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코로나 이후 대비 공격적 공항 확장

동남아시아 각국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를 노린 관문 공항의 확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연간 1억명 이상의 여객을 수용할 수 있는 국제공항을 목표로 터미날과 활주로 확대에 나서는 한편 화물운송의 증가에도 대비한다는 분석이다. 일부 국가는 재정부담의 우려가 나오면서 사업이 초기부터 삐걱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최근 태국 수도 방콕 인근의 3개 공항에서 확장공사가 시작됐다고 보도했다.
대상은 스완나품 국제공항을 비롯해 돈무안공항, 우타파오공항 등이다. 태국 정부 관계자는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올해 연말을 목표로 여행객의 증가를 내다보고 확장공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태국공항공사(AOT)가 운영하는 스완나품 국제공항은 태국의 관문에 해당하는 공항으로 이미 다른 공사도 진행중이다. 최근 제 3활주로 공사가 올해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관측되는 가운데, 내년에는 새로운 터미널 건설을 위한 입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 공항은 계획대로 확장공사가 마무리되면 연간 1억2000만명의 여객을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완비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리센룽 싱가포르 총리는 지난 8월 말 “항공산업의 장래는 상당히 밝은 편으로 판단하고 있다”면서 “창이국제공항 제 5터미널 개발의 재가동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중단했던 창이공항의 터미널 확장공사에 다시 나설 것임을 밝힌 것이다. 창이에어포트그룹(CAG)은 2030년대 중반까지 최종 완공을 목표로 확장사업에 나설 예정이다.

특히 다양한 수요에 맞춰 복수의 소형 터미널을 분할해 개발하고, 공항의 가동 규모를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시스템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앞으로 언제라도 다시 확산할 수 있는 대규모 펜더믹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취지이다.

창이공항은 이미 기존 제 2터미널 확장공사를 포함해 여객 수용능력을 코로나19 이전에 비해 65% 수준(1억4000만명)까지 늘렸다는 평가다.

이밖에도 동남아 각국이 앞다퉈 공항 신설 및 확장에 나서고 있다. 미국 피치솔류션에 따르면, 아시아 주요 8개국의 공항 건설 관련 총투자규모는 1642억달러(약 235조원)를 넘어선다는 추산이다. 필리핀이 443억달러(약 63조3000억원)로 가장 규모가 크고, 베트남도 237억달러(약 33조9000억원) 규모를 투자할 계획이다. 베트남의 투자규모만으로도 중국 본토(190억달러)를 넘어서는 수준이다.

이처럼 동남아 국가들이 공항 건설에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데는 관광산업의 활성화와 자국내 경기부양의 효과도 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동남아 각국의 여객 수요 회복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졌지만, 빠르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다.

싱가포르 운수부에 따르면, 창이공항 이용자 수는 올해 8월 말 기준 코로나19 이전의 58% 수준까지 회복했다. 올 연말에는 비행편수가 코로나19 이전의 80%까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하고 있다.

베트남과 같이 중국 제조업의 이전 등으로 무역이 빠르게 늘어나는 경우 화물운송 등의 역할도 기대된다. 관광산업의 비중이 전체 국내총생산의 10%에 가까운 베트남은 빠르게 늘어나는 여객과 화물운송 등으로 공항 혼잡도가 커지고 있다.

베트남 경제도시 호치민시 북부에 있는 탄손누트 국제공항은 9월 중순부터 국내선 체크인 카운트에도 승객들의 대기줄이 길게 늘어섰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올해 6월 베트남 국내선의 20% 가까운 운항편이 지연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 빡빡한 항공스케쥴이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이 공항의 확장 공사가 시작됐다. 약 11조베트남동(약 6650억원)을 투자해 2024년까지 수용능력을 지금보다 80% 이상 늘린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2025년을 목표로 인근 론타인 국제공항의 신설 계획도 진행하고 있다.

한편 동남아 각국의 공항 확장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나치게 수요 예측을 과대평가해 과잉 개발이라는 분석도 있다. 태국과 베트남 남부 도시, 필리핀, 싱가포르 등 주요 국제공항의 향후 수년간 수용능력은 현재 추산으로도 4억6000만명을 넘어서 2019년 외국인 총 여객수(약 8100만명)의 5.7배에 이른다.

이와 관련 9월 중순에 공사 수주기업이 결정된 필리핀 마닐라 국제공항 건설계획은 2028년 개항을 목표로 총공사비 110억달러(약 15조7000억원)가 투입되는 프로젝트지만 여전히 채산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공항 확장 등 대규모 인프라 공사는 건설회사에도 좋은 기회지만 최근 원자재값 폭등과 인건비 상승 등 적지 않은 어려움에 처했다는 평가다. 동남아에서 수주실적이 많은 일본계 한 건설회사 관계자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최근 해외 대형 공항건설은 리스크가 높은 데다 이익률도 낮은 편”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동남아 각국에서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건설업체의 수주 경쟁이 치열하다는 평가이다.

<내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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