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SPAC 열기, 아시아 유니콘 사냥 나선다

올해 월가를 휩쓸었던 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 SPAC)를 통한 상장 열기가 내년부터는 아시아로 확산될 전망이다.

로이터 통신은 22일(현지시간) 수십개 스팩들이 막대한 성장 잠재력을 지니고 기업공개(IPO) 준비가 된 아시아의 유니콘 기업들 사냥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SPAC은 비상장기업 인수합병(M&A)을 목적으로 하는 일종의 페이퍼컴퍼니로, 공모로 신주를 발행해 개인투자자 다수에게서 자금을 모은 뒤 기한 내에 비상장 우량기업을 합병해야 한다.

개인투자자들은 SPAC 주식 인수로 피합병사의 인수에 간접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되고, 피합병사는 증시 상장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올해 미국에서 스팩 상장으로 사상 최대인 700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조달되는 등 최근 월가 투자 트렌드의 가장 뜨거운 화제로 스팩 상장이 거론되고 있다.

이 가운데 증자 및 합병 전문 은행가와 법률가, 투자자들은 글로벌 스팩들이 아시아 유니콘 기업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백만장자 리카싱의 아들로 유명한 홍콩 재벌 리처드 리와 온라인 결제 대행업체 페이팔의 창업자이자 벤처캐피털업계 거물로 꼽히는 피터 티엘 팰런티어테크놀로지 회장, 싱가포르 소재 헬스케어 기업인 데이비드 신, 전직 헤지펀드 매니저인 조지 레이먼드 제이지 등이 아시아에서 스팩 물결을 이루고 있다.

노무라증권의 동남아 투자은행 책임자인 사랍 부타니는 “요즘 아시아에서 스팩을 빼면 대화가 되지 않는다”며 “특히 고성장 기술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는 동남아시아가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상당수 스팩들이 동남아 기술, 헬스케어, 핀테크 스타트업들과 합병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동남아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그랩(Grab)과 식품 배달 업체 고젝(Gojek),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업체 부칼라팍(Bukalapak) 등이 대표적으로 스팩의 구애를 받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다.

그랩과 고젝, 부칼라팍 등은 관련 사안에 대해 로이터 통신의 질문에 응답하지 않았으나, 동남아 최대 온라인 여행 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트레블로카(Traveloka)는 곧 상장 계획이 있으며 스팩 합병을 통한 상장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본 소프트뱅크(SBG)도 첫 스팩 상장을 통해 5억25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알렉스 이브라힘 글로벌기업 기업공개 부문 대표는 “IPO 시장은 아시아가 서방보다 훨씬 크고 자본력도 매우 강하지만, 내년 스팩 상장 물결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제이지가 이끄는 스팩이 2억76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리처드 리와 피터 티엘의 브리지타운(Bridgetown Holdings, NASDAQ: BTWNU)은 동남아 기술, 금융서비스, 미디어 부문을 타깃으로 삼고 5억9500만달러를 조달했다. 중국국제신탁투자공사(CITIC)도 2억4000만달러를 조달했다.

노무라증권의 부타니는 “동남아의 대부분 성장 기업들이 스팩을 출구로 인식하며 적극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SPC PTK의 최고경영자(CEO)인 피터 쿼는 “아시아 스타트업들은 대부분 동남아 기술 부문에 집중돼 있으며, 이들 스타트업들은 IPO 경험이 미숙한 경우가 많아 SPAC 상장에 상당한 열의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은행가들은 앞으로 수년 간 새로운 스팩들이 목표물과의 역합병 및 인수에 성공하는 사례가 넘쳐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은행의 홍콩 기업 및 투자은행 팀장인 크리스토퍼 라스코우스키는 “아시아에는 200개의 유니콘 업체가 있다”며 “스팩들의 역합병은 이들 고성장 스타트업들부터 시작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IPO 이후 밸류에이션이 두 배로 뛴 아시아 기업들의 수가 사상 최다를 기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유입으로 시장 유동성이 전례 없는 홍수를 이룬 영향이다.

베인캐피털의 조너선 주는 “아시아에는 IPO를 기다리는 기업들이 매우 많기 때문에 스팩으로 눈을 돌리는 기업들도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