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간 대형 테러활동 없어…”최대 자산인 기숙학교 보호 위한 결정”
2002년 200명이 넘는 사망자를 낳은 인도네시아 발리 폭탄 테러의 주동 세력인 테러 단체 제마 이슬라미야(JI)가 공식 해체를 선언했다.
4일 인도네시아 언론 템포 등에 따르면 JI 최고 지도자로 꼽히는 아부 루스단은 지난 2일 공개된 동영상을 통해 “지도자들과 JI 해체를 선언하고 인도네시아 품으로 돌아오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JI 산하 이슬람 기숙학교에서 가르치는 교육과정에서 극단주의 내용을 배제하고 주류 이슬람에 부합하는 내용으로 바꾸겠다며 “인도네시아가 선진국이 될 수 있도록 정부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법적 규정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분쟁정책분석연구소(IPAC)는 성명 영상이 지난달 30일 자카르타 인근 보고르에 있는 국가 대테러청에서 녹화됐으며 루스단을 비롯해 해체 성명에 서명한 이들이 조직 내에서 JI를 대표할 만한 존경과 신뢰를 받는 이들이라고 설명했다.
루스단은 2002년 발리 폭탄 테러 당시 JI의 최고 지도자로 현재 수감 중이다.
IPAC는 또 이들이 조직의 가장 큰 자산인 이슬람 기숙 학교를 보호하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JI는 1993년 이슬람 무장 조직 알카에다의 동남아시아 지부로 인도네시아에서 결성됐다.
이들은 동남아시아 이슬람 통합국가 건설을 목표로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각종 테러를 감행했다.
2002년에는 인도네시아 최대 휴양지 발리의 나이트클럽에서 폭탄 테러를 일으켜 202명이 사망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 당국의 강력한 대테러 정책으로 세력은 점점 약해졌으며 10년 넘게 이들이 기획한 대형 테러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해체 선언에도 JI의 테러 위험이 완전히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경계했다.
인도네시아 싱크탱크 ‘급진주의·탈종교화 연구센터’의 무흐 타우피쿠로만 선임연구원은 “한번 JI는 영원한 JI”라며 지도자들의 선언에 동의하지 않는 급진적인 후배들이 분파를 만들어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정치부)<연합뉴스 협약/ 자카르타 박의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