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바.란, 르.마.단 ????

기획연재 뇨냐 꼬레아와 사는 이야기 (4)

이 공간은 인도네시아 한인 여성 인터넷 커뮤니티 ‘뇨냐 꼬레아’의 기고란입니다. 다음카페 뇨냐꼬레아는 2005년 만들어졌으며 현재 회원 수 4,900 여명에 달하는 인도네시아 최대 한인여성들의 소통 공간입니다.
♥6월 15일과 16일은 이슬람 최대의 종교축제일인 ‘르바란’입니다. 인도네시아 생활을 하면서 르바란을 이해하는 것이 현지인들의 삶을 가장 잘 이해하는 길이 될 것입니다.

라.바.란, 르.마.단 ????
인도네시아에 벌써 6년차라는데 P씨는 여전히 대충대충 말한다. 한국 사람들이 그걸 뭘로 부르든 무슨 상관이냐 할지도 모르지만, 어느 외국인이 우리나라 최대의 명절인 추석을 “차석? 추삭?” 이렇게 부른다면 좀 언짢고 섭섭할 게 아닌가.

▶ Ramadhan 라.마.단 (5월17일, 부터 29일간)

지금 인도네시아는 라마단 기간이다. 라마단은 (르바란이 되기 전) 한 달 간의 금식월을 부르는 말이다. 해가 떠있는 동안은 음식과 음주를 금하고, 부부관계 뿐 아니라 작게 화를 내는 일이나 나쁜 말을 해서도 안 된다. 금식은 아침부터 해지기 전까지 하게 되며 동이 트는 IMSAK에 시작하여 해가 지는 MAGRIB에 풀린다.

라마단은 이슬람의 다섯 이념중의 하나이며 무슬림의 신앙적 의무이다. 성인이라면 누구나 라마단의 금식을 실행해야 하지만 아이들이나 생리중인 여성들, 여행자나 병자들, 임산부나 수유부와 정신질환을 앓는 사람들은 금식을 하지 않아도 된다.
TV에서 BEDUG 북소리가 울리고 사원에서 울리는 종소리가 들리면 무슬림들은 금식이 해제된다는 신호로 알고 “buka puasa”를 한다.
금식해제는 보통 달콤한 음료나 과자로 시작한다. 라마단을 수행하는 동안 무슬림들은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을 불쌍히 여기고 정신적 육체적인 순결을 인내하며 신에게 가까이 간다는 성숙한 자기훈련의 시간을 갖게 된다.

▶ 외국인들에게 더 큰 고행<?>을 요구하는 라마단?
무슬림들은 먹고 마시는 욕구를 참는 고행이 있다면 이 땅에 사는 외국인들은 이에 버금가는 고행이 기다리고 있다. 미리 알아 두고 이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기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해두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럼 인도네시아를 들썩이게 하는 ‘라마단’ 기간 동안 변화되는 것은 무엇인지 짚어보자.
일단 현지인들의 일상생활이 전체적으로 속도를 늦추게 되며 가정과 직장에서도 역시 업무처리 속도가 느려진다. 가정의 도우미들은 매우 일찍 일어나서 음식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청소와 빨래 등을 식사 전에 끝내기 위해 아침잠을 깨울 수도 있으니 미리미리 조심해달라는 이야기를 해 두는 것이 좋다.
도우미들은 식사시간과 기상시간의 변화로 인해 낮잠을 자게 된다. 당연히 불러도 잘 나오지 않고, 피곤하다며 시키는 일도 마다할지 모르니 그러려니 이해해야 한다. 음식을 하는 도우미들은 음식 맛을 보지 못하니 음식 맛도 떨어질 것이다. 기사에게는 금식이 해제되는 시간에 맞추어 쥬스와 스낵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을 배려해야 한다. 술을 팔지 못하며 밤의 유흥문화가 문을 닫게 된다.

르바란이 가까워지면서 물가가 많이 오른다. 특히 식료품 값이 많이 오른다.
각 직장의 직원들과 가정의 도우미들은 르바란 휴일을 전후로 최장 1주정도의 휴가를 요청하게 된다.
이때 르바란 휴가를 위해 1달치의 월급을 라마단이 끝날 무렵 월급 이외의 보너스로 지급해야 하며, 이것을 THR라고 부른다. (tay-ha-err) Tunjangan Hari Raya, or bulan ketigabelas

라마단 금식 기간에는 그들의 비위를 거슬리는 말을 피하고, 금식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말하는 것은 그들을 몹시 화나게 하는 일이 된다.
퇴근시간 교통정체가 좀더 앞당겨 진다. 금식 해제 때 가족이나 동료과 함께 음식을 먹기 위해서 서둘러 퇴근하게 되기 때문이다.

라마단이 끝나가면서 외국인들의 휴가계획은 더 어려워진다. 항공권은 2배 이상으로 인상되고 호텔도 풀 부킹으로 들어갈 자리를 찾기가 어렵다. 수백만의 인구가 고향으로 가는 시기이므로 휴가계획을 하기 위해서라면 최소한 한달 전부터 예약을 해야 한다. 도로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어난다. 공장이나 사업체에서는 기부금을 받으러 오는 공무원들이나 이름도 알 수 없는 단체들의 사람들로 부담을 느끼게 될 것이다.
라마단이 끝나게 되면서 사람들은 점점 더 흥분하며 모든 일이 손에 잡히지 않고, 고향으로 가는 기차표 이야기나 결혼이야기로 여념이 없을 것이다.
르바란 기간에 아이를 돌볼 유모나 가정일을 해줄 가사도우미가 절실한 분들은 인력업체(야야산)을 통해 imval 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할 수 있는데, 르바란 휴가를 가지 않고 이 시기에 평소일당의 10배의 보수를 받고 일을 하는 사람들을 구할 수 있다.
꼭 야야산을 통하지 않더라도 주변에 휴가를 가지 않고 르바란 기간에 일을 하겠다는 계획을 하고 있는 도우미들이 있다면 개인적으로 네고를 하여 고용할 수 있다.

▶ Lebaran 르.바.란 (6월 15일~6월16일)
라마단 금식월 한 달이 마무리되면서 드디어 인도네시아 최대 종교 축일이 된다. 일반적으로 르바란은 이틀이지만 정부가 약 7일간의 공식휴일을 지정한다. 올해는 특히 10일간의 공식휴무를 지정해 지금까지 최장의 르바란 휴일을 맞이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어로는 이를 Idul Fitri 이나 Lebaran이라고 부른다.
외국인들도 이 시기에 맞추어 긴 휴가를 떠나게 된다. 물론 집에 남아있는 사람들도 있지만, 도우미도 없고, 대부분의 상점도 문을 닫고 텅 비어 있는 도시에서 지낼 휴가를 대비해야 할 것이다.
이 시기에 인도네시아 인들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지난 한해 간의 용서와 화해를 구하고 화합의 시간을 갖는다. “Mohon Maaf Lahir Batin“ 이라는 인사말은 ”지난해의 잘못을 영혼 깊이 용서를 구합니다“ 라는 뜻이다.

전통 무슬림식 새해인사는 ”Minal Aidin Wal Fa Idzin“ 으로 친구들과 가족들을 만나면 보통 나누게 된다. 전통 음식을 만들어 이웃과 가족들이 나누고 공원에 모여 파티를 하고 선물을 주고받으며 새 옷을 차려 입는다. 그리고 조상들의 묘를 방문하며 묘를 청소하고 꽃으로 단장한다.

극심한 도로 정체도 빼놓을 수 없다. 이둘 피트리는 무슬림 신자들이 아침 일찍 사원에 모이게 되면서 시작되는데, 이때 사원에서는 광장과 큰 길을 개방하게 된다. 수백의 무슬림 여성들이 mukena (머리에서 발끝까지 흰 천으로 된 가운)을 입고 일률적인 종교의식을 행하는 놀라운 광경을 볼 수 있다.
무슬림 남성들은 긴 사롱천을 입고 전통 바틱셔츠와 peci (납작한 모자)을 착용하고 이둘피트리 아침 기도의식을 행한다.
사원에서 집으로 오는 길은 친구와 이웃들에게 용서의 인사를 하면서 돌아온다. 아침기도를 마친 무슬림들은 가족과 가까운 이웃들을 방문하게 된다. 가족들은 먼저 부모님들 찾아 뵙고, 그 다음으로 연로한 친척들을 순서대로 방문한다.
그 곳에서는 쿠키나 간단한 스낵과 음료를 마시게 되는데 만일 음식을 사양한다면 굉장한 실례가 된다. 그래서 친지방문을 마치게 되면 거의 당신은 움직이지 도 못할 만큼 배가 부르게 될 것이다. 회사의 직원들은 가족 친지방문을 마치고 나면 직장의 선배동료나 사장의 집을 방문하거나 연관업체의 직원이나 공무직원의 집을 방문하기도 한다.

-중략-
길고긴 라마단, 르바란 시즌을 슬기롭게 잘 헤쳐 나가길 기원한다. (NYOK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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