 145개 영화관, 609개 스크린에 불과하던 영화관 규모는 2018년 기준 전국에 343개의 영화관, 1756개의 스크린으로 성장했으며 2020년에는 517개 영화관 2145개의 스크린으로 급속도로 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도 팬데믹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2020년 코로나19의 확산이 시작됨에 따라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는 강력한 사회적거리두기(PPKM) 정책을 실시해 극장들은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어려웠고 인도네시아아 영화제작사들도 개봉 예정이던 작품들의 상영일자를 대부분 미뤘고 촬영 중이던 영화의 제작도 무기한 중단되었다. 특히 2020년에는 인도네시아에서 제작된 영화 편수가 전년대비 절반에도 못 미치는 56편까지 감소했으며, 개봉된 대부분의 영화들도 상영관을 찾지 못하거나 관객 부족으로 조기 상영 종료를 택했다.
영화인들은 스스로 자구책 마련하고, OTT 플랫폼으로 전향
팬데믹으로 인한 최악의 침체기를 겪은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생존을 위해 영화인들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모색했다. 영화 감독, 배우 및 영화 협단체를 중심으로 2021년 4월부터 ‘극장으로 돌아가자’ 캠페인을 실시했다.
극장이 인구 밀접도가 높고 공기 순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폐쇄적 공간이라는 인식으로 감염병 노출에 취약하기에 사람들이 영화관을 가기 꺼려진다는 인식을 불식시키기 위해 영화관에서는 정부지침에 따른 CHSE(Cleanliness, Health, Safety, Environmental Sustainability)를 철저하게 지키는 안전한 공간이라는 내용을 적극 홍보했다.
또한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촬영일마다 스태프 전원이 코로나 검사를 받아야 했고 확진자 발생 시 촬영 전체가 중단되고 대규모 인원이 격리를 해야됐기에 영화 제작을 위한 비용과 시간이 이전에 비해 훨씬 많이 소요되었다. 이에 배우들은 자신들이 받는 출연료를 삭감, 무료 홍보행사 추진 등의 솔선수범을 보여 가라앉았던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을 다시 일으켜 세우고자 했다.
다수의 영화제작사들은 기존 스크린 상영을 타깃으로 영화를 제작하였으나 코로나19로 정상적인 오프라인 영화관 상영이 어려워지자 발빠르게 OTT 플랫폼으로 눈길을 돌렸다. 한국영화진흥회 KOFIC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에서 2021년 개봉한 영화는 106편으로 이 중 36%만이 오프라인 스크린에서 개봉했으며 나머지 64%는 OTT 플랫폼에서 선공개 되었다. 물론 대형 OTT 플랫폼들의 경우 비싼 수수료 요구, 저렴한 가격에 저작권 구매, OTT 플랫폼의 광고 수익 독점 등으로 일반 오프라인 상영관에서 상영할 때보다 단기간 영화제작사에게 들어오는 수익은 적을 수 있다.
그러나 내수에서만 인기가 있었던 인도네시아 영화들을 전 세계 관람객과 연결하는 좋은 가교 역할을 OTT 플랫폼들이 해주었고 이는 2021년 토론토 국제영화제에서 인도네시아 영화 Yuni가 Platform Prize를, 2021년 르카르노 국제영화제에서 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그리움도 복수처럼 갚아줘야 하는 것)이 국제 황금표범상을 수상하는 등 인도네시아의 좋은 영화들이 세계로부터 인정받는 계기를 마련해주기도 했다.
인도네시아 동부자바의 애니메이션 영화제작사 Lokanima의 마케팅 매니저 F씨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특정 OTT 플랫폼들의 경우, 자사 플랫폼을 위해 제작되는 영화들을 위해 제작비 지원을 받는 경우가 많으며 마케팅을 위해 제작사에서 소비해야되는 광고 비용 등이 적기에 팬데믹 기간 동안 힘들었던 영화 제작사들이 OTT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다고 보았다.
<2021년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인도네시아 영화들>
(좌: Yuni(유니) / 우: Seperti Dendam rindu harus dibayar tuntas
(그리움도 복수처럼 갚아줘야 하는 것)) [자료: Netflix]
정부에서도 정책적 지원을 통해 영화산업 살리기에 적극 동참
인도네시아 정부에서도 영화산업이 가지는 경제적 파급효과 및 고부가가치를 인식함에 따라 자국 문화 콘텐츠를 중장기적으로 육성한다는 기조를 가지고 대통령이 직접 주도하고 관광창조경제부가 뒷받침하여 영화산업 부흥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시행했다. 우선 인도네시아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직접 2021년 11월 열린 인도네시아 영화제(FFI 2021)에 직접 여러 장관들 대동하고 참석하며 영화산업 재건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었다. 또한 정부에서는 2021년 5000억 루피아(약 474억 원) 규모의 영화 부양예산을 배정하여, 소비자들이 영화티켓 한 장을 사면 한 장을 더 주는 프로모션 진행, 디지털 영화 시사회 개최, 국내 영세 영화관 및 영화제작사 대상 보조금 지급 등을 실시하여 코로나로 떠나갔던 영화 관람객들을 다시 불러 모으고 팬데믹 기간 동안 발생한 영업손실을 일부 보전해주기 위해 노력했다. 또 기존 복잡하고 까다로웠던 영화 촬영허가를 간소화하였으며 영화, 드라마 등의 제작현장은 사회적활동 제한조치(PPKM)의 예외로 허용하며 장기화된 거리두기 상황 속에서도 영화제작을 계속 진행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강화했다.
산업계와 정부의 노력으로 다시 부활하는 인도네시아 영화 산업
산업계 종사자들의 노력과 인도네시아 정부의 정책적 지원으로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은 다시 성장세가 살아나고 있다. Euromonitor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 규모는 전년대비 7% 성장해 2억7400만 달러 규모에 이르렀고 아시아 지역에서 전체 시장 규모의 2.6%를 차지하며, 7번째로 큰 규모의 시장을 가지게 되었다. 이러한 성장속도는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인도네시아를 중국 다음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영화산업을 가진 국가로 만들며, 2026년에는 영화산업 규모가 3억500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 종사하는 기업 수는 2022년 기준 5500개를 넘어섰으며, 영화산업의 2022년 전년대비 영업이익 또한 19% 성장했다.
<인도네시아 영화산업 규모 성장추이>
(단위: 좌- US$ 백만 / 우- 전년대비 성장률)
자료: Euromonitor]
<2021년 아시아 국가들의 영화산업 규모 비교>
(단위: US$ 백만)
[자료: Euromonitor]
인도네시아 영화소비 트랜드
인도네시아 영화 미디어사 Film Indonesia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의 주요 영화 소비층은 20~34세의 청년층이며, 이들이 전체 소비의 51%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10~19세의 청소년층이 33%를 차지했다.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많이 소비되는 영화 장르는 드라마로 2010년대 전체 상영영화 중 46%를 차지했고 그다음은 호러가 31%, 코미디가 16%로 그 뒤를 이었다.
<2010년대 인도네시아 상영영화 중 장르별 비중>
[자료: Flim Indonesia]
인도네시아 박스오피스에서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영화는 인도네시아에서 2019년에 개봉한 <어벤져스:엔드게임>으로 3515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2위는 최근에 개봉한 인도네시아 호러스릴러 <크큰(KKN di Desa Penari)>이 2600만 달러 수익을 거두었고 3위는 2021년의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으로 2574만 달러의 수익을 얻었다. 4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5위 <닥터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6위 <캡틴 마블> 등으로 인도네시아인들의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확인 할 수 있다.
인도네시아 영화소비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 OTT 시장이다. 팬데믹 이후 극장에서 오프라인으로 영화 감상이 어려워지자 인도네시아 영화 소비자들은 집에서도 간편하게 영화를 즐길 수 있는 OTT 서비스를 찾게 되었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토종 OTT들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자국 TV 드라마를 녹화방송 송출하거나 생방송 스포츠 경기 등을 실시간 방영하는 RCTI+(MAU 2010만 명), Vidio(MAU 1910만 명), Vison+(MAU 1200만 명) 등이 인도네시아 OTT 시장점유율 1~3위를 기록 중이다.
인도네시아에서 한국 영화는?
인도네시아에서 한류는 제2의 전성기라고 불릴 만큼 남녀노소 모든 연령층에서 한국 문화콘텐츠를 소비하고 있으나 인도네시아 오프라인 영화관에서 선방했던 K-영화를 찾기는 쉽지 않다. CGV 인도네시아에 따르면 21년 기준 CGV 인도네시아를 통해 상영된 한국 영화 중에서 십만 관객을 돌파한 한국 영화는 <더 박스>가 유일했으며, 개봉한 대부분의 영화들이 5000명 이상의 관객을 유치하지 못했다. 이러한 부진에는 언어적 제약, 감정선의 다름, 아직까지는 인도네시아인들에게 생소한 한국 배우들 등의 복합적 요인이 작용할 것이다.
그러나 OTT시장에서 K-영화의 위상은 사뭇 다르다. Bisnis Indonesia의 조사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OTT시장에서 소비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영화콘텐츠 1위는 한국, 2위는 미국, 3위는 인도네시아 등의 순서였으며, ‘22년 9월 기준 넷플릭스 인도네시아 Top10 콘텐츠 10개 중에서 8개가 한국 드라마나 영화였다.
시사점
인도네시아의 영화산업은 코로나19 이전의 영광을 되찾기 위해 부활에 시동을 거는 중이다. 인구 2억7000만 명의 거대 잠재 소비자를 지녔으며, 국가에서 영화산업을 집중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여전히 소득대비 높은 영화티켓 비용 등으로 오프라인 박스오피스 방문을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가 많으며 언어적 장벽, 문화·종교적 차이이 등으로 인해 해외 문화콘텐츠를 즐기기 어려운 인도네시아 소비자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 현지에서 한류에 대한 바람이 다시 한번 불어오며 한국 문화콘텐츠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도 최고치를 달리고 있으며, 한국 영화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K-영화를 리메이크해 영화화하려는 인도네시아 영화감독 및 제작사들의 시도도 계속되고 있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욱 기대되는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이기에 한국 기업들의 이름을 인도네시아 영화산업에서 더 자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자료: 인도네시아 관광창조경제부, 인도네시아 영화협회, film Indonesia, Euromonitor, Nielsen, boxofficemojo, ISCI , 한국영화진흥협회, KOTRA 수라바야 무역관 자료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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