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해진 오염: 자카르타 공기의 위험성과 대응법

JIKS 11 박소윤

자카르타의 하늘은 맑은 날에도 뿌옇다. 안개처럼 보이는 그 뿌연 공기는 사실 수백만 명의 폐 속으로 파고드는 초미세먼지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교민이라면 매일 마주하는 풍경이지만, 그 실제 위험성을 정확히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자카르타의 대기오염은 세계적으로도 심각한 수준이다. IQAir에 따르면 현재 자카르타의 PM2.5 농도는 WHO의 연간 권고 기준의 10배에 달한다. 건기가 시작되는 5월부터 상황은 더욱 악화된다. 비가 내리지 않으면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그대로 쌓이고, 창문을 열 수 없어 실내에서도 공기청정기에 의존해야 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문제는 이 공기를 매일 들이마신다는 사실이다. 초미세먼지는 너무 작아 코와 기관지에서 걸러지지 않고 폐 깊숙이 침투한다. 단기적으로는 기침, 가래, 눈과 목의 따가움으로 나타나지만, 장기간 노출되면 천식,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심혈관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자카르타 보건 당국은 2025년 한 해에만 190만 건 이상의 급성 호흡기 감염이 발생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전년보다 증가한 수치다.

특히 어린 자녀를 둔 교민 가정은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호흡 횟수가 많고 폐가 아직 발달 중이기 때문에 같은 공기에 노출돼도 피해가 더 크다. 실외 수업이 많은 학교 행사나 체육 시간이 잦은 계절에는 아이의 컨디션 변화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렇다면 교민들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우선 IQAir나 Nafas Indonesia 앱으로 매일 외출 전 공기질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기본이다. 공기질 지수(AQI)가 100을 넘으면 KF94 또는 N95 등급 마스크를 착용해야 한다. 일반 마스크는 초미세먼지 차단 효과가 거의 없다. 실내 공기청정기는 건기철에 필터 교체 주기를 앞당기고, 특히 취침 중에도 가동하는 것을 권장한다. 증상이 없더라도 장기 거주자라면 연 1회 폐 기능 검사를 받아두는 것이 좋다.

자카르타의 하늘이 단기간에 달라지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인도네시아 정부가 모니터링 시스템 확충 등 대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오염원 감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 석탄화력발전소는 여전히 가동 중이고, 매일 도로 위에 쏟아지는 수백만 대의 차량이 하루아침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정책이 현실을 따라잡기까지 그 공백을 메워야 하는 것은 결국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우리 자신이다.

뿌연 하늘을 그저 자카르타의 날씨로 받아들이는 순간, 건강은 소리 없이 무너질 수 있다. 위험을 정확히 인식하고, 생활 속에서 작은 방어막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 그것이 이 도시에서 교민이 자신과 가족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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