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부문 장려상 수상작 김동환 「지갑」

<약력>
중등 교사 (현재 휴직 중 – 배우자 자카르타 한국국제학교 근무중)

<수상 소감>
고등학교 3학년, 한창 시에 대해 꿈꾸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시인이 돼보겠노라 생각하고 잡은 펜이었던 만큼 남부럽지 않게 시의 결에 흠뻑 젖었었고, 필우들과 치기어린 마음을 들고 시와 싸워보자 했던, 잔인할 만치 순수했던 시절로 아직 제 기억에남아있습니다.

나이 마흔이 된 지금, 그 때의 필우들 중 몇몇은 유명작가가 되어 ‘작품’이란 것을 세상에 내놓고 있지만 20년간 펜을 놓았던 제 손에서 쓰여진 ‘글’은 왠지 그 시절만도 못한 ‘끄적거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어색한 부끄러움이 먼저 다가옵니다.

다만 희망인 것은, 생명의 땅인 인도네시아의 힘을 받아 저의 ‘글’이 약간이나마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되었고, 살아있음에 성장할 수 있을거라는 믿음 또한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다음에는 생명력 넘치는 ‘작품’을 준비해 볼 수 있도록 다시 제 손에 펜을 쥐어 주신 적도문학상 심사위원 외 모든 관계자 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심사평>
감동환의 「지갑」을 장려상으로 올려놓는다. 시적 발상이 너무도 자연스럽고 일상적이다. 「지갑」 또한 늘 가지고 다니는, 내가 나를 증명하는 수단이다. 이 지갑 속에서 인도네시아 역사와 문화를 막힘없이 풀어나가는 매서운 눈썰미가 작품 전반에 스며들어 있다. 더 많은 창작을 통해 훌륭한 시인으로 거듭나기를 당부한다.
심사: 김준규(글), 강인수, 김주명,
지갑

세월이 내려앉은 지갑을 열어본다
슬몃 퍼져나가는 요란스레 짙은 향기.

라자암팟, 10만의 환상.
별들이 내려앉은 미지의 미리내
분홍빛 물결 사이로 요동치는
첫사랑의 청량을 지나고

코모도, 5만의 숨소리.
바람을 타고 해안을 때리는 거친 생명력
두 팔 벌린 도마뱀의 푸른 환호성을 따라
함께 뛰놀던 아들의 부푼 발소리를 추억함에

브로모, 5천의 격정.
그릉 내뿜는 누런 숨결이
서운하다
아직 못다 한 언어의 발현일까
살아있음을 말하던

파리하게 연노란 티파춤의 선에 따라
뜨거울 만큼 차갑게 휘둘러진 춧냑뮤띠아의 칼
천 루피아 끝에 맺힌 절절한 해방 노래를 듣다 보면

어느새
세월이 떠나간 지갑이 내려앉으며
서럽도록 아름다운 향수가 쌓인다
※춧냑뮤띠아 – 인도네시아의 독립운동가. 1,000루피아의 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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