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정부, 통화정책에 개입 하나… 정부 인사 참여 가능성

인도네시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중앙은행이 국채를 직매입한 데 이어, 이번엔 중앙은행법까지 개정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어 논란이 커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에 부담이 커진 정부의 재정을 중앙은행이 뒷받침하고 있는데다 통화정책회의에 정부 인사들이 참여하며 독립성이 크게 훼손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24일 국제금융센터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중앙은행(BI)은 지난 7월 코로나19로 인한 추가 재정조달수요 630억달러(약 71조원) 중 400억달러를 중앙은행이 부담하는 ‘부채공유’ 원칙에 합의했다. 이후 발행시장에서 대규모 국채 직매입을 단행 중으로, 이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3.5%, 하반기 국채발행량의 64%에 달한다. 당시 중앙은행 총재는 코로나19라는 비상상황에서의 일회적 조치라고 밝혔지만, 이후 중앙은행의 재정지원이 2022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발언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설상가상으로 인도네시아 의회는 지난달부터 ▲중앙은행의 역할 확대(환율안정→경제성장 및 고용지원 포괄) ▲통화정책회의에 재무부•경제부 인사 참여 및 투표권 부여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을 검토 중이다. 실질적으로 통화정책 및 금융권에 대한 정부의 지배력이 강화되는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통상적으로 법 개정까지 1~2년의 기간이 소요되지만, 의장의 권한으로 신속한 법개정 명령이 발동될 여지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가 통화정책에 관여하고,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가치는 올해 5.4% 절하돼 아시아 통화 중 가장 약세를 보이고 있다. 외국인의 채권보유 비중은 2010년 이후 최저 수준(27%)으로 줄었다. 올해 들어서만 비중이 10%포인트 이상 축소됐다.

통화정책의 독립성 훼손은 성장 및 재정건전성이 약화된 인도네시아 외국인 투자와 신용등급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통화정책 개입은 아시아 외환위기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정지원을 위한 중앙은행의 발권력 동원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고 자금흐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전망”이라고 전했다. 피델리티 역시 “인도네시아의 정책 시도는 위험한 신호로 보이며 신흥국들의 사례를 볼 때 해당 정책들은 투자자의 신뢰 상실로 연결될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국금센터는 “인도네시아의 통화정책은 신흥국 중 매우 예외적인 상황이지만, 코로나19 지속 시 여타 신흥국도 ‘부채의 화폐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관련 추이와 부작용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부채의 화폐화’는 신흥국에서 특히 금기시되는 정책이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할수록 전통적 통화정책에 한계에 도달하고 정부재정을 지원해야 하는 상황에 봉착해 여타 신흥국도 안심할 수는 없다. 노무라는 아시아 국가 중에는 인도네시아의 후발주자로 인도, 말레이시아가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asiaecono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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