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이(Sinarmas World Academy / 12학년)
유엔은 1945년 설립 이후 193개 회원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국제기구이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는 일반인에게 가장 익숙하게 알려진 유엔의 17가지 선도적 활동의 하나로, 2030년까지 전 세계 생활 수준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회, 경제, 환경 전반에서 지속가능성을 평가하는 척도로 활용되며 각국 정부와 유엔 기관, NGO 간의 협력을 독려하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SDG 4: 양질의 교육’은 교육을 인권 향상의 핵심 수단으로 보고, 모든 사람이 동등한 교육 기회를 누릴 수 있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유네스코(UNESCO)는 2020년 발간한 “세계 교육 현황 보고서”를 통해 전세계에 2억 5800만 명의 학교 밖 청소년들이 존재한다고 보고했다.
전세계 인구의 17%에 달하는 충격적인 숫자이다. ‘가난의 대물림’을 초래하는 빈곤의 굴레를 끊어내는 것이 SDG 4의 궁극적인 비전이지만, SDG 4를 통해 교육을 보장받는 대상은 학생만이 아니다. 세부 목표 4.3은 2030년까지 “모든 여성과 남성에게 적정 가격의 기술 및 직업 교육, 대학을 포함한 3차 교육이 대한 동등한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기술교육과 직업훈련을 통해 평생학습 제공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각국의 정부는 자국의 청소년들이 학생의 신분으로 안전하고 평등한 교육을 제공받는 것에 주력하고 있다. 빈곤과 교육의 부재가 악순환을 반복하며 불평등을 가속시키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교육은 단순한 기회 제공을 넘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 접근이 필요하다.
한 예로, APEC 국제교육협력원의 ALCoB 협력 프로젝트는 한국과 인도네시아 간 국제 교류를 통해 교육 기회의 확대와 양국 간의 문화적 이해를 증진한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한국과 인도네시아의 학교가 알콥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문화 교류를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2024년 9월 14일, 한국에서 온 전주전라초와 한솔초, 인도네시아의 SDN Ujung Menteng 01 Pagi와 Bina Insani 초등학교가 국제적인 문화 교류를 위해 인도네시아의 가장 잘 알려진 공원인 Taman Ismail Marzuki에 모였다. 행사는 “PEACE: Partnership for Education and Cultural Exchange”의 주제로 진행되었다.
네 게 학교는 알콥 협력 프로젝트에 참여하여 양국 학생들에게 다문화적 이해와 세계 시민 의식을 함양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학교는 공동 워크숍, 문화 교류 활동, 그리고 팀별 프로젝트 등을 통해 학생들이 서로의 문화와 전통을 이해하며 글로벌 문제를 협력적으로 해결하는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안내하였다.
행사는 양국의 애국가를 함께 선창하는 것으로 시작해 전주전라초와 Bina Insani 초등학교의 문화교류 무대, 선배 국제학교 학생의 세계시민 발표, 한솔초와 SDN Ujung Menteng 01 Pagi의 문화교류 무대, 합동 마우메레 춤 순서로 진행되었다.
학생들은 지난 몇달간 온라인으로 진행해온 국제교류 수업을 되돌아보며 추억하는 시간을 가진 데 이어 양국의 전통 춤을 선보였다. 한국의 탈춤과 부채춤, 인도네시아의 메락 댄스와 우산춤, 파융 댄스가 있었다. 메락 댄스는 나비를 형상화한 날개옷을 입고 추는 춤으로 화려함에 보는 이를 압도하였다.
몇달간의 여정을 이끌고 PEACE 행사를 실현시킨 장본인은 바로 전주전라초 이창근 선생님이다. 이창근 선생님은 작년에 전주전라초와 SDN Ujung Menteng 01 Pagi의 국제교류 수업과 오프라인 문화교류를 추진한 데 이어 올해도 알콥 프로젝트의 범위를 넓혀나갔다.
최근에는 방콕에서 대한민국 교육부, 태국 교육부, APEC국제교육협력원이 공동 주최한 “제 21회 국제 알콥 컨퍼런스”에 참석하여 다른 교육자들과 함께 네트워크를 쌓고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 GCED)을 강화하였다. 이창근 선생님은 “모든 학생이 소중한 국제교류 경험을 통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는 것이 나의 유일한 바람”이라며 “앞으로 전세계의 모든 학생이 동등한 교육의 권리를 보장받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또한,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제학교 선배 학생이 “국제교류수업을 통해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라는 주제로 연설을 했다. Sinarmas World Academy 12학년 김재이 학생은 “동화 쓰는 안과의사”를 꿈꾸게 된 이야기를 풀어나가며 학생들을 격려했다. 김재이 학생은 “작년 9월, 배를 타고 섬마을을 방문해 인도네시아 안과의사 협회 PERDAMI의 무료 눈 검사를 돕고 안경을 나누어줬다.
이 경험에서 영감을 받아 1년간 과학 과외를 하며 번 400만원을 전액 기부해 섬마을 사람들의 백내장 수술에 드는 운송 및 숙박 비용을 지원했다”며 “이러한 국제교류 기회가 더욱 많아져 학생들이 각자만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야기꾼’으로 성장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더 나아가 이번 PEACE 행사는 주 인도네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박수덕 공사가 참석해 축사를 건네어 더욱 의미가 더해졌다. 박수덕 공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는 국경을 넘어 문화적 가교를 쌓고, 하나의 교육 공동체로 연결되었다”며 “앞으로도 이러한 문화교류 활동에 대해 무조건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아시아 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APEC)은 1989년 설립된 국제 기구로서, 범국가적 경제적·정치적 연대를 강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회원국 간 지식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2002년 설립된 APEC 국제교육협력원은 “Innovation (미래 교육의 혁신 주도), Aspiration (교육격차 해소를 향한 열정), Cooperation (다자간의 협력 증진), 그리고 Embracement (포용적 교육을 위한 상생)”의 네가지 목표를 가진다.
더 나아가 2020년에는 전문성과 체계성을 인정받아 대한민국 교육부로부터 이러닝 (e-learning) 세계화 전담 연수 센터로 지정되었다. APEC 국제교육협력원의 알콥 협력 프로젝트는 APEC의 21개 회원국 및 사우디아라비아, 예멘, 인도가 참여하는 국제 학습 공동체이다. 알콥 프로젝트의 확장을 통해 사회계층 간의 교육격차가 더욱 좁혀지길 기대한다.
문득 1970년대 한국의 과도기적 자본주의 사회를 고발한 조세희 작가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속 구절이 생각난다. “천국에 사는 사람들은 지옥을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우리 다섯 식구는 지옥에 살면서 천국을 생각했다.” 자본이 자본을 낳고 가난이 가난을 낳는 뫼비우스의 띠를 끊지 않는 이상 “불평등”은 띠를 따라 수도 없이 반복될 것이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욱 기울일 것이다.
이를 타개할 유일한 방법은 “교육”이다. 교육을 통해 해소되지 않은 불평등과 부당함을 정확히 인지하는 것이야말로 난장이가 꿈꾸던 유토피아에 한발짝 다가서는 일이 아닐까. 더 많은 “이창근 선생님”이 세상에 생겨나 교육의 불씨를 키워나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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