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동맹’ 균열…마르코스 대통령에 “게을러 열망 없으면 사임하라” 촉구
‘정치적 동맹’을 맺었던 필리핀 전현직 대통령 가문 관계에 균열이 생기면서 갈등이 확대되고 있다.
29일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로드리고 두테르테 전 대통령의 아들인 세바스티안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은 전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세바스티안은 “마르코스는 게으르고 동정심이 부족하다”며 “이것이 우리가 불행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마르코스는 일에 집중하기보다는 정치와 자기 보호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며 “국가에 대한 애정과 열망이 없다면 사임하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번 정권 들어 범죄가 늘었다고 지적했고, 미군의 필리핀 기지 사용권 확대를 언급하며 무고한 필리핀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주장했다.
전임 대통령인 두테르테는 범죄 척결을 내세우며 ‘마약과의 전쟁’을 벌였고, 중국에 밀착하는 행보를 보였다.
1965∼1986년 장기집권한 독재자인 아버지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이름을 그대로 물려받은 마르코스 현 대통령은 2022년 당선됐다.
당시 두테르테 대통령의 딸 사라 두테르테가 부통령으로 러닝메이트를 이뤘다.
대선 후보로도 거론됐던 사라는 지지율 조사에서 마르코스를 누르고 1위에도 올랐으나, 부통령으로 나서며 마르코스와 손잡았다.
두테르테 가문과의 ‘동맹’은 마르코스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됐다.
두테르테와 마르코스 가문은 각각 남부, 북부 지역에서 강력한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상·하원 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내년 중간선거와 2028년 대선을 앞두고 각자 지지 기반 구축에 노력하면서 ‘원팀’을 이뤘던 두 가문이 충돌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사라 부통령도 지난해 12월 마르코스 대통령이 공산 반군과 평화협상을 재개하기로 결정하자 “악마와의 합의”라고 강하게 비난한 바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의 헌법 개정 추진에 대해 두테르테 지지 세력은 6년 단임제를 수정해 장기 집권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날 수도 마닐라와 두테르테 가문의 근거지인 다바오시에서는 지지자들이 대거 몰린 집회가 열렸다.
두테르테 전 대통령은 집회에서 마르코스 대통령이 1986년 시민혁명으로 축출된 아버지와 같은 운명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