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보워 대통령, 다난타라-Arm 파트너십 서명식 참관… 인도네시아 반도체 도약 ‘가속 페달’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은 2026년 2월 23일 영국 런던에서 BPI 다난타라와 Arm Limited 간의 기본 협약 체결식을 참관하고 있다.

2026년 2월 23일(월) 영국 런던에서 인도네시아 공화국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이 인도네시아 다난타라 투자관리청(BPI Danantara)과 Arm Limited 간 프레임워크 협약(Framework Agreement) 서명식을 직접 지켜보며, 인도네시아 정부가 혁신 기반 기술발전과 경제 구조 전환에 부여하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대외적으로 분명히 했다.

국가원수의 이례적 참관은 단순한 의전적 참석을 넘어, 반도체를 국가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삼아 ‘기술 자립’과 ‘산업 고도화’를 동시에 달성하겠다는 정부 의지의 상징적 장면으로 해석된다.

이날 서명식 직후 경제조정장관 아일랑가 하르탄토(Airlangga Hartarto)는 이번 협약의 의미를 “인도네시아가 반도체 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협력”이라고 규정하며, 특히 Arm의 위상을 들어 협력의 전략성을 강조했다. 그는 “Arm은 특히 설계 측면에서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중 하나로, 반도체 산업 자체의 가장 상류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설계는 제품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단계로, 고부가가치 창출과 기술 축적의 출발점으로 꼽힌다. 인도네시아가 ‘생산’ 이전 단계인 설계 역량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은, 단순 조립·가공 중심의 산업 구조를 넘어 지식재산권(IP)과 시스템 아키텍처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정책의 무게추를 옮기겠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아일랑가 장관은 Arm의 글로벌 영향력을 수치로 제시하며 협력 기대감을 구체화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Arm은 글로벌 자동차 부문 칩 기술의 약 96%를, 데이터센터 및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용 칩 설계의 거의 94%를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동차 전장화, 데이터센터 확장, AI 연산 수요 증대가 세계적인 산업 지형을 재편하는 가운데, 해당 분야에서 두드러진 지배력을 가진 기업과의 협력은 인도네시아가 핵심 기술 생태계에 진입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단축시키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번 파트너십의 핵심 축으로는 대규모 인재 양성이 제시됐다. 아일랑가 장관은 “이 협력을 통해 인도네시아가 Arm 생태계 안에서 우리 엔지니어 1만5천 명을 교육·훈련하여 칩 설계 기술을 습득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어 “협력 계획은 반도체 또는 칩의 차세대 기술로 이어져 인도네시아가 반도체 및 설계 분야 역량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의 진입장벽은 자본뿐 아니라 숙련 인력과 장기적 기술 축적에 의해 결정되는 만큼, ‘1만5천 명’이라는 목표 수치는 단기 이벤트가 아니라 중장기 산업정책의 범위를 가늠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번 협약을 프라보워 대통령의 ‘기술 자립’ 지시를 실행에 옮긴 후속 조치로도 규정했다. 아일랑가 장관은 “이번 협력은 국가 기술 자립 역량을 강화하라는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직접적인 후속 조치”라고 말하며, 이를 국가 식량 안보와 에너지 안보라는 정부의 큰 의제를 보완하는 정책 패키지로 연결 지었다.

그는 “이것이 디지털 생태계에서의 리프로그(leapfrog)”라고도 표현했다. 전통적 산업화 경로를 그대로 밟기보다, 전략 기술을 ‘점프’해 확보함으로써 국가 발전 단계 자체를 단축하겠다는 구상이다.

투자 및 다운스트리밍(하일리사시·Hilirisasi) 장관이자 BPI 다난타라 청장인 로산 페르카사 로에슬라니(Rosan Perkasa Roeslani) 역시 파트너십이 갖는 파급력을 강조했다.

로산 장관은 이번 협력이 국가 산업 발전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치는 동시에, 인도네시아의 기술 주권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특히 인재 양성 프로그램은 단순한 단기 연수 형태가 아니라, 해외 파견과 국내 초청 교육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설계될 예정이다.

그는 “칩 개발을 위해 6개 산업을 선정할 예정이며, 우리 엔지니어 1만5천 명이 Arm으로부터 교육을 받게 된다”며 “이곳으로 보내 훈련시키거나, 추후 Arm의 강사가 모듈을 가지고 인도네시아로 와서 교육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 적용 분야 또한 구체화되고 있다. 아일랑가 장관은 국가 칩 설계 개발의 ‘6개 분야’가 전략적 지식재산권(IP)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밝히며, 1차 후보군으로 자동차 기술과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 데이터센터 관련 분야를 제시했다. 더불어 가전(Home Appliances) 분야 역시 적용 가능성을 언급했다.

나머지 두 분야에 대해서는 “미래지향적 분야로, 특히 자율주행차(Autonomous Vehicle)와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등 다른 분야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는 모두 다난타라와 함께 추후 논의될 것이며, 그 IP는 인도네시아가 보유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로벌 공급망에서 ‘기술 사용권’이 아닌 ‘기술 소유권’을 지향하겠다는 발언으로, 향후 협력의 실질 성과가 IP 확보와 생태계 내 내재화에 의해 평가될 것임을 시사한다.

이번 협약을 두고 정부 안팎에서는 인도네시아가 ‘기술 소비국’에서 ‘고부가가치 생산국’으로 전환하는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도체는 자동차, 통신, 에너지, 국방, 의료, 제조 자동화 등 국가 산업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단일 산업 정책을 넘어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의 범주에서 다뤄지고 있다. 특히 최근 글로벌 공급망이 지정학적 변수에 따라 재편되는 과정에서 반도체 역량은 국가의 협상력과 회복탄력성을 좌우하는 요소로 부상했다.

정부는 기술을 인도네시아가 세계 최상위 경제로 도약하기 위한 ‘터보차저’로 보고 있으며, ‘인도네시아 황금기 2045’ 비전과도 직접 연결하고 있다.

높은 생산성과 고급 인력 수요가 요구되는 시대적 흐름 속에서, 풍부한 인적 자원과 천연자원 잠재력을 단순 원자재 공급에 머무르지 않게 하고, 첨단 산업의 부가가치로 전환하는 ‘연결 고리’가 바로 반도체 및 디지털 기술이라는 판단이다. 다난타라-Arm 협력은 이러한 국가 전략을 실질적 실행 단계로 옮기는 첫 신호탄으로 평가된다.

다만 향후 과제도 적지 않다. 대규모 인력 양성 목표가 실효를 거두기 위해서는 교육 품질의 표준화, 산학연 연계, 설계 인력이 산업 현장에서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수요 창출, 그리고 IP를 실제 상용화로 연결할 수 있는 기업 생태계 조성이 필수적이다.

또한 반도체 설계 역량이 제조(파운드리) 및 패키징, 테스트 등 후속 단계와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비로소 국가 경쟁력으로 완성되는 만큼, 이번 협약을 시작으로 관련 인프라와 제도 설계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뒤따를지 주목된다.

그럼에도 이번 런던 협약 서명식은 프라보워 대통령이 국가적 우선순위를 ‘기술’에 두고 있음을 국제무대에서 재확인한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가 Arm 생태계와의 협력을 발판으로 반도체 설계 역량과 전략 IP를 축적하고, 이를 자동차·IoT·데이터센터·가전은 물론 자율주행과 양자 컴퓨팅 같은 차세대 분야로 확장해 나갈 수 있을지, ‘2045 비전’의 성패를 좌우할 또 하나의 시험대가 시작됐다. (편집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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