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9월2일부터 12일간 인도네시아 등 4개국 순방

▲국립 대테러청(BNPT) 대성당 보안 점검 실시

인도네시아·파푸아뉴기니·동티모르·싱가포르 방문
87세 교황 장기순방에 건강 주목…기후변화, 종교화합이 주요 의제

프란치스코 교황이 9월 2일(현지시간) 아시아·오세아니아 4개국 사도 순방길에 오른다.

이탈리아 로마에서 출발해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 동티모르를 거쳐 9월 13일 싱가포르에서 모든 일정을 마치는 총 12일간의 대장정이다.

교황 재임 기간 중 가장 긴 해외 순방 일정이다. 비행 거리만 3만3천㎞에 달한다. 87세의 고령인 데다 무릎과 허리 통증으로 보행이 불편한 교황에게 힘든 여정일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29일 교황이 이번 아시아·오세아니아 순방에서 기후 위기 메시지를 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2013년 즉위 이래 탄소 배출을 줄여 기후 위기에 대처하자고 꾸준히 요구해왔다.

2015년에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기후 변화 이슈를 다룬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해 유엔이 그해 12월 파리 기후협정을 채택하는 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받는다.

교황이 이번에 방문하는 인도네시아, 파푸아뉴기니는 해수면 상승으로 국토가 가라앉는 등 기후 변화의 영향을 크게 받는 국가로 꼽힌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해수면 상승에 대비해 수도 이전까지 추진하고 있다.

교황은 4개국에서 40개 이상의 행사를 주례한다. 또한 4개국 모두 야외 가톨릭 미사를 집전한다.

무더위 속에서 해외 순방에 나서는 교황에 대해 우려도 나오지만 한편으로는 한동안 건강 이상설에 시달렸던 그가 건재를 과시할 기회라는 평가도 있다.

미국 빌라노바대의 신학 교수인 마시모 파졸리는 로이터 통신에 “교황은 자신이 여전히 14억명의 가톨릭 신자를 이끌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역대 교황 가운데 80대 중후반의 나이에 해외 순방에 나서는 것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처음이라고 파졸리 교수는 지적했다.

프란치스코의 전임자인 베네딕토 16세는 85세에 자진 사임했고, 그에 앞서 요한 바오로 2세는 84세로 선종했다.

교황의 이번 순방은 가톨릭교회에서 점차 커지는 아시아의 입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 신자가 점차 줄어드는 것과는 달리 출산율이 높고 새 신자가 늘어나고 있는 남미, 아프리카, 아시아가 가톨릭의 새 터전이 됐다.

미국 싱크탱크인 우드로 윌슨 센터의 고토 시호코 인도·태평양 국장은 “교황의 이번 방문은 가톨릭교회에 아시아의 전략적 중요성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말했다.

교황의 첫 방문지인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90%에 가까운 약 2억4천만명이 무슬림인 세계 최대 이슬람 국가다. 그런데도 종교의 자유가 보장돼 전체 인구의 약 3%인 850만명이 가톨릭 신자다.

파푸아뉴기니는 인구 약 1천만명 가운데 27%가 가톨릭 신자고 동티모르는 인구 약 130만명 중 96%가 가톨릭 신자로, 아시아에서 가톨릭 신자 비율이 가장 높다.

싱가포르는 인구 592만명 중 약 21만명이 가톨릭 신자로 집계된다.

AP 통신은 “교황은 인도네시아에서 종교 화합을 모색하고, 아시아 경제 강국인 싱가포르에선 가톨릭 신자를 격려하는 동시에 중국에 메시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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