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디오) 330만 마약중독·연 500조 피해… 마약에 잠식당하는 인도네시아

국가마약청 “국가 안보 위협하는 재앙적 수준”… 해상 밀수 90% 육박, 농어촌까지 확산 정부,
‘깨끗한 마을’ 등 지역사회 연계 풀뿌리 예방책으로 총력 대응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가 걷잡을 수 없이 번지는 마약 문제로 국가 존립을 위협받는 심각한 위기에 처했다.

인도네시아 국가마약청(BNN)은 국내 마약 중독자가 330만 명을 넘어섰으며, 이로 인한 연간 사회·경제적 피해액이 500조 루피아(한화 약 42조 원)에 달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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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단순 범죄를 넘어 국가 시스템 전반을 마비시키고 안보의 근간을 흔드는 재앙적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마르티누스 후콤 BNN 청장은 지난 9일(수) 서부 자바주 가룻군에서 열린 ‘깨끗한 마을(Desa Bersinar)’ 프로그램 강화 행사 연설에서 암울한 현실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그는 “330만 명에 달하는 우리 국민이 마약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개탄하며, “이는 인도네시아가 거대 마약 범죄 조직에게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막대한 잠재적 시장을 제공하는 것과 같다”고 현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 연간 500조 루피아, 천문학적 사회적 비용

BNN이 추산한 연간 피해액 500조 루피아는 마약의 파괴력이 얼마나 심각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금액에는 단순 마약 거래액뿐 아니라, 중독자 치료 및 재활 비용, 마약 범죄로 인한 생산성 저하, 교도소 운영 등 국가가 감당해야 할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모두 포함되어 있다.

후콤 청장은 “현재 인도네시아 전체 교도소 수감자의 52%가 마약 사범”이라는 충격적인 통계를 제시했다. 그는 “국가는 이들을 관리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국민은 마약 구매에 돈을 탕진하고 있다.

이는 국가와 국민 모두가 헛된 일에 자원을 낭비하는 비극”이라며 국가적 손실을 지적했다. 마약 문제는 국민 건강을 해치는 것을 넘어 국가 재정을 좀먹고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바다에서 시작되는 비극… 해상 밀수 경로의 취약성

1만 7천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지리적 특성은 인도네시아를 마약 밀수의 온상으로 만들고 있다. 후콤 청장은 인도네시아로 유입되는 불법 마약의 약 90%가 감시가 허술한 해상 경로, 특히 수많은 작은 항구와 해안선을 통해 밀반입된다고 밝혔다.

그는 과거 서부 자바 남부 해안에서 단일 사건으로는 이례적인 1톤 규모의 필로폰(메스암페타민) 밀수를 적발했던 사례를 언급하며, “이는 일부 국민이 경제적 이익 등을 이유로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국제 마약 조직의 국내 유입 통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외부로부터의 마약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국경 및 해안선 감시 시스템 강화가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도시를 넘어 농어촌으로… 변모하는 마약 확산 양상

과거 대도시 유흥가를 중심으로 퍼지던 마약 문제는 이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마약 유통망이 농촌과 어촌 마을 깊숙이 파고들며 사회의 가장 취약한 계층을 위협하고 있다. 특히 농장 노동자, 광부, 어부 등 공식 노동 시장 밖에 있는 비공식 부문 노동자들이 범죄 조직의 새로운 표적이 되고 있다.

범죄 조직들은 “필로폰을 투약하면 피로를 잊고 더 오래, 더 열심히 일할 수 있다”는 거짓 선전으로 고된 노동에 지친 이들을 유혹하고 있다.

후콤 청장은 “이는 더 나은 삶을 위해 땀 흘려 일하려는 노동자들의 순수한 마음을 이용하는 가장 악랄하고 비열한 함정”이라고 강력히 경고하며, 마약이 일시적인 각성 효과를 줄 수는 있지만 결국 신체와 정신을 파괴하고 삶 전체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뿐이라고 강조했다.

■ “정부만으론 역부족”… 지역사회가 나서는 풀뿌리 예방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BNN은 강력한 단속과 처벌 기조를 유지하는 한편, 정책의 무게 중심을 예방 활동으로 옮기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깨끗한 마을(Desa Bersinar)’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중앙 정부 주도의 하향식 정책에서 벗어나, 가족과 이웃 등 지역사회 구성원들이 마약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자체적인 방어 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후콤 청장은 “마약과의 전쟁은 정부 기관의 노력만으로는 결코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마약의 생산부터 유통, 소비에 이르는 악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기 위해서는 사회의 가장 작은 단위인 마을 공동체, 즉 풀뿌리 단계에서 국민 모두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가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인도네시아 정부와 국민이 국가의 명운을 걸고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이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 (Rizal Akbar Fauzi 정치 경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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