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만 2천5백억원 이상 투자…엠텍, 부깔라팍, 해피프레시 등
네이버가 글로벌 시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모양새다. 최근 웹툰·웹소설 등 글로벌 콘텐츠 지식재산권(IP)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네이버가 북미와 일본에 이어 동남아 지역 공략을 위한 거점화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인도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정보통신(IT)기업과 협력 전선을 구축해 온 네이버가 최근 인도네시아 재계 순위 2위인 살림그룹의 미디어 계열사인 엠텍과 약 1600억 원 규모의 투자에 나선다. 네이버는 이번 투자로 엠텍의 지분 1~2%가량을 보유하게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로서 동남아 지역 콘텐츠 시장 선점을 통해 다양한 플랫폼 사업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위한 사전 단계로 해석된다.
네이버는 미래에셋과 ‘미래에셋-네이버 아시아크로스 펀드’를 통해 동남아 지역 기업에 직간접적 투자를 통해 지배력을 넒혀가고 있다. 지난 2018년 네이버는 말레이시아 모빌리티 기업인 ‘그랩’에 1억5000만 달러(한화 1600억 원) 투자를 시작으로 지난해에는 인도네시아 이커머스 ‘부깔리파락’과 ‘해피프레시’에 각각 5000만 달러, 2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2019년에는 인도 최대 온라인 식품판매 서비스업체인 빅바스켓에 600억 원에 이르는 투자를 진행했다. 빅바스켓은 지난 2017년 중국 거대 기업인 알리바바가 투자하면서 관심을 모은 기업이다. 이어 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디지털 콘텐츠를 유통·공급하고 있는 팝스월드와이드에 3000만달러, 싱가포르 이커머스 ‘캐러셀’에도 8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네이버는 지난달에도 인도의 음식배달업계 2위인 조마토에 1억5000만 달러(약 1600억원)투자를 단행하는 등 공격적 투자 행보를 이어왔다. 네이버가 동남아지역에 직간접적으로 쏟아부은 투자규모는 약 1조5000억 원가량으로 추정되고 있다. 동남아는 2025년이면 중산층만 2억 명에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인 만큼 글로벌 플랫폼들의 격전장이 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네이버는 아시아를 넘어 북미와 유럽, 남미 등에서도 자체 플랫폼을 구축해 콘텐츠 등 빅테크 사업을 확장시켜왔다. 네이버는 지난 1월 ‘왓패드’를 약 6억 달러(6500억)에 품으며 북미 투자 행보에 나섰다. 왓패드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약 9000만명의 사용자를 거느린 글로벌 1위 웹소설 플랫폼으로, ‘스토리텔링계의 유튜브’라고 불린다.
네이버는 왓패드 인수로 1억6000만명의 사용자를 가진 글로벌 최대 콘텐츠 플랫폼 기업으로 올라서게 됐다.
네이버는 지난달 한국 웹툰을 번역해 영미·유럽권에 선보이는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의 운영사인 콘텐츠퍼스트에 334억을 투자하기도 했다. 지난 2019년 스페인어와 프랑스어를 선보여 유럽 시장에 본격 진출한 네이버웹툰은 독일어 서비스 출시하는 등 유럽 시장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가 콘텐츠 IP선점에 공격적으로 나서는 데는 웹툰·웹소설·영화 등을 통한 현지민들과의 동질감 형성과 접점을 늘리는 동시에 네이버 브랜드의 충성도 확보, 또한 네이버 사업에 대한 거부감 상쇄와 진입 장벽까지 낮출 수 있어서다. 네이버는 지난 2월에는 스페인 최대 리셀 커머스 기업 왈라팝에 투자했다. 왈라팝은 스페인 중고거래 시장의 63%를 차지하며 ‘스페인의 당근마켓’으로 불린다. 네이버의 이커머스 사업과의 접점이 커 향후 사업 협력 가능성도 높다.
네이버의 글로벌 공략의 전략적 요충지는 일본이다. 네이버 라인과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 간 경영통합을 완료하고 Z홀딩스를 출범시키며 사실상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첫 발을 뗐다. 네이버는 이번 경영통합을 계기로 그동안 축적한 다양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을 일본 뿐만 아니라 여타 국가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Z홀딩스 그룹은 향후 5년간 5000억엔 규모의 투자를 진행, 글로벌 시장에서 약 5000명의 AI분야 엔지니어를 증원할 계획이다. 또한 라인의 주요 해외 시장인 대만, 태국, 인도네시아에서 쌓은 노하우를 일본 시장에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지난달 2일 네이버는 온라인 기자간담회인 밋업데이를 열어 Z홀딩스를 일본뿐 아니라 동남아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간담회에서 “국내에서 중소상공인의 창업을 도왔던 스마트스토어를 통해 국내 기업이 일본과 동남아로 확대하는 가능성을 품고 있다”며 “네이버 플랫폼이 글로벌 전 지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