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당 출신 의원 143명 합류…30대 IT 기업가 출신 대표 선임
태국 헌법재판소 결정으로 해산된 태국 제1당인 야당 전진당(MFP)이 민중당(People’s Party)으로 사실상 재창당했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AFP·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 전진당 구성원들은 이날 나따퐁 릉빠냐웃(37)을 새 대표로 하는 민중당 창당을 발표하고 2027년 차기 총선에서 단독 집권을 목표로 하겠다고 선언했다.
헌재 결정으로 정치활동이 금지된 피타 림짜른랏(43) 전진당 전 대표 등을 제외한 전진당 출신 하원의원 143명이 민중당에 합류했다.
민중당은 페이스북을 통해 당 이름과 피라미드를 뒤집어 민중이 지배자 위에 있음을 상징하는 역삼각형 당 로고를 공개하면서 “민주주의 정치 체제에서 가장 신성하고 오래 가는 제도는 나라를 다스리는 최고의 힘을 가진 민중”이라고 천명했다.
나따퐁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전진당의 이념을 계승할 것이다. 나와 우리 당의 임무는 (차기 총선이 열리는) 2027년에 변화를 위한 정부를 수립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총리 역할에 대비하기 위해 나 자신을 끌어올릴 준비가 됐다”면서 자신이 차기 총리가 될 준비가 됐다고 강조했다. 또 왕실모독죄 개정을 조심스럽게 계속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나따퐁 대표는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10여년 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일했다.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기업 경영진으로 재직하던 2019년 전진당에 입당, 정치에 뛰어들어 전진당 사무총장으로 당의 온라인 전략을 맡아 지난해 총선 승리에 기여했다.
전진당은 지난해 5월 총선에서 왕실모독죄 개정, 군 개혁, 경제계의 독점 구조 타파 등 진보적인 공약을 내세워 최다 의석인 148석을 얻는 돌풍을 일으켰다.
그러나 피타 대표가 보수 진영의 반대로 의회 총리 선출 투표를 통과하지 못해 집권에는 실패했다.
이후 기득권 세력의 견제가 이어져 지난 1월에는 헌재가 전진당의 왕실모독죄 개정 계획이 입헌군주제 전복 시도여서 위헌이라며 개정 추진을 즉각 중단하라고 명령했다.
이어 보수 진영 인사들의 청원으로 선거관리위원회가 헌재에 전진당 해산 심판을 청구했다.
헌재는 지난 7일 이를 받아들여 전진당 해산을 결정하고 피타 전 대표 등 당 지도부 11명의 정치 활동을 향후 10년간 금지했다.
이에 유엔과 미국,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졌다. 미 국무부는 지난 8일 “헌재 결정은 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태롭게 하고 강하고 민주적인 미래를 향한 태국인들의 열망에 역행한다”며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다.
헌재는 이와 별도로 오는 14일에는 세타 타위신 총리의 해임 청원에 대해 판결할 예정이어서 태국 정국의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세타 총리는 과거 뇌물 사건으로 징역형을 받은 인사를 장관으로 기용했다가 위헌이므로 해임해달라는 청원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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