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026 UN 책임경영·인권 포럼서 ‘가장 부유한 주지사들’ 슬라이드 공개
– 셜리 초안다·안디 수망에룩카 등 자산 규모 및 채굴권 보유 사실 적시
– 오비 제도 등 환경 파괴 심각성 고발… ‘규제자이자 사업자’ 이중 지위 논란
[방콕] 인도네시아의 핵심 전략 산업인 니켈 채굴을 둘러싼 거버넌스 및 환경 훼손 문제가 국제사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유엔 주관 국제회의에서 인도네시아 현직 주지사 5인의 막대한 자산과 이들의 니켈 사업 연계성을 지적하는 발표가 공개되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태국 방콕 유엔회의센터(UNCC)에서 2026년 9월 14일부터 17일까지 나흘간 열린 ‘2026 유엔 책임경영 및 인권 포럼(UN Responsible Business and Human Rights Forum 2026)’에서는 다국적 기업의 책임 경영, 환경 보호 및 피해 지역 주민의 인권 보장 방안이 심도 있게 논의되었다. 전 세계 정부 관료, 산업계 인사, 시민사회단체 및 환경 피해 당사자 등이 참석한 이번 행사에서 인도네시아의 천연자원 거버넌스 취약성은 집중 성토의 대상이 되었다.
‘가장 부유한 주지사들: 니켈 머니’ 명단 공개
이번 포럼에서 큰 파장을 일으킨 대목은 ‘가장 부유한 주지사들: 니켈 머니(The Richest Governors: Nickel Money)’라는 제목의 발표 슬라이드였다. 해당 자료에는 인도네시아 주요 광업 지역의 행정을 통할하는 지방자치단체장 5인의 실명과 추정 자산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었다.
지목된 지자체장은 셜리 초안다(Sherly Tjoanda) 북말루쿠주 주지사, 안디 수망에룩카(Andi Sumangerukka) 동남술라웨시주 주지사, 무히딘(Muhidin) 남칼리만탄주 주지사, 루디 마스웃(Rudy Mas’ud) 동칼리만탄주 주지사, 헤르만 데루(Herman Deru) 남수마트라주 주지사 등 5인이다.
공개된 시각 자료에 따르면, 셜리 초안다 북말루쿠주 주지사는 7,090억 루피아로 명단 최상단에 올랐다. 이어 안디 수망에룩카 동남술라웨시주 주지사가 6,230억 루피아, 무히딘 남칼리만탄주 주지사가 4,140억 루피아, 루디 마스웃 동칼리만탄주 주지사가 1,830억 루피아, 헤르만 데루 남수마트라주 주지사가 1,430억 루피아 순으로 집계되었다.
다만, 유포된 자료상에는 셜리 초안다 주지사의 7,090억 루피아를 포함한 각 수치의 구체적인 산출 근거 및 데이터 출처가 명시되지 않았다. 해당 금액이 공직자 재산등록(LHKPN)에 기반한 순자산인지, 단순 자산 평가액인지, 혹은 사업 지분에 따른 추정치인지에 대해서는 자료 자체만으로 파악하기 어렵다는 한계도 지적된다.
조광권 보유 지목과 ‘이중 대리인’ 논란
자료의 문제 제기는 단순한 자산 규모 공개에 그치지 않았다. 한 슬라이드는 셜리 초안다 주지사와 안디 수망에룩카 주지사를 가리켜 “북말루쿠 및 동남술라웨시 소재 복수 니켈 광산 및 제련소의 조광권 보유자(concession holders of several nickel mining and smelters in North Maluku and Southeast Sulawesi)”라고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북말루쿠주와 동남술라웨시주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집중 육성하는 니켈 채굴 및 하류화(Downstream) 제련 설비의 핵심 거점이다.
이번 발표를 진행한 인물은 2015~2019년 인도네시아 부패척결위원회(KPK) 위원을 역임한 저명 반부패 전문가 라 오데 무함마드 샤리프(La Ode Muhammad Syarif) 전 위원으로 확인되었다. 포럼 현장에서 샤리프 전 위원의 발표 모습이 담긴 시각 자료는 엑스(X·옛 트위터)의 ‘@zalkad’ 계정 등을 통해 소셜 미디어로 빠르게 확산되었다.
샤리프 전 위원은 ‘니켈 채굴이 사람과 지구에 피해를 줄 때: 인도네시아에서의 효과적인 구제 확보 과제(When Nickel Mining Harms People and the Planet: Challenges in Securing Effective Remedy in Indonesia)’라는 주제 아래, 자원 부국에서 나타나는 ‘이중 대리인(double agent)’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공직자이자 규제자가 동시에 광업 현장의 이해관계자이자 ‘플레이어’로 활동하는 구조적 모순이 환경 및 인권 침해에 대한 효과적 제재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황폐화된 오비 제도… 환경 파괴 민낯 드러나
실제 발표장 화면에는 난개발로 훼손된 현지 환경 실태가 생생히 투영되었다. 주요 사례로 다뤄진 곳은 북말루쿠주 남할마헤라군에 속한 오비 제도(Kepulauan Obi)였다. 42개 도서로 이뤄진 총면적 2,542㎢ 규모의 오비 제도는 2022년 중반 기준 52,588명의 주민이 거주하는 삶의 터전이다.
그러나 발표에 포함된 사진 자료 속 오비 제도의 하천은 광산 개발로 인한 토사 유출로 붉은 갈색으로 심각하게 변색되어 있었다. 캡션에는 오비의 한 섬에 위치한 수자원 생태계가 심각한 수준으로 파괴되었다는 설명이 덧붙여졌다.
아울러 동남술라웨시주 봄바나군 카바에나섬의 광업 현장 사례도 함께 제시되었다. 발표 자료는 산림지역정비 태스크포스(Satgas PKH)를 통한 국가 통제 및 단속 조치와 연관된 ‘PT 토니아 미트라 세자흐테라(PT Tonia Mitra Sejahtera)’의 172.82헥타르 규모 광산 구역에 관한 언론 보도 내용을 인용하며 행정 규제의 난맥상을 꼬집었다.
국제적 파장 속 반론의 여지… 엄정한 조사 요구 목소리
포럼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이번 발표가 인도네시아의 ‘자원 민족주의’와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구축 드라이브 이면에 가려진 환경 파괴, 지역 주민과의 갈등, 공공 부문의 이해충돌 문제를 국제 규범의 관점에서 공론화했다는 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다만, 유엔 포럼 발표 자료에 셜리 초안다, 안디 수망에룩카 등 고위 공직자들의 이름과 자산 수치가 적시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이들의 직접적인 광업 범죄 연루나 실정법 위반을 최종 입증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 역시 분명히 짚어야 할 대목이다. 합법적인 기업 승계나 지분 보유일 가능성, 그리고 지자체장 취임 전 형성된 자산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인권 및 거버넌스 포럼에서 인도네시아 핵심 지자체장들의 실명이 이처럼 구체적인 채굴권 및 자산 명세와 함께 적시된 것은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글로벌 공급망 구축을 위해 추진 중인 니켈 산업 정책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지자체장의 이해충돌 방지 제도 강화와 피해 주민에 대한 실효적 구제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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