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8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0.5%에서 1.25%로 0.75%포인트(P) 깜짝 인상했다.
지난 7월 11년 만에 ‘빅스텝'(0.5%P 인상)으로 기준금리를 처음 인상하며 금리 정상화를 향한 여정을 시작한 이후 이번 달에는 2002년 유로화 도입 이후 사상 첫 ‘자이언트 스텝'(0.75%P 인상)으로 물가 대응 속도를 높였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유로존(유로화사용 19개국)의 지난달 물가상승률이 9%를 넘어서면서 ECB의 결단을 불러왔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25%로, 수신금리와 한계대출금리 역시 각각 0.75%와 1.5%로 0.75%P씩 올리기로 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오늘 실제로 기준금리를 계속해서 올리기로 결정했다”면서 “물가상승률이 중기목표치인 2%로 복귀하기에는 기준금리 수준이 한참 떨어져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유로존 경제는 최악의 시나리오에 따르면 러시아가 유로존에 가스 공급을 완전히 중단할 경우 역성장해 경기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러시아 국영 가스 회사 가스프롬은 이미 지난 2일(현지시간)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 등 유럽으로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가장 중요한 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1가스관을 통한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통보했다.
ECB는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이번 주요한 진전은 현재 크게 완화적인 정책금리 수준을 물가상승률이 중기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때맞춰 복귀하도록 하기 위한 전환의 초기 단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너무 높은 수준에 머물고, 예상보다 긴 기간 목표치인 2%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보이는 데 따른 결정으로, 앞으로도 추가적 금리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9.1% 뛰어 1997년 관련 통계 집계 개시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랑스나 독일 등은 6∼8%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리투아니아 등 발트 3국에서는 20% 넘게 치솟았다.
ECB는 “현재 평가에 기반하면 차기 몇 차례 통화정책회의에 걸쳐 기준금리를 더욱 인상해야 할 것으로 전망한다”면서 “이를 통해 인상 요구를 약화하고 기대 인플레이션의 지속적 상방 위험을 제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ECB는 정기적으로 새로 들어오는 정보와 인플레이션 전망치에 기반해 정책금리 경로를 재평가할 것”이라며 “향후 정책금리 결정은 계속해서 회의 때마다 데이터에 기반해 정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CB는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 급등, 다시 문을 연 일부 부문의 수요압박, 공급망 차질이 물가 상승세를 가속화하고 있다”며 “물가 압박은 경제 전반으로 확산하고 강화돼 물가상승률은 단기적으로 더욱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CB는 그러면서,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8.1%, 내년 5.5%, 2024년 2.3%로 상향 조정했다. 아울러 올해 하반기와 내년 1분기에 걸쳐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경기침체에 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유로존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3.1%로 상향 조정한 반면, 내년 0.9%, 2024년 1.9%로 하향 조정했다.
ECB는 정책금리 인상 이후 기존 자산매입프로그램(APP)을 통해 매입한 만기 채권의 원금을 재투자할 계획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한 팬데믹긴급매입프로그램(PEPP)과 관련해서는 2024년 말까지 만기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지속하기로 했다.
ECB는 만기가 도래한 목표물장기대출프로그램(TLTRO Ⅲ)이 통화정책의 원활한 파급을 저해하지 않도록 유의해 운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ECB의 금리 인상 결정이 발표된 후 상승세를 보이던 독일, 프랑스, 영국 등 유럽 주요국 증시는 하락 반전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유로화 환율은 유로당 1달러를 넘어섰다가 0.9929달러까지 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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