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검찰, ‘특별법 없는 도청’ MOU 체결 논란… 국회 소환 초읽기

주요 이동통신사와 MOU 체결…”헌법적 권리 제한” 우려 증폭

인도네시아 검찰청(Kejaksaan Agung, Kejagung)이 별도의 도청 특별법 없이 국내 4대 이동통신사와 정보 수집 및 통신기록 제공에 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사생활 침해와 헌법상 기본권 보장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국회는 검찰총장 직접 소환을 예고하는 등 책임 추궁에 나설 전망이다.

MOU 체결 경위 및 주요 내용

문제의 MOU는 지난 6월 25일 검찰청과 텔콤셀, 인도삿 등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 4곳이 범죄수사 및 정보 활동 협력을 명분으로 체결했다.

구체적으로, 통신사들은 범죄 수사상 필요할 때 검찰의 요청에 따라 정보 도청과 통신 기록 제공 등 포괄적 지원에 협조하게 된다.

검찰 측은 “개정 검찰법(2021년 제11호 제30C조)에 따라 적법하고 필요한 조치”라며, “강력범죄 추적, 국가안보 유지, 도주자 검거 등 다양한 수사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불가피한 법집행 수단”이라고 그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회·정치권 “헌법상 기본권 침해 우려…명확한 법률 근거 필요”

하지만 인도네시아 국회(DPR RI)와 시민사회단체, 법조계에서는 ‘특별법 부재’ 하의 협력 MOU가 국민의 통신비밀권·사생활 보호권 등 헌법상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수 있다고 강하게 경고하고 있다.

하원 제3위원회 소속 나시르 자밀 의원은 지난 30일 공식 서면 브리핑을 통해 “검찰청의 이번 결정은 국민의 헌법적 권리 제한에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헌법재판소 결정(사건번호 5/PUU-VIII/2010)에서도 이미 통신 도청은 반드시 국회가 제정한 별도의 특별법으로만 규율되어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2021년 개정 검찰법에도 불구하고, 도청 권한을 위한 구체적 특별법 제정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법 조항의 자의적 해석과 법집행 남용을 방지하고 국민의 권리 보호를 위해 투명한 해명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자밀 의원은 “제3위원회가 7월 초 검찰청을 소환해 MOU 세부 내역과 현행법 해석, 법적 타당성 및 절차적 적정성 여부를 꼼꼼히 따질 계획”이라고 밝혀, 국회 차원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개선 요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푸안 마하라니 하원의장은 “법 집행의 중요성과 국민의 헌법적 권리 보호 간 균형이 절실하다”며, “디지털 시대 개인정보 보호 문제의 엄중함을 감안할 때, 검찰과 통신기업이 어떤 방식으로 협력 논의를 해왔는지 국회 및 국민 앞에 투명하게 설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회는 본 건 이행 과정 전반을 엄정하게 감독하겠다”고 거듭 경고했다.

검찰·통신사 입장…“법 테두리 내 신중한 도청, 일반 대중 침해 없다”

이 같은 정치권·시민단체의 비판에 대해 검찰 측은 “모든 수사와 협력이 현행법 범위 내에서 신중하고 절제된 방식으로 이뤄질 것”임을 재차 강조했다.

레다 만토바니 정보담당 검찰차장은 “이번 MOU는 관련 법령에 근거한 공정하고 정당한 법집행 과정”이라며 “중대범죄, 도주자 추적 등 국가 안전과 공익을 위한 수사 효율화에 직접 기여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할리 시레가르 검찰 법률센터장 역시 “수배자 추적, 긴급한 범죄대응 등 정당한 목적에 한정해 통신사와의 협조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일반 국민의 일상적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침해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법조계·시민사회계, “특별법 없는 도청 MOU 위험한 선례 될 수도”

하지만 시민사회와 법조계에서는 사회적 통제의 사각지대에서 행정기관과 사기업 간 MOU만으로 도청이 집행될 경우, 국민 권리를 침해하는 위험한 선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법률구조재단(YLBHI) 등은 “법적 정당성과 감시 장치가 미흡한 상황에서 MOU만으로 권력기관에 국민 통신정보 접근을 허용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 침해”라며, 철저한 법적·사회적 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이번 국회 소환 사태를 계기로 수사기관의 편의와 국민 기본권 보호 사이의 오랜 쟁점이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다수 전문가들은 “기술 발전에 맞춰 통신·정보 보호와 국가 법집행 권한의 경계를 재설정할 필요가 있다”며, 특별법 제정 등 근본적인 제도 개선 논의가 시급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민 신뢰 확보 위한 제도 개선 시급

인도네시아 검찰과 이동통신사가 맺은 도청 관련 MOU를 둘러싼 이번 논란은 ‘수사 효율’과 ‘국민 기본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사회적 합의와 제도적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분명히 보여준다.

국회의 철저한 사실 규명과 합리적인 제도 정비를 통한 신뢰 회복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상황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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