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원 외교위원회의 아미 베라(민주·캘리포니아) 의원은 조선업이 발전한 한국이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위협을 받는 국가들의 해군 역량 강화를 도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라 의원은 지난 14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의원실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한국이 남중국해의 평화 유지에 기여할 수 있는 방안과 관련해 “한국은 분명 첨단 선박 건조 역량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일부 제3국의 역량 강화를 돕는 게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베라 의원은 일본이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필리핀의 해안경비대 함정 건조를 돕는 것을 거론하면서 “우리가 베트남,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지키는 것을 돕기 위해 그들 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이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다음 단계”라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이 그렇게 할 경우 중국이 도발로 간주할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도발이 아니다. 그저 한 국가의 자국 방어를 도울 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세계 여러 지역에서 작전하는 미국 해군 함정에 유지·보수·정비(MRO)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미국은 일본과는 그런 합의를 했으며 우리가 한국과도 그것을 논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베라 의원은 인터뷰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집권 시 한미관계 변화, 미국이 동맹에 기대하는 역할, 대북 정책 등에 대한 생각을 소개했다.
다음은 베라 의원과의 일문일답.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한미관계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미관계를 굳건하게 유지하기 위해 미국 의회에서 할 수 있는 노력은.
▲ 의회 쪽에서는 아무 변화가 없을 것 같다. 트럼프가 대통령이었을 때를 돌아보면 트럼프가 주한미군 감축에 관해 이야기했을 때 의회가 초당적으로 반대했다. 지금도 그때와 같은 초당적 반대가 의회에 계속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공화당이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하는 것을 보면서 나중에 한국에서 전쟁이 일어나도 비슷한 일이 벌어질까 우려하게 된다.
▲ 공화당이 뭔가 달라지기는 했다. 공화당 과반이 우크라이나 지원법안에 반대했고, 여러 공화당 의원이 정치적인 이유로 반대했던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지원법안을 가결하는 데 필요한 표를 충분히 확보했다. 난 아직 의원 다수는 세계에서 미국의 리더십이 중요하다고 인식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달라진 것은 미국이 유럽에서 전쟁을 끝내고, 중동에서 확전을 막고, 아시아에서 전쟁을 예방하려고 하면서 무기 생산 등에서 힘에 부치고 있다. 2차 대전 이후 세계에 75년간 상대적으로 평화와 안정이 있었지만 우리는 앞으로 75년과 21세기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래서 셈법이 달라졌는데 그것은 유럽이 유럽의 안보를 더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이 유럽에서 철수하는 것은 아니지만 유럽이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한다.
우리는 한국, 일본, 호주 모두 아시아의 안보에서 더 큰 역할을 맡아야 하게 된 것을 목격했다. 다시 말하지만, 미국이 떠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동맹이 달라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시다 총리와 일본이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로 올리겠다고 했다. 그것에는 정치적 대가가 따르며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미국에는 우리가 우리나라를 재건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고, 그게 트럼프가 (유권자를) 두드리는 메시지다. 많은 사람은 우리(미국)가 뒤처지는 것 같다고 느낀다.
미국이 힘에 부쳐서 동맹이 안보를 더 책임져야 한다는 논리는 동맹이 방위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트럼프의 메시지와 비슷하게 들린다.
▲ 만약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이 자리에 있다면 난 이렇게 말할 것이다. 프랑스 국민이 60세에 은퇴하는데 내 지역구 주민이 70세나 75세까지 일해야 한다면 지역구 주민들에게 (프랑스의 방어를 도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다. 프랑스 국민에게 그런 혜택을 제공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그것은 프랑스의 결정이다. 하지만 프랑스가 자국 방어를 부담하지 않는데 내가 유권자들에게 프랑스 방어를 위해 세금을 쓰라고 요청할 수 없다. 그것은 민주당이나 공화당만의 입장이 아니다. 프랑스는 (국방 예산을 늘리겠다고) 약속했지만 경제 대국인 독일은 분발해서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
한국은 늘 안보에 자원을 투입해왔고 강력한 군대를 보유하고 있다. 바로 앞에 위협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비용 분담(sharing the burden)의 문제다. 다시 말하지만, 한국에는 해당하지 않는 메시지이며 일본도 더 노력하고 있다.
현재 한국은 자국 방어를 충분히 책임지고 있나? 한국이 더 부담하거나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 없다. 한국과 비용 분담은 괜찮다.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문제로 삼을 분야일 수는 있겠다. 미국과 한국의 파트너십은 그 어느 때보다 굳건하다.
한국 정부와 기업이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
▲ 한국 기업들이 아마 반도체법을 유리하게 활용해 사업을 키우는 데 가장 적극적이었는데 그런 것들(지원 정책)이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트럼프 본인이 자기 성격 때문에 없애고 싶어 할 수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그렇게 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런 투자의 상당 부분이 텍사스, 애리조나, 오하이오 등 공화당 강세 주(州)에서 이뤄졌기 때문이다. 공화당 의원들이 그런 프로그램을 중단하겠다고 말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트럼프의 본능은 바이든이 한 일을 반대하려고 할 수 있지만, 그랬다가는 트럼프를 지지하는 주들이 피해를 볼 것이다.
미국 의회의 관점에서 한미동맹의 가치를 과거와 비교한다면.
▲ 한미동맹이 그 어느 때보다, 10년 전보다 더 굳건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양국 간 문화 교류다. ‘기생충’ 같은 영화든, 드라마든, BTS든 더 많은 미국인이 한국 문화에 노출됐고 인적 교류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적어도 의회 쪽에서는 미국과 한국, 일본의 동맹을 강력히 유지하는 게 전략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게 동맹에 대한 의지와 헌신을 강화한 것 같다. 그런 것은 선거 결과가 어떻게 되든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내가 트럼프를 대변할 수는 없지만 의회 입장에서는 분명하다.
한미일 3자 협력 전망은.
▲ 우리는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3자 정상회의와 동등한 것을 입법부에서 재현하는 방법에 대해 논의해왔다. 미국 의회, 일본 국회와 한국 국회의 의원들이 모여 3자 관계를 재확인하자는 것이다. 한국 대통령의 임기는 5년, 미국 대통령은 4년이나 8년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입법부 간 관계가 중요한데 우리는 양자는 주기적으로 교류하고 있지만 한미일 3자도 중요하다.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이 심화하고 있다.
▲ 난 정보위원회에도 소속돼 있는데 우리는 러시아와 북한 사이에 이뤄지는 일을 매우 긴밀히 주시하고 있다. 북한은 러시아에 포탄과 탄약 등을 제공하고 있는데 반대급부로 무엇을 받는지 모르겠다. 물론 북한은 미사일 시험 등을 자주 하고 있는데 그들이 어떤 기술을 받는지 그런 것을 주의 깊게 보고 있다.
북한의 오물 풍선은 직접적인 위협은 아니지만 매우 도발적인 행동이다. 이제 한국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이 모든 것은 퇴보하는 행동이다. 한국이 이를 원했던 것은 아니고 모든 대화를 단절한 북한의 도발에 대응할 뿐이다.
의회 차원에서 북한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이 있나.
▲ 이미 많은 제재를 이행하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는 러시아의 비토 때문에 할 수 있는 게 없다. 미국도 한국도 북한과 소통 채널이 없다. 어려운 상황이며 상대방에 대한 오해로 분쟁이 시작될 가능성이 우려된다.
북한의 비핵화가 현실적이지 않기 때문에 군축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 지금 우리는 북한과 대화하고 있지 않지만 6년 전이었다면 난 첫 단계가 한반도 비핵화일 수는 없다고 말했을 것이다. 한반도 비핵화는 마지막 단계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시작부터 핵무기를 포기하겠다고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보고서 핵무기가 억제 수단이라는 점을 인식했을 것이다.
이전 협상에서의 실수는 비핵화를 첫 단계로 한 것이다. 개성공단 운영 재개 등 경제협력이 첫 단계였어야 했다. 어떻게 하면 작은 단계들을 통해 관계를 일부 정상화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가. 하지만 지금 우리는 너무 멀리 왔고 그런 것과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미국 의회는 한국도 일본처럼 남중국해를 공동 순찰하기를 기대하나.
▲ 물론 우리는 공동 순찰을 환영하겠지만 그런 관계가 진전하고 있지 않으냐. 캠프 데이비드(한미일 정상회의) 이후 우리는 핵 억제를 위해 미국 함정이 한국에 가고 순찰하도록 합의했고 그런 게 매우 중요한 첫걸음이다. 난 이번 주 초에 현대중공업 인사를 만났는데 한국은 분명 첨단 선박 건조 역량을 갖고 있다. 앞으로 한국이 일부 제3국의 역량 강화를 돕는 게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필리핀이 해안경비대 함정을 건조하는 것을 돕고 있는데 내가 보기에 그것은 도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중국은 다르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것은 필리핀에 자국의 배타적경제수역(EEZ)을 방어할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다. 우리가 베트남,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가 자국의 EEZ를 지키는 것을 돕기 위해 그들 국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부분이 한국이 참여할 수 있는 다음 단계로 좋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그것을 도발적으로 보겠지만 도발이 아니다. 그저 한 국가의 자국 방어를 도울 뿐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은 해외에서 활동하는 미국 해군 함정에 유지·보수·정비(MRO)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미국 조선소에 투자하는데 관심을 보인다.
▲ 솔직히 미국 해군이 태평양 지역뿐만 아니라 인도양 지역과 대서양 지역을 정말로 방어하려면 우리는 더 많은 역량이 필요하다. 정치적인 부분이 결코 쉽지 않지만 아마 MRO가 첫 시작으로 좋을 것이다. 미국은 일본과는 그런 합의를 했으며 우리가 한국과도 그것을 논의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정치부) (연합뉴스 협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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