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받는 데 최소 2개월은 걸릴 줄 알았는데, IBK인도네시아은행에선 2주 만에 이뤄져 놀랐다.” 기자가 IBK인도네시아은행을 방문했을 때 이 곳을 통해 기업대출을 받은 현지 회사는 신속한 대출 업무 처리에 큰 만족감을 나타냈다. 국내에선 빠른 대출 진행이 일반적이지만, 인니에선 대출 심사에 필요한 서류제출부터 기업 신용등급 평가까지 기준이 제각각이다 보니 고객의 ‘기다림’은 당연한 일처럼 여겨지고 있기 때문이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은 대출 심사 절차를 간소화한 ‘원스톱 대출 상담•진행’ 서비스를 제공해 이 같은 불편함을 최소화했다. 특히 대출이 시급한 기업고객들은 높은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IBK인도네시아은행 권성민 부장은 “인니 현지은행에선 실제 대출이 이뤄지기까지 평균 2~3개월이 걸린다”면서 “신용평가 등 정형화된 자료가 없다 보니 심사가 오래 걸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그는 “당행에선 필요한 서류를 정형화한 뒤 고객이 한 번에 제출하도록 해 번거로움을 최소화했고, 원스톱 심사를 통해 대출 심사 속도를 높였다”고 말했다.
■ 올해 부쿠2→3진입 목표
IBK인도네시아은행은 국내 시중은행 중 가장 최근에 인니에 진출한 은행 중 하나다. 이제 출범 6개월 차를 맞았지만 기존에 진출한 국내 다른 시중은행, 인니 현지은행들과의 차별성을 높이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올해 최우선 목표 중 하나는 중대형 은행인 ‘부쿠(Buku)3’ 진입이다. 인니는 총 112개 은행을 자본금 규모를 기준으로 ‘부쿠 1′(소형은행)에서 ‘부쿠 4′(대형은행)까지 4개 그룹으로 구분한다. 인도네시아 금융감독청(OJK)은 부쿠에 따라 금리 등을 제한하는데, 부쿠가 낮을수록 금리가 높다. 부쿠 상위권에 들어야 영업이 유리한 만큼, 현 부쿠2 단계에서 부쿠3으로 진입하는 것이 IBK인도네시아은행의 목표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을 찾았을 때 다른 외국계 은행과 마찬가지로 각 지점장과 인사 등 비금융 분야는 현지인이 담당하고 있었다.
인수한 인니 아그리스(Agris)·미트라니아가(Mitraniaga) 은행이 제대로 된 전산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국내에서 파견된 기업은행 정보기술(IT) 전문가들이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권 부장은 “해외에 진출하면 우선적으로 현지 교민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진행하지만, 인구 약 2억7000만 명의 인도네시아는 얼마나 빨리 현지화를 통해 현지 고객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IBK인도네시아은행은 행내 현지 직원들과 현지 고객을 대상으로 다양한 현지화 작업을 벌이고 있었다. 행내 현지 직원들을 대상으로 일주일에 2~3번 영어·한국어 강의를 진행한다. 행내에는 기도실과 각종 간식이 있는 카페테리아가 마련돼 있어, 직원들은 이곳에서 담소를 나누기도 했다. 권 부장은 “하루에도 수차례 기도하는 이슬람문화의 직원들을 위한 기도실과 간식 등을 먹을 수 있는 별도 카페테리아를 조성해 직원들의 만족감을 높였다”고 말했다.
■ 차별화된 상품·서비스 제공
통상 외국계 은행이 소매금융에 방점을 두고 영업하는 것과 달리 IBK인도네시아은행은 소매금융과 기업금융 부문을 동시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행의 강점을 살려 인니에서 업무처리가 가장 빠른 ‘기업금융 특화 은행’이 될 수 있도록 추가 상품 출시나 서비스도 검토 중이다. ‘이동점포’도 운영할 예정이다. 곳곳에 떨어져 있는 기업 고객 확보를 위해서다. 직원들이 노트북을 들고 일일이 산업단지를 찾아 다니면서 기업고객에게 급여계좌 등을 개설해 고객 편의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권 부장은 “이미 대형은행 영업점 수가 많기 때문에 외국계 은행에게 지점 수는 중요하지 않다”면서 “차가 많이 막히는 등 교통이 불편한 인니 상황을 고려해 직접 찾아가는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개인고객 확보를 위해 인니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최초로 ‘마이너스통장’ 상품 출시를 준비 중이다. 기업은행 계좌를 급여계좌로 한 고객을 대상으로 근속년수나 월급, 퇴직금 등을 고려해 상품의 한도를 다양화 한다는 계획이다.
자동화기기(ATM) 설치도 최소화 할 예정이다. 본점에 1~2대 설치하는 것 외에는 전 지점에 ATM을 설치하지 않을 계획이다. 권 부장은 “타행 ATM 사용시 IBK인도네시아은행 고객은 수수료를 내지 않도록 할 예정”이라며 “인니 인구가 워낙 많다 보니 그만큼 ATM을 설치하면 유지비용이 더 들어간다. 차라리 ATM 수수료를 낮춰 고객 범위를 확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지 은행처럼 계좌 개설시 일부 금액을 의무적으로 예치할 필요가 없다. 대신 계좌 유지 수수료는 타행(6500루피아 수준)보다 조금 높은(1000루피아) 수준을 받으면서, ‘입출금 알림 내역 서비스’를 추가로 제공할 예정이다.
권 부장은 “현지은행은 고객이 100만루피아를 입출금 할 때만 입출금 알림 내역을 통지한다”면서 “IBK인도네시아은행은 1루피아만 입출금해도 알림 내역을 무료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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