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은준 / JIKS 12
지난 르바란의 휴가를 나는 교내 학술대회에 낼 짧은 소논문을 쓰느라 몽땅 써버리고 말았다. 다른 친구들은 멋진 곳에 가서 아름다운 사진을 찍어 보내며 즐거워하는 시간에 나는 낑낑거리며 컴퓨터 앞에 앉아 생전 처음 써보는 리포트식 소논문을 써 내려가느라 얼마나 애를 써야 했는지 정말 우울해지는 시간이었다.
교내 학술대회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주제로 참여할까 고민하다가 평소에 ‘미디어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관심이 많았던 나는 선생님과 토의 후 ‘먹방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과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주제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 과정은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그 과정에 나름대로 깨달은 것이 많아 짧게나마 나눠보고 싶다.
요즘 핫한 먹방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 그 영향력도 갈수록 늘어가고 있는데 나는 그 먹방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끼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무엇이고 긍정적인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부정적인 영향을 긍정적으로 바꿀 방안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한 번쯤 생각해 보고 싶었다.
평소 미디어가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도 끼치지만 좋지 않은 영향도 많이 끼치기에 어떻게 하면 부정적인 영향을 긍정적으로 바꾸어 갈 수 있는지에 나는 관심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먹방 콘텐츠의 사회적 영향에 대해 다룬 공신력 있는 대학 논문을 인터넷에서 3편 찾아 자세히 읽어보았고 또 내 주위의 사람 60명(학생부터 50대까지)에게 설문조사를 통해 먹방 콘텐츠의 긍정적인 영향과 부정적인 영향을 질문해 보았고 설문지응답에 나온 부정적인 영향을 긍정적인 영향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도 물어보았는데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사람들은 현재 많이 알려진 먹방을 보면서 이 먹방이 처음에는 많은 양을 빠르게 먹어대는 먹방 유튜버들의 모습을 보면서 거부감을 느끼기도 하고 뒷광고료를 받고 특정 음식에 대한 과도한 광고로 인해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을 흐리게 하는 등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음을 많이들 인정하였다. 그런데 이런 부정적인 영향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인 영향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는 의견이 더 많았는데 그 긍정적인 의견의 근거가 내 눈길을 끌었다.
조사한 선행논문에서도 요즘은 1인 가구 젊은 세대가 급증하고 있어 혼자 밥 먹기의 횟수도 늘고 있는데 혼밥 시 느끼는 소외감이나 고독감을 먹방을 보면서 어느 정도 정서적으로 해소가 될 수 있다는 글이 있었다. 그런데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먹방 유튜버와의 가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심리적 만족감과 위로를 느낄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는 오프라인상에서의 만남을 통해서만 충족될 수 있을 것 같은 심리적인 유대감을 먹방 콘텐츠를 시청하면서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이것은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감을 해소시키는데 적게 나마 일조한다는 의미이다.
이렇게 먹방 콘텐츠를 통한 가상공간에서의 만남도 대면 만남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서적인 충족감을 어느 정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이 참 신기하기도 했다. 또 하나 주목할 것은 먹방은 단순히 1인 유튜버의 흥미로운 영상 제작에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시작된 하나의 문화현상이 되어 외국 사람들도 한국인의 먹방을 보고 이를 모방하여 방송을 하는데 그들이 먹고 소개하는 음식들이 국내 먹방에서 소개한 떡볶이, 잡채, 라면 등 한국 음식이 많아 먹방 콘텐츠를 통해서 한식을 외국인에게 자연스럽게 소개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먹방 컨텐츠가 한국문화를 알리는 하나의 매체가 되어 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50대의 설문 응답자는 요즘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음식점의 음식을 먹방 유튜버들이 소개할 때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맛과 가격과 질에서 뛰어난 음식들의 홍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 불황 속에 있는 음식점들이 다시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거라고 의견을 제시했다.
나는 이런 연구조사를 통해 우리가 무심히 보는 먹방 콘텐츠를 비롯하여 미디어 콘텐츠의 역할이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참 중요함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다. 이렇게 단순히 재미로만 보는 먹방 콘텐츠도 잘 제작되면 개인에게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 국가적으로 참 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실감하며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이 깨달음은 앞으로 대학에서 양질의 미디어 콘텐츠 제작 방법에 대해 공부하고 싶다는 마음을 더 강하게 만들었다.
약 A4 10장이나 되는 장문의 과제를 하던 시간이 르바란 휴가를 몽땅 날린 듯한 우울한 시간 같았지만 이 연구조사를 통해 내가 몰랐던 먹방 콘텐츠에 대한 새로운 사실들을 깨닫고 내 꿈을 다시 한번 정확히 세울 수 있게 해주었다고 생각하니 고달팠던 과정조차 좋은 추억이 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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