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거점 투자리딩방 사기조직 8명 일괄 송환

태국에 거점을 두고 한국인을 상대로 투자리딩방 사기 행각을 벌여온 일당이 현지에서 검거돼 한국으로 일괄 송환됐다.

태국에 파견된 한국 경찰관의 적극적인 첩보 수집을 단초로 양국의 신속한 공조 수사가 이뤄지면서 범행이 초기에 발각됐고, 피해금도 대부분 환수할 수 있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경찰청은 지난 27∼2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투자리딩방 사기 조직원인 한국인 피의자 8명을 강제 송환했다고 30일 밝혔다.

20대 7명, 30대 1명인 피의자들은 태국 방콕에 사무실을 마련한 후 가짜 증권거래사이트를 개설, 공모주 등에 투자하면 수익을 내줄 것처럼 속여 국내에 있는 불특정 다수로부터 투자금 명목으로 돈을 받아 가로채는 식의 사기 범죄를 저질렀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는 10여명, 피해금액은 2천200여만원이다. 범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경찰에 덜미를 잡히면서 피해 규모가 커지진 않았다.

이번 수사는 태국 경찰청에서 파견 근무 중인 경찰청 소속 경찰협력관이 지난 7월 관련 첩보를 처음 입수하면서 시작됐다.

경찰협력관은 태국 경찰청 이민국과 첩보를 공유하고 함께 추적한 끝에 지난달 21일 합동 검거 작전을 개시해 현장에서 피의자 8명 전원을 현지 이민법 위반 혐의로 검거했다.

경찰청은 검거 직후 전담 수사팀(서울청 금융범죄수사대)을 지정하고 수사에 착수하는 동시에 경찰협력관을 통해 범행 증거물 확보에 집중했다. 수사팀은 국내에서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대상자들을 선별·접촉해 피해 진술을 확보하고 증거물을 분석했다.

경찰청은 태국 경찰의 협조 아래 국내 수사팀을 이달 초 방콕으로 파견해 현지에서 조사도 진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피의자들에 대한 국내 체포영장을 신속하게 발부받았고 피해 금액의 대부분인 2천100여만원을 환수해 피해자들에게 반환 조치했다.

피의자 송환도 특수 작전처럼 이뤄졌다. 한국 경찰이 국적기로 4명을, 태국 경찰이 자국 항공편으로 4명을 총 네차례에 걸쳐 합동으로 일괄 송환했다.

서울청 수사팀은 향후 추가 수사를 통해 구체적인 범행 기간과 추가 피해 여부 등을 확인할 예정이다.

이준형 경찰청 국제협력관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최초 첩보 입수 후 송환까지 3개월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은 공조가 매우 신속히 진행된 것”이라며 “피의자들에게서 범행에 쓰려던 230만건의 개인정보 자료가 발견됐는데, 범행 초기에 검거함으로써 자칫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는 추가 범행을 막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이어 “올해 국외도피사범 집중관리체계 도입 이후 역대 가장 많은 도피사범 345명을 국내 송환했다”며 “앞으로도 인터폴 미래치안 회의, 인터폴 국외도피사범 검거작전(Infra-SEAF) 등 핵심 정책을 바탕으로 국제 공조를 선도하고 민생 침해 범죄자를 끝까지 추적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찰은 이번 사건에서 공로가 큰 경찰협력관도 확대할 계획이다.

경찰협력관은 경찰주재관과 달리 현지 경찰청에서 근무하며 국외도피사범 검거·송환 업무에 집중해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 현재 국외도피사범 업무를 전담하는 경찰협력관은 태국에 2명, 베트남에 1명이 있는데 향후 캄보디아에도 파견할 방침이다.

한국 경찰청에 파견 근무 중인 태국왕립경찰청 소속 나곤 프롬마 소령은 이날 브리핑에 참석해 “태국 경찰도 사기 범죄 근절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며 “양국 경찰의 오랜 협력관계가 앞으로 더욱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