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첨단기술 도입 정책과 자국 산업보호 사이 갈등 심화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정부가 미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수입관세 철폐와 국산부품사용요건(TKDN) 완화 방침을 발표하면서 현지 의료기기 산업계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조치가 국내 산업 기반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인 기술 자립화 목표를 저해할 것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어, 정부의 첨단기술 도입 정책과 자국 산업보호 사이의 갈등이 본격화되고 있다.
업계 “국내 산업 경쟁력 약화” 강력 반발
인도네시아 의료기기제조업협회(Aspaki)는 최근 발표한 공식 성명에서 “미국과의 새로운 무역협정은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산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에 심각한 위협을 가할 수 있다”며 정부 정책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아스파키의 에르윈 헤르만토 제1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산 제품들이 이미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관세 철폐까지 단행되면 가격 경쟁력까지 확보하게 되어 국내 시장을 급속도로 잠식할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시장은 전체 수요의 약 80%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헤르만토 회장은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수입 의존도가 더욱 심화되어 국내 제조업체들의 생존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며 정부의 정책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했다.
TKDN 완화가 “나쁜 선례” 될 것 우려
업계가 특히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은 국산부품사용요건(TKDN) 완화 조치다. TKDN은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이전 촉진을 목적으로 도입된 인도네시아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 중 하나로, 일정 비율 이상의 국산 부품 사용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헤르만토 회장은 “이번 TKDN 완화 합의는 기술 이전을 동반한 해외 직접투자를 저해하고, 국내 기업들의 혁신 동력을 약화시키는 나쁜 선례가 될 것”이라며 강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러한 정책 방향은 결국 산업 기반의 퇴보와 조기 탈산업화라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업계는 중국을 비롯한 다른 경쟁국들이 미국과 유사한 조건을 요구할 경우 불공정 경쟁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점도 우려 사항으로 제기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 의료기기 산업 전반의 경쟁 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제한적 범위 첨단기술 도입” 해명
이러한 업계의 반발에 대해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조치가 제한된 분야에만 적용되는 선별적 정책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아일랑가 하르타르토 경제조정부 장관은 공식 브리핑에서 “TKDN 면제는 통신, 데이터센터, 의료기기 등 일부 첨단기술 분야에만 국한되어 적용되며, 관련 부처의 기술 규정과 안전 기준은 여전히 준수해야 한다”고 명확히 했다.
아구스 구미왕 산업부 장관도 “TKDN 의무화는 정부 조달 시장 참여나 특정 유통 허가가 필요한 경우에만 적용되는 것”이라며 “민간 기업이 정부 납품에 관심이 없다면 굳이 TKDN 인증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상세히 설명했다. 구미왁 장관은 또한 미국과의 협상이 아직 최종 타결 단계에 이르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이번 정책이 인도네시아의 의료 서비스 질 향상과 첨단 의료기술 접근성 확대를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의료 인프라 고도화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선진 의료기기의 신속한 도입이 국가적 과제로 부상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수입 현황과 시장 전망
인도네시아 중앙통계청(BPS)이 발표한 최신 통계에 따르면, 대미 의료기기 수입액(HS 코드 90 기준)은 2024년 현재 3억 8,200만 달러를 기록하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년 동기 대비 약 15%의 증가율을 나타내고 있어 미국산 의료기기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확대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기존에 적용되던 5~7% 수준의 수입관세 장벽이 완전히 제거되면 미국산 제품들의 가격 경쟁력이 크게 향상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전문가들은 관세 철폐만으로도 미국산 의료기기의 시장 점유율이 현재 35% 수준에서 50% 이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특히 고가의 정밀 의료기기 분야에서는 미국 제품들의 기술적 우위가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어, 국내 제조업체들의 경쟁 여건이 크게 악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장기적 산업 발전 전략 딜레마
이번 사안은 인도네시아가 직면한 산업 발전 전략의 근본적 딜레마를 드러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첨단 기술 도입을 통한 산업 고도화와 의료 서비스 질 향상이라는 단기적 목표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자국 산업 보호와 기술 자립을 통한 장기적 경쟁력 확보라는 과제가 상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스파키 측은 “정부의 체계적인 보호 정책 없이는 의료기기 생산 자립이라는 국가적 목표 달성이 요원해질 것”이라며 정부의 일관성 있는 국산품 사용 증진 정책(P3DN) 유지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업계는 특히 현재 추진 중인 ‘메이드 인 인도네시아’ 정책과의 정합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정부가 한편으로는 국산품 애용을 강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수입품에 대한 특혜를 확대하는 것은 정책의 일관성을 해치는 모순된 행위라는 지적이다.
향후 전망과 과제
전문가들은 이번 논란이 인도네시아 정부의 향후 통상정책 방향에 중요한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과의 협정을 통해 설정된 선례가 유럽연합, 일본, 중국 등 다른 주요 교역국과의 협상에서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대학교 경제학과의 리자 라디야 하킴 교수는 “정부는 단기적 이익과 장기적 산업 발전 목표 사이의 균형점을 신중하게 모색해야 한다”며 “성급한 시장 개방이 자국 산업 기반을 훼손하지 않도록 세밀한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정부는 업계의 우려를 일부 수용하여 단계적 시행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부처는 TKDN 완화 대상을 더욱 세분화하고, 국내 기업들에 대한 별도의 지원 방안을 마련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정할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다.
이번 미국산 의료기기 TKDN 면제 논란은 개발도상국이 직면하는 전형적인 정책 딜레마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정부가 장기적 관점에서 어떤 정책적 균형점을 찾아낼지, 그리고 이번 결정이 인도네시아 보건 산업 생태계 전반에 어떤 파급효과를 미칠지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으로 정부와 업계 간의 대화를 통해 상호 수용 가능한 해결방안이 모색될지, 아니면 정책 갈등이 더욱 심화될지 그 귀추가 주목되는 상황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이 기사가 정보에 도움이 되셨는지요? 기사는 독자 원고료로 만듭니다. 24시간 취재하는 10여 기자에게 원고료로 응원해 주세요. * 인도네시아 BCA 0657099868 CHONG SUN * 한국 계좌번호 문의 카톡 아이디 haninpost

![[속보] 2026년 인도네시아 최저임금 발표 연기… “지역별 현실 반영한 새 산정 방식 마련”](https://haninpost.com/wp-content/uploads/2024/12/▲야시에를리-노동부-장관-180x135.jpg)









![[KOTRA] 2025 인도네시아 외국인투자 관련 규정 변경 안내](https://haninpost.com/wp-content/uploads/2021/11/KOTRA-180x124.jpg)






![[기획] 투자청, 외투기업(PMA) 최소 자본금 Rp.100억에서 25억으로 대폭 인하… “비자 단속 숨통” 세부조항](https://haninpost.com/wp-content/uploads/2025/11/투자조정청BKPM은-2025년-10월-2일부터-발효된-새로운-규정을-통해-외국인-투자-법인-PMA-설립-최소-납입-자본금-요건-완화했다.-180x135.jpeg)


























카톡아이디 haninpos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