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의류 생산기지 베트남의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연말 쇼핑 대란이 예상된다. 수개월째 현지 공장 가동률이 30% 아래를 밑돌며 수많은 패션업체들이 겨울 제품 수급에 차질을 빚어 겨울 옷 가격이 크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8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올겨울 의류 제품들은 지난해 대비 최소 10% 이상 가격이 오를 전망이다. 코로나19로 해외 생상 공장의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자 국내로 생산기지를 옮기며 생산 단가가 급격히 올랐기 때문이다.
패션 브랜드 A사는 올겨울 니트 제품의 가격을 10~15% 내외로 인상할 예정이다. 지난해 15만원대에 판매됐던 니트 긴팔 제품은 올해 18만원대에 판매된다. 가격을 3만원 이상 올렸지만 마진율은 지난해보다 더 줄었다. 베트남에서 생산하던 제품을 국내서 생산하면서 생긴 일이다.
베트남 호찌민에 위치한 A사 제품 생산 공장의 가동률은 4개월째 30%를 밑돌고 있다. 코로나19로 공장 셧다운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의 대목인 겨울 시즌 제품을 한창 생산해야 할 시기에 가동률이 급격히 떨어지자 A사는 황급히 국내에서 제품 생산을 시작했지만 5배 가까이 차이 나는 인건비가 발목을 잡았다.
A사 관계자는 “사람 손이 꼭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의류제품의 특성상 인건비는 제품 가격의 절대적 요소”라며 “어떻게든 버텨 보려 했지만 가격을 올리지 않고서는 오히려 제품을 팔수록 손해를 보는 구조가 돼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국내 중·소형 패션업체들은 베트남 의존도가 높아 대부분 A사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지만 대안이 없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봉제 기술력 등을 고려했을 때 그나마 베트남을 대안할 수 있는 곳은 미얀마였지만 최근 발생한 군부 쿠데타로 쉽지 않고, 인도는 베트남보다 코로나19 상황이 더 심각하다”며 “물량 수급 차질로 발생한 매출 감소를 제품 가격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국내외 패션업체들은 앞다퉈 생산기지 이전에 나서고 있다. LF는 국내 생산 비중을 늘리고 겨울 시즌 제품들의 생산을 앞당겼다. 삼성물산은 베트남 생산기지 비중을 줄이고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 인접 국가들로 다각화하고 있다. 코오롱FnC 역시 베트남 외 국가들로 생산처를 일부 이전하고 있다.
해외 패션업체들도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다. 나이키는 베트남 공장 폐쇄로 10주 동안 신발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발생하자 중국 등 인접 지역으로 공장을 이전해 신발과 의류 등을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크록스 역시 지난달 베트남 공장들을 인도와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