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변화 덮친 자카르타, ‘호흡기 비상’… 적응 낯선 외국인 각별한 주의 요망

▲비오는 날 마스크를 쓰고 자카르타 모나스 타워 단지를 걷고 있는 시민. 사진. 한인포스트 AI

불규칙한 날씨와 대기질 악화로 ‘급성 호흡기 감염증(ISPA)’ 환자 250만 명 육박 현지 풍토 면역 약한 외국인, 증상 악화 위험 높아… 위생 수칙 준수 필수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가 최근 널뛰는 날씨 변화와 대기질 악화로 인한 ‘급성 호흡기 감염증(ISPA, Infeksi Saluran Pernapasan Akut)’ 확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250만 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며 보건 당국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현지 기후와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교민 및 외국인 체류자들의 각별한 건강 관리가 요구되고 있다.

자카르타 주 보건국(Dinkes)이 최근 발표한 모니터링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월부터 11월까지 자카르타 지역 내에서 보고된 ISPA 누적 환자 수는 2,534,781건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단순한 계절성 질환의 유행을 넘어선 수치로, 보건 당국은 기후 변화에 따른 극심한 날씨 변동과 악화된 대기 환경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민들의 호흡기 면역 체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 현지 환경 낯선 외국인, ‘건강 사각지대’ 우려

문제는 이러한 환경적 요인이 현지인보다 인도네시아의 고온다습한 기후와 변화무쌍한 날씨 패턴에 익숙하지 않은 외국인들에게 더욱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을 비롯한 온대 기후권에서 온 교민이나 주재원들은 급격한 기온 변화나 습도, 그리고 자카르타 특유의 대기 오염 물질에 대한 신체 적응력이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 자카르타는 우기와 건기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등 기상이변 현상이 잦아지며 낮에는 폭염이, 밤에는 기습적인 호우가 쏟아지는 날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면역력이 약한 외국인 거주자들에게 호흡기 점막의 건조나 염증을 유발하기 쉽고, 단순 감기로 오인하여 치료 시기를 놓칠 경우 폐렴 등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위험성이 크다.

현지의 한 의료 전문가는 “한국인 등 외국인 환자들의 경우, 초기에는 가벼운 목감기나 알레르기 증상으로 생각하고 약국에서 산 일반의약품에 의존하다 증상을 키워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자카르타의 ISPA는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등 환경적 독소 요인이 결합된 경우가 많아, 현지 풍토병에 대한 면역이 없는 외국인은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보건당국, “마스크 착용·손 씻기 등 기본 수칙이 1차 방어선”

아니 루스피타와티(Ani Ruspitawati) 자카르타 주 보건국장은 지난 9일 성명을 통해 이번 사태의 심각성을 경고하며 전 시민을 대상으로 ‘깨끗하고 건강한 생활 습관(PHBS)’의 철저한 준수를 촉구했다.

아니 국장은 “현재의 ISPA 증가세는 불안정한 기후와 환경 요인이 시민들의 호흡기 방어막을 뚫고 들어온 결과”라며 “보건국은 자카르타 전역의 발병 동향을 24시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비누를 이용한 꼼꼼한 손 씻기, 호흡기 증상이 있거나 대기질이 나쁠 때 마스크 착용하기, 기침 예절 준수는 감염 확산을 막는 선택이 아닌 필수적인 자기 방어 수칙”이라고 강조했다.

보건당국은 외국인 거주자들을 포함한 시민들에게 면역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 요령도 제시했다. ▲균형 잡힌 영양 섭취 ▲충분한 수분 섭취 ▲규칙적인 신체 활동 ▲충분한 휴식을 권장했으며, 특히 노약자나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은 반드시 백신 접종을 통해 사전에 예방할 것을 당부했다.

◇ “증상 발생 시 즉시 병원 찾아야”… 조기 치료가 관건

[자카르타 보건국(Dinkes) 제시 주요 행동 요령]

▲ 흐르는 물에 비누로 30초 이상 손 씻기 생활화 ▲ 발열 및 기침, 인후통 등 호흡기 증상 시 마스크 필수 착용 ▲ 미세먼지 농도가 높거나 대기질 악화 시 불필요한 외출 자제 및 KF94 등급 이상 마스크 착용 ▲ 기침 시 옷소매로 입과 코 가리기 등 기침 예절 준수 ▲ 하루 2리터 이상의 충분한 수분 섭취와 규칙적인 운동으로 면역력 강화 ▲ 65세 이상 노약자 및 기저질환자 등 고위험군 예방접종 적극 참여 ▲ 호흡기 증상 발생 시 자가 진단 대신 즉시 의료기관 방문 및 전문의 진료

자카르타 주정부는 급증하는 환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1차 의료 서비스 역량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또한 관련 부처 간 협력을 통해 환경 요인을 통제하고, 위험 정보를 시민들에게 신속히 전달하는 체계를 구축 중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즉각적인 대응이다. 아니 국장은 “호흡기 이상 징후가 나타날 경우 지체 없이 의료기관을 방문해 적시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며 “조기 치료만이 증상 악화를 막고 치명적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조언했다.

한인 관계자들 역시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은 외출 시 마스크 착용을 생활화하고, 실내 공기 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며 “조금이라도 호흡기에 불편함이 느껴지면 한국에서의 경험에 의존하기보다 현지 의료기관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입을 모았다.

자카르타 빗물서 미세플라스틱 다량 검출… “우천 시 마스크 착용” 권고

보건부 장관·주지사 긴급 회동… 국가연구혁신청 “모든 샘플서 입자 확인”
인도네시아 수도 자카르타의 빗물에서 다량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됨에 따라 보건 당국이 시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정부는 비가 올 때 실외 마스크 착용을 강력히 권고하는 등 긴급 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지난 10월 28일 부디 구나디 사디킨 인도네시아 보건부 장관은 프라모노 아눙 자카르타 주지사와 긴급 회동을 가진 뒤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자카르타 지역 빗물 오염에 따른 시민 건강 보호 조치’를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인도네시아 국가연구혁신청(BRIN)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른 후속 대응이다.

BRIN은 2022년부터 진행한 자카르타 대기 및 강수 정밀 조사 결과를 최근 공개했다. 연구를 총괄한 무하마드 레자 코르도바 수석 연구원은 “조사 기간 수집된 자카르타 지역의 모든 빗물 샘플에서 예외 없이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검출됐다”며 “이는 대기 중 미세플라스틱 오염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라고 설명했다.

연구팀 분석 결과,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주요 발생원은 도시 내 인간 활동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류의 합성 섬유 조각 ▲자동차 타이어 마모 입자 ▲플라스틱 폐기물의 소각 및 풍화 파편 등이 주요 오염원으로 지목됐다.

이러한 오염 물질이 대기 중에 부유하다 수증기와 응결, 빗물과 함께 지표면으로 낙하하는 경로가 확인된 것이다.

부디 장관은 이날 회견에서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유입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하며, 시민들에게 우천 시 외출을 자제하고 불가피한 외출 시에는 마스크를 착용할 것을 거듭 당부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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