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재

손은희 작가의 무지개 단상(15)

인터넷에 한창 뜨고 있는 ‘화니 하니’부부의 애틋한 이야기를 읽고 내내 가족의 소중함에 대한 뼈저린 감회가 느껴져 온다. 영화 같은 실화여서 더 가슴을 울린다.

대학 때 만난 남편이랑 결혼 17년을 누구보다 행복하게 알콩 달콩 남부러운 것 없이 살아오다 갑작스레 발병된 폐암으로 44세의 하늘같은 남편을 잃은 한 여자가 자신의 일상을 블로그에 짤막짤막하게 메모해 놓은 글이다.

삼성연구원이였던 남편의 발병 전,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아내는, 언제나 멋지게 집을 꾸며 놓아서 집안 곳곳에는 늘 예쁜 그릇과 특색있는 가구들이 반짝거렸고, 방마다 공간마다 인테리어 잡지책속의 집처럼 분위기가 아름다웠다.

그리고 실제 잡지사에서 몇 번이나 ‘예쁜집 모델’로 촬영하여 잡지에 실었다.

그렇게 그림같이 아름다운 곳에서 이 여자는 공주처럼 남편에게 사랑받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은 폐암 4기 진단을 받게 되고 그 후 궁궐같이 아름다운 집이 아닌 좁은 병실에서 남편을 간호하며 지내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병원 생활 속에서 오직 남편의 건강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는 이야기, 그러나 결국 남편이 병을 이기지 못한 채 천국으로 훌쩍 떠나간 슬픈 이야기까지 아기 자기한 어투로 사진과 함께 진솔히 써 놓았다.

풍채 좋고 인상 좋고 사람 좋던 한 남자의 넘치는 사랑의 햇살아래서, 늘 만개한 꽃처럼 환한 미소를 머금고 살던 한 여자가, 남편을 먼저 하늘나라에 결코 보내고 싶지 않아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 간호하는 모습은 얼마나 감동적인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정성을 다했음에도 허망이 남편이 가버리자 그 충격과 아픔이 얼마나 큰지
오열하듯 써 내려간 글속에 남편에 대한 그녀의 사랑이 핏빛처럼 빨갛게 방울져 내린다.

일상 속에서는 가족의 소중한 존재감을 그토록 절실히 느끼지 못하다가 사랑하는 가족을 상실하는 엄청난 고통을 겪고 나서야 그 존재감이 얼마나 큰 지를 비로서 절감하는 게 우둔한 우리  인간의 모습이다.

‘화니 하니 일상 리뷰’를 인터넷에서 찬찬히 읽어나가며 우리가 늘 가족의 소중함을 잊지 않고 살기 위해서 가끔은 이렇게 상상해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이 되였다.

때로 사랑하는 이의 존재에 대한 감사보다 원망, 불평이 들 때 그 사람이 지상에 부재할 때를 미리 상상해 보는 것이다, 실제 상실 후에 후회하고 한탄하기 보다, 건강히 존재할 때 그 존재의 부재 시 느낄 상실감을 미리 생각해본다면, 우리는 가족에 대한 원망이나 불평을 함부로 내뱉을 수 없게 된다.

비록 때로는 사랑하는 가족으로 인해 스트레스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해도 그 아픔의 정도는 그를 상실했을 때 받을 충격이나 고통에 비해서는 정말 아무 것도 아니라는 걸 상상을 통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화니 하니 이야기’속 아내는 남편의 사랑 속에 행복하게 살면서, 남편이 호호백발이 되는 모습을 꼭 보고 싶었다고, 그래서 주름진 얼굴과 손을 매만져 주며 함께 늙고 싶었는데, 그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 너무 애석하고 아프다고 고백한다.

이 ‘화니하니’의 이야기가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주는 것은 평범한 일상의 행복이 얼마나 아름답고 감사한 것인지를 생생히 알려주기 때문이다.

이 지상에서 유일하게 넉넉히 믿고 마음을 붙이고 살 수 있는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있기에 세상의 남편과 아내와 아들과 딸들이 어둠이 스미는 저녁이면 그 지상에서 유일한 마음의  둥지인 가정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것이다.

그 가족에 대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는 그 가족의 존재가  지상에서 상실되기 전까지의 한정된 시간뿐이 없다는 것을 우리는 까마득히 잊어버리고 때로 작은 것으로 미워하고 원망하고 불평하는 것이다.

그 한정된 시간안에서만 마음껏 다독이고 마음껏 위로하고 마음껏 등 두드려주고, 마음껏 사랑해줄 수 있음을, 그 일상의 평범한 사랑나눔이, 우리가 이 지상에 남아 있는 시간, 가족에게 해야 할 진정 엄숙한 사명임을 ‘화니하니 부부’는 낱낱이 일깨워 주고 있다.

가족은 사실 존재 자체로 감사와 감격의 대상이다.
글. 손은희작가
(하나님의 퍼즐조각 저자,자카르타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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