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에서 입소문만으로도 고가의 럭셔리 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동남아 시장 공략 열쇠가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에 있다고 9일 닛케이신문이 소개했다. 최근 인도네시아에서는 약 220만 원이 넘는 영국의 접이식 자전거 브롬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윌 버틀러-애덤스 브롬톤 최고경영자(CEO)는 “공식 상점도 없고 광고도 내지 않은 인도네시아에서 우리 제품이 히트를 친 것에 놀랐다”며 “SNS로 인기에 불이 붙은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정교한 브롬톤을 타고 있는 모습을 촬영해 SNS에 게시하는 것이 유행하고 있다. 한 인도네시아 여성도 “SNS 사진을 보고 멋지다고 생각해 구입했다”며 “연인과 연락해 함께 자전거 여행을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애호가의 교류 장소는 SNS에 무수히 많고 해외 원정을 가는 사람도 있어서 여행 등 관련 소비도 창출하고 있다.
동남아 사람들은 SNS를 좋아하기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고 닛케이는 강조했다. 영국 리서치 업체 ‘위아소셜(WAS)’에 따르면 동남아 주요국에서 SNS 이용시간은 하루 약 2~4시간으로 중국의 2시간, 일본의 36분을 압도한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는 동남아에서 SNS로 쇼핑을 하는 사람은 전체 사용자의 절반에 육박한다며 이는 10%대의 미국과 영국을 크게 웃돌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동남아 젊은이들은 TV보다 스마트폰에 더 친숙해 SNS 내 지인과 인플루언서의 평가가 소비의 주요한 이정표로 떠올랐다. 한 태국 여성 회사원은 닛케이와의 인터뷰에서 “광고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SNS에서 사용 후기를 확인한다”고 말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어린 시절에 겪은 것도 현지 젊은 세대가 SNS의 제품 사용기를 광고보다 더 믿는 이유 중 하나다. 하쿠호도생활종합연구소 설문조사에서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1980년대 생 3명 중 1명이 ‘인생에 가장 영향을 준 사건’으로 ‘외환위기’를 꼽았다. 그만큼 현명한 소비를 위해 실제로 쓴 사람의 경험담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SNS 대응을 소홀히 한 기업들은 실패를 겪고 있다. ‘일본의 우수한 상품 소개’ ‘일본식 대접 체험’ 등을 어필하면서 동남아에 진출한 일본계 백화점 대부분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도큐백화점(東急百貨店)은 2015년에 문을 연 지 얼마 안 됐던 태국 방콕 2호점을 폐쇄하기도 했다. 한 태국 여성 고객은 “어느 나라 상품인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자신에게 맞는 제품을 적당한 가격으로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태국 패스트패션 브랜드 ‘포메로’는 SNS에 나타난 대량의 이미지 분석이 상품 개발의 첫 걸음이다. 수천 건의 계정을 추적해 셀카 이미지 등에서 나타난 유행 색상과 디자인을 분석해 2개월 정도면 제품화한다.
SNS에 기반을 둔 이런 제품개발로 지난해 매출이 전년보다 7배 급증했다. 포메로는 “과거에는 홍콩이나 뉴욕의 유행을 받아들였다”며 “이제 최신 유행의 발신지는 SNS”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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