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찰청, 산불 및 토지 화재 혐의로 20개 법인 무더기 입건… 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투자 기업도 포함

폰티아나의 칼리만탄부(部) 지방경찰청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인도네시아 경찰청(Polri)은 산불 및 토지 화재(카르훗라) 혐의로 20개 기업을 피의자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Dok. Youtube Polda Kalbar)

총 104건의 경찰 보고 및 여의도 면적 100배 달하는 2만 9천여 헥타르 피해
외국계 기업 4곳 및 현지 기업 16곳 법인 피의자 전환… 97건 수사 격상으로 추가 입건 예고
환경보호법 위반 적용, 최고 징역 5년 및 15억 루피아 벌금형 직면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 및 토지 화재(현지명 카르후틀라·Karhutla) 사건을 수사 중인 인도네시아 경찰 당국이 한국을 포함한 외국계 투자 기업 등 총 20개 법인을 피의자로 공식 입건했다. 당국은 개인을 넘어 법인 차원의 책임을 엄중히 묻겠다는 방침을 밝히며 수사망을 대폭 확대하고 있어, 현지에 진출한 국내외 기업들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아셉 사프루딘(Asep Safrudin) 인도네시아 경찰청 범죄수사국(바레스크림·Bareskrim) 국장은 2026년 10월 29일(목), 서칼리만탄주 폰티아나크에 위치한 칼리만탄바랏 지방경찰청에서 산불 법 집행 관련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셉 국장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산불 및 토지 화재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가 단순 개인 피의자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각 기업의 조업 구역 내에서 발생한 화재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받는 법인 자체를 주요 타깃으로 하고 있다고 명확히 했다. 이는 환경 범죄에 있어 기업의 관리 감독 소홀과 구조적 책임을 강력히 추궁하겠다는 인도네시아 사법 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경찰의 종합 수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발생한 일련의 산불 사건과 관련하여 기업 연루 의혹이 제기되어 접수된 경찰 보고(LP)는 총 104건에 달한다. 해당 보고들에 연루된 피해 화재 면적은 무려 29,168.78헥타르(약 2억 9,168만㎡)로 집계됐다. 이는 서울 여의도 면적(윤중로 제방 안쪽 기준 약 290헥타르)의 약 100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다.

아셉 국장은 “총 29,168.78헥타르에 달하는 막대한 면적을 태운 104건의 경찰 보고와 관련하여, 우리 수사국은 20개 기업을 공식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이번에 입건된 대상은 개인이 아닌 20개의 법인 피의자들”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한 이번 조치가 환경 보호 및 관리와 관련된 현행 법령을 위반한 혐의를 받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엄격한 법 집행 절차의 일환임을 거듭 역설했다.

산불·초지화재 사건의 피의자로 지목된 20개 법인 목록. (Dok. YouTube Polda Kalbar)

■ 한국·싱가포르·말레이시아 등 3개국 4개 외투기업 포함… 구체적 피해 면적 공개

이번 발표에서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피의자로 전환된 20개 법인 중 4곳이 외국인투자기업(PMA)의 지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셉 국장은 “입건된 기업 중 4개사는 외국 자본이 투입된 기업이며, 나머지 16개 법인은 인도네시아 국내 자본으로 운영되는 내국인투자기업”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이 공개한 세부 자료에 따르면, 피의자로 입건된 4개의 외국계 기업은 싱가포르 자본 기업 2곳, 말레이시아 자본 기업 1곳, 그리고 한국 자본 기업 1곳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외국계 법인의 이니셜과 이들과 연관된 구체적인 화재 피해 면적은 다음과 같이 확인됐다.

▲ PT RKA (말레이시아 PMA) : 화재 면적 2,157헥타르 ▲ PT HKI (싱가포르 PMA) : 화재 면적 987헥타르 ▲ PT AI (싱가포르 PMA) : 화재 면적 421헥타르 ▲ PT API (한국 PMA) : 화재 면적 351헥타르

외국계 기업 중에서는 말레이시아 투자 법인인 PT RKA가 가장 넓은 2천 헥타르 이상의 피해 면적을 기록했으며, 한국 투자 법인인 PT API 역시 351헥타르에 달하는 산림 및 토지 소실에 연루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피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나머지 16개 인도네시아 국내 법인은 ▲PT BOS ▲PT AER ▲PT SKM ▲PT WLJ ▲PT SAE ▲PT BSLT ▲PT CGUK ▲PT FSL ▲PT BPK ▲PT PW ▲PT BWL ▲PT MIB ▲PT STP ▲PT JMS ▲PT RAS ▲PT MAS 등으로 발표됐다.

■ 수사 단계 격상된 97건 중 외투기업 22곳 식별… “피의자 수 계속 늘어날 것”

인도네시아 경찰청은 이번 사건의 수사가 현재 발표된 20개 기업의 입건에서 그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일선 수사관들은 산불 및 토지 화재와 관련해 기업 연루 혐의가 포착된 여타 보고들에 대해서도 고강도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아셉 국장은 이날 기업이 연루된 전체 산불 사건의 수사 진행 현황도 상세히 공개했다. 현재 경찰에 접수된 총 104건의 기업 관련 보고 가운데, 무려 97건이 기초 조사를 마치고 정식 ‘수사 단계’로 격상된 상태다.

이처럼 수사망이 좁혀지는 과정에서 경찰은 외국인투자기업(PMA) 지위를 가진 총 22개 기업을 수사 선상에 올려 식별해냈다. 여기에는 동남아시아 인접국은 물론 주요 선진국 자본도 다수 포함된 것으로 드러났다. 국가별로는 ▲싱가포르 9개사 ▲말레이시아 8개사 ▲영국 2개사 ▲중국 1개사 ▲일본 1개사 ▲한국 1개사 등이 수사 대상인 97건의 사건에 연루되어 조사를 받고 있다. 아셉 국장은 “외국계 22개사를 제외한 나머지 75개 조사 대상 법인은 내국인 투자를 활용하고 있는 국내 기업”이라고 부연했다.

경찰 당국은 수사가 진척됨에 따라 법인 피의자의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아셉 국장은 “법인 피의자의 수는 우리가 현재 진행 중인 수사 절차에 발맞추어 앞으로도 계속해서 증가할 것”이라며, 수사 과정에서 법 위반을 입증할 충분한 증거가 추가로 발견될 경우 주저 없이 다른 기업들을 피의자로 추가 입건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 고의 및 과실에 의한 환경 파괴… 최고 징역 5년 및 15억 루피아 벌금 직면

아셉 국장은 브리핑 말미에 이번 사건에서 법인 피의자들이 저지른 구체적인 범행 수법(모드스 오페란디·Modus Operandi)과 적용 법조항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경찰이 파악한 법인들의 주요 혐의는 기업의 이익이나 관리 소홀을 배경으로 한 법령 위반이다. 아셉 국장은 “법인 피의자들이 저지른 범행 수법에는 고의 또는 과실로 환경 보호 및 관리 관련 법령을 위반하여 심각한 환경 파괴를 초래하고, 연무 등으로 인체 건강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을 가했으며, 결과적으로 대규모 토지 화재를 야기한 행위 등이 포괄적으로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통상 인도네시아에서는 팜유 농장이나 목재 플랜테이션 개간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불법 소각을 감행하거나, 건기 중 화재 예방 설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아 대형 산불로 번지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번 산불 사태에 연루되어 입건된 기업들은 인도네시아 현행 ‘2009년 제32호 법률(환경 보호 및 관리법)’에 의거해 강력한 사법 처리를 받게 될 위기에 처했다. 경찰은 해당 법률 제98조 제1항·제2항·제3항(고의에 의한 환경 기준 초과 및 파괴), 제99조 제1항·제2항·제3항(과실에 의한 환경 기준 초과 및 파괴), 그리고 제108조(토지 개간을 위한 불법 소각 행위)를 핵심 적용 법조로 적시했다.

아셉 국장은 “해당 법률 위반 시 처벌 수위는 최저 3년에서 최고 5년 이하의 징역형이며, 동시에 최저 3억 루피아(한화 약 2,600만 원)에서 최고 15억 루피아(한화 약 1억 3,000만 원)에 달하는 벌금형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발언을 마쳤다. 법인이 피의자인 경우, 해당 법인을 대표하는 경영진이 징역형의 처벌 대상이 될 수 있으며 법인 자체에는 막대한 벌금과 함께 조업 정지, 인허가 취소 등의 행정 처분이 뒤따를 수 있어 파장이 예상된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매년 반복되는 산불과 그로 인한 국경 간 연무(Haze)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재확인함에 따라,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을 비롯한 다국적 기업들의 환경 법규 준수 및 화재 예방 관리 시스템에 대한 전면적인 재점검이 시급한 시점이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