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에 간 한국내 은행들 실적은?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국계 은행들의 2023년 1분기 실적이 신통찮다. 수출에 크게 의존하는 현지 경제의 성장세가 인플레이션 장기화에 따른 수요 부진과 최정점을 찍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주춤해진 영향이다.

한국계 은행들은 현지 은행권의 디지털 전환 추세가 가팔라지는 상황에서 점포와 온라인 채널의 디지털 역량 강화에 집중해 현지 대형 은행과 겨룰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이다.

지난 5월 31일 한국 금융권에 따르면 5개(KB국민·신한·하나·우리·IBK기업) 은행이 자회사로 거느린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668억원에서 올해 440억원으로 줄었다.

국민은행의 현지법인 KB부코핀은행의 1분기 당기순손실이 지난해 89억원에서 올해 336억원으로 커진데다 신한은행의 현지법인 신한인도네시아은행도 지난해 1분기 32억원 순이익에서 올해 1분기 15억원 순손실로 적자 전환한 까닭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 현지법인 실적은 각각 5억원, 21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하나은행 현지법인도 39억 늘었다.

국내 금융사들은 인도네시아 금융시장을 제2의 베트남으로 주목해왔다. 신한베트남은행의 순이익은 지난해 1분기 403억원에서 676억원으로, 베트남우리은행은 같은 기간 152억원에서 172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와 달리 인도네시아에서는 국내 은행의 경영 성과가 미끌어진 셈이다.

국내 은행의 인도네시아 시장 내 역성장 이유로 현지 경제의 성장 부진을 꼽을 수 있다. 지난 10년간 연평균 5.3%씩 성장해온 인도네시아는 올해 1분기 기준 전년 동기 대비 5.03% 성장했다. 이마저도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통화정책에 의존한 결과라는 게 국내외 시장분석기관의 판단이다.

향후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인도네시아중앙은행(IB)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5~5.3% 사이로 내다봤으며,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들도 5%를 밑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경제가 석탄·팜유 등 원자재 수출에 의존하고 있는데 가격이 지난해 하반기 정점을 찍은 후 연초부터 하락세에 들어갔다”며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출 부진이 외국인 투자와 현지 주민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할 수 있어 은행들도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 인구의 평균 연령이 매우 젊고 아직도 5% 수준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제가 부진에 빠졌다고 보기 어렵다”면서도 “작년부터 높은 인플레이션이 이어지고 있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불확실성에 외국인 투자가 다소 둔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국내 은행의 디지털 금융 인프라 투자 확대가 실적 부진의 배경이기도 하다.

인도네시아 은행의 점포는 규모와 기능에 따라 풀뱅킹이 가능한 KC(Kantor Cabang·지점), 대출 등 주요 업무에 제한이 있는 KCP(Kantor Cabang Pembantu·부지점), 현금 거래·수송 업무 중심인 KK(Kantor Kas·현금사무소), 잡화점 한켠에 입점한 PP(Payment Point·공과금 수납처) 등으로 다양하다.

인도네시아 은행들은 국내에서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점이 점포의 일부에 불과하고 디지털 인프라 부족으로 점포 간 고객 정보 공유가 원활하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디지털 전환 기조 확산에 디지털 수단 거래가 늘어남에 따라 이처럼 기능이 제한된 점포를 줄이고 디지털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추세다.

KEB하나인도네시아은행은 2021년 말 기준 지점 15개, 부지점 31개를 두고 있었는데 지난해 말 부지점을 5개 줄였다. 부지점을 지점으로 확대 전환하기보다 네이버 관계사 라인파이낸셜아시아와 합작으로 만든 디지털 금융 플랫폼 ‘라인뱅크’에 힘을 줬다.

KB부코핀은행은 2021년 현금사무소를 폐지하고 대신 디지털 인프라를 투자해 부지점을 173개에서 310개로 대폭 늘렸다. 우리소다라은행 역시 지난해 3급 부지점을 12개에서 5개로 줄이고 그보다 많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2급 부지점을 72개에서 88개로 확대했다.

두 은행은 오프라인 점포의 디지털화를 추진하는 한편, KEB하나인도네시아은행과 라인파이낸셜아시아의 라인뱅크 협업 사례처럼 핀테크 등 현지 회사의 플랫폼에 입점하며 모바일 점포를 확장하는 투트렉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이는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국내 은행에 국한된 흐름이 아니다. 인도네시아금융당국(OJK)에 따르면 국영·지방은행을 포함한 전체 상업은행(106개) 점포수는 지난해 3월 말 2만6025개에서 올해 3월 말 2만4976개로, 민간은행(68개) 점포수는 같은 기간 8524개에서 8126개로 줄었다. 하위 기능 점포는 일부 폐점하고 디지털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 상위 기능 점포로 개선된 결과로 분석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는 현금 거래에 의존해오다 코로나19 유행을 계기로 금융의 디지털 전환이 가파르게 이어지고 있는 국가”라며 “국내은행뿐만 아니라 현지은행들도 점포의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하는 동시에 유력한 플랫폼 기업과 제휴해 모바일 영업력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다. 인도네시아 시장은 워낙 커서 당장의 실적보다 경쟁력 확보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InsightKore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