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교사를…” 韓, 딥페이크 음란물 취약국 1위…WSJ “전세계적 문제의 진앙”

평화나비네트워크,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 평화나비네트워크 회원 등이 2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딥페이크' 성범죄대응 긴급 대학생 기자회견에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4.8.29

美보안업체 보고서 “전체 피해자중 53%가 한국인…상위 10명 중 8명 韓가수”
“딥페이크 음란물 1년새 464% 급증…피해자 99%가 여성”
외신도 촉각…BBC, n번방·몰카 등 “디지털성범죄 흑역사”

#1. 교사인 A씨는 학생이 알몸으로 합성한 자신의 사진을 직장 및 이름, 전화번호와 함께 SNS에 올려 정신적,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고 괴로운 시간을 보냈다. 모르는 사람들로부터 전화와 카톡, 문자가 와 일상생활에 큰 지장을 겪었다. 같은 학교 다른 선생님 또한 같은 피해를 당했다.

#2. B중학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같은 학교 학우를 대상으로 딥페이크 성인 불법물을 제작해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범죄를 저지른 학생들은 퇴학은커녕 피해 학생과 계속 학교에 다닐 수 있었다. 그 상태로 졸업까지 했다.

#3. 중학생 C양은 초등학교 동창이던 남자 학우가 자신의 프로필 사진으로 누군가에게 합성을 요구한 것을 발견했다. 학교에 알렸으나, 당시 학교는 친구끼리 사과하고 넘어가라고 했다.

29일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발표한 ‘불법 합성물(딥페이크) 성범죄 실태조사 보고서’에는 불법 합성물로 학생과 교사들이 겪는 피해가 여실히 드러났다.

타인의 사진이나 영상물을 성적 불쾌감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합성·편집한 ‘딥페이크’로 직간접적인 피해를 본 학교 구성원은 500명이 넘었다.

불법 합성물 범죄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발생했고, 초·중·고교뿐 아니라, 유치원, 특수학교에서도 피해자가 발생하는 등 대상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돈을 받고 딥페이크를 제작해준 학생도 있었으며, 교사의 ‘가족사진’까지 도용해 불법 합성물을 제작한 사례도 확인됐다,

단순히 자신의 사진이 합성되는 데 그치지 않고, 이와 관련한 협박 범죄에 노출된 사건도 다수였다.

더구나 발생하지도 않은 허위 피해를 빌미로 사진, 신상, 금전 등을 요구하는 협박 사건까지 일어났다.

전교조,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 전교조, 학교 불법합성물 성범죄 실태조사 결과 발표

2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사이버보안 업체인 ‘시큐리티 히어로’는 최근 발표한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지난해 7∼8월 딥페이크 음란물 사이트 10곳과 유튜브·비메오·데일리모션 등 동영상 공유 플랫폼의 딥페이크 채널 85개에 올라온 영상물 9만5천820건을 분석했다.

그 결과 딥페이크 음란물에 등장하는 개인 중 53%가 한국인으로 나타났다.

딥페이크 피해자 중 미국인이 20%로 두 번째로 많았는데 한국과 격차가 컸다. 이어 일본 10%, 영국 6%, 중국 3%, 인도 2%, 대만 2%, 이스라엘 1% 순이었다.

한국인 딥페이크 피해자 대부분은 가수와 배우 등 연예인이었다.

한국에서 최근 여성의 얼굴에 음란물을 합성·유포하는 ‘딥페이크 성범죄’ 확산으로 당국이 집중 단속에 나선 가운데 전세계에 유포된 딥페이크 성착취물 피해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 연예인이라는 해외 보안업체의 조사 결과가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시큐리티 히어로’ 보고서는 “한국은 딥페이크 음란물에서 가장 많이 표적이 되는 나라”라며 “딥페이크는 엔터테인먼트·정치·허위조작정보 등 다양한 목적으로 이용되지만 어떤 국가에서는 특정한 형태의 딥페이크 콘텐츠, 특히 노골적인 콘텐츠에 더 취약하다”고 꼬집었다.

美보안업체 "한국,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
美보안업체 “한국, 딥페이크 음란물에 가장 취약”

美 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 캡처

보고서는 또 딥페이크 음란물의 최다 표적이 된 개인 10명을 꼽았는데 이 중 8명이 한국인 가수였다. 1∼7위와 9위가 한국 가수였고 8위는 태국 가수, 10위는 영국인 배우였다. 보고서는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피해자의 이름은 밝히지 않았다.

가장 큰 피해를 본 한국인 가수는 딥페이크 성착취물 1천595건에 등장했으며 총조회수는 561만회였다. 또 다른 한국 가수는 성착취물 1천238건의 표적이 됐고 조회수는 386만5천회에 달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자 99%는 여성이었고 94%는 연예계 종사자였다.

이번에 분석한 딥페이크 영상물의 98%가 음란물이었으며, 2022년 3천725건이던 딥페이크 음란물이 2023년 2만1천19건으로 464% 급증했다고 파악했다.

시큐리티 히어로는 보고서에서 “딥페이크 음란물은 일정 그룹의 개인이 조작적이고 종종 악의적인 목적에 따른 표적이 된다는 것이 특징”이라며 “유명 인사인 경우가 많은 이들 개인은 딥페이크 창작자들의 시도를 정면에서 마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WSJ은 한국 정부의 딥페이크 음란물 단속 강화 움직임과 함께 이번 보고서 내용을 전하면서 “가짜 음란물을 생성·유포하는 텔레그램 기반 네트워크 적발은 한국이 전 세계적 문제의 진앙임을 시사한다”고 보도했다.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상위 10명 중 8명 한국 가수"
“딥페이크 음란물 피해 상위 10명 중 8명 한국 가수”

美 보안업체 ‘시큐리티히어로’의 ‘2023 딥페이크 현황’ 보고서 캡처

다른 주요 외신들도 최근 수년간 디지털 성범죄와 싸워온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과의 전쟁에 직면했다며 주목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비밀리에 촬영된 성적 영상물인 ‘몰카’를 근절하려 오랜 기간 분투해온 한국이 딥페이크 이미지의 물결과도 전투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영국 BBC방송도 “한국이 딥페이크 음란물 비상사태에 직면했다”며 최근 딥페이크 성착취물 유포 현황과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7일 국무회의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주문한 것 등을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매체는 텔레그램 대화방에서 수많은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한 ‘N번방’ 사건과 탈의실·화장실 등에서의 몰카 등 “디지털 성범죄와 관련한 어두운 역사가 있다”며 “만연한 성희롱 문화 속에서 기술 산업 발전이 디지털 성범죄의 폭발적인 증가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사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