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고아’ 세계적으로 750만 명 추정

코로나19 대유행(팬데믹)으로 부모 중 어느 한쪽을 잃은 아이들이 세계적으로 1050만 명가량 되며 그중 750만 명은 고아가 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의학협회학술지(JAMA) 소아과》에 발표된 다국적 연구진의 논문을 토대로 과학전문지 《네이처》가 1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이다.

이번 연구는 세 번째 추정치인데 종전에 비해 극적으로 증가했다. 첫 번째 추정치는 팬데믹 기간 첫 14개월 동안 부모 중 한 명 또는 보호자를 잃은 18세 미만이 150만 명이 된다는 것이었다. 두 번째 추정치는 1년 뒤 해당 기간을 6개월 늘여 재조사한 것으로 520만 명이었다.

이번 추정치는 세계보건기구(WHO), 미국 워싱턴대 보건측정·평가연구소(IHME),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초과사망 데이터와 출산율 통계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다. 초과사망은 실제 발생한 모든 사망자와 정상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 사망자 사이의 차이를 말한다.

WHO는 올해 5월 2020~21년 2년간 코로나19로 사망한 전 세계 인구가 1490만 명으로 세계 각국 정부가 발표한 수치를 합산한 542만 명 보다 3배나 많다고 발표했다. IHME는 그 숫자를 1800만 명가량으로, 이코노미스트는 15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연구진은 이 중에서 가장 보수적인 WHO의 통계를 토대로 새로운 모델을 구축했다. 그 결과 올해 5월까지 팬데믹으로 인해 750만 명의 어린이가 고아가 됐고 1050만 명의 어린이는 부모 또는 보호자 중 1명 이상을 상실했다는 추정치가 나왔다. 특히 인도, 인도네시아, 이집트가 가장 큰 피해를 입었고, 지역별로는 아프리카와 동남아시아의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를 주도한 영국 옥스퍼드대의 수잔 힐리스 박사(역학)는 이러한 수치가 팬데믹 이전에 이미 고아 상태에 있던 어린이 1억 4000만 명을 제외한 것이라며 “이 아이들에게는 무엇이 부모를 죽였느냐가 아니라 부모님이 죽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부모나 보호자의 상실은 아이들에게 평생 가게 될 수도 있는 상처를 남긴다. 그로 인해 정신건강 문제, 학대, 만성 질환을 경험할 위험이 높아진다.

힐리스 박사는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자녀에 대한 수십 년간의 연구결과 그들의 회복을 돕는 가속기가 3가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적 지원, 경제적 지원, 그리고 남아 있는 부모나 보호자에 대한 지원이다. 그는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아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빨리 확인하고 이러한 지원을 신속하게 제공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코로나19로 고아가 된 아이에 대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약속한 나라는 미국과 페루 2개국에 불과하다. 힐리스 박사는 이번 연구가 전 세계의 더 많은 정책 입안자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의 마이클 굿맨 교수(응용사회역학)는 “‘코로나 고아’ 문제가 정책 이슈가 수 있도록 꾸준히 데이터를 업데이트해 준 연구진에 감사를 표한다”면서 고아가 된 아이들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아이들을 부양할 능력의 상실을 경험한 어른들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사람 중 5분의 1은 롱 코비드를 겪고 있다. 굿맨 교수는 이로 인해 최대 400만 명의 성인이 직장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면서 “그로 인해 믿을 수 없는 손실을 겪게 될 어린이와 청소년에 대한 배려와 지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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