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찌민, 프리미엄 주택 개발 붐.. 3.3㎡당 최고 3,000만원

지난달 25일 베트남 호찌민 남동쪽에 있는 ‘바리어붕따우’ 지역 고속도로변 땅 매입에 1,000여명이 몰려들었다. ‘베트남의 삼성’이라 불리는 ‘빈그룹’이 이 일대에 800만㎡ 규모의 첨단도시 개발 프로젝트를 정부로부터 승인받고 있다는 정보가 유출됐기 때문이다. 특히나 빈그룹이라는 이름값으로 최대 1㎡당 1억 동(약 500만 원)이던 주변 땅값은 1㎡당 5억 동(약 2,500만 원)으로 5배 치솟았다.

베트남 경제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7.02%를 기록했다. 베트남 정부 목표치인 6.6~6.8%를 초과 달성했으며 중국(6.10%)도 넘어섰다. 그만큼 외부에서 투자금도 물밀듯 들어온다. KOTRA에 따르면 베트남은 지난해 약 380억 달러(약 46조 원)의 외국인 투자를 유치했다. 이 가운데 한국은 79억2,000만 달러(9조6,000억 원)를 차지해 베트남에 가장 많이 투자한 국가가 됐다. 이 중 부동산만 10% 이상이 될 만큼 국내에서도 베트남 부동산 투자가 인기다.

베트남 부동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바로 도시 개발을 민간이 주도한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사회주의 공산 국가임에도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같은 강력한 공기업이 부족하다. 국가 소유인 토지를 시행사가 사용료를 지불하며 개발에 나선다.

민간 부동산 업체가 개발을 주도하다 보니 어떤 회사냐에 따라 프로젝트 완성도와 안정성에 차이가 난다. 베트남 현지의 고광수 VNK투자자문 대표는 “베트남 부동산의 뛰어난 성장 가능성에도 시행사 선택은 주의해야 한다”며 “투자자 입장에서는 유명하고 재무 상태가 안정적인 시행사를 골라야 한다”고 설명했다.

‘포스트 차이나’ 베트남의 경제도시 호찌민
남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에서 남쪽에 위치한 호찌민은 베트남 최대 도시이자 경제 중심지다. 중심업무지구(CBD)에는 글로벌 기업의 본사가 있으며 삼성전자의 공장도 진출해 있다. 베트남 전체 1인당 GDP가 2,540달러(약 308만원)다. 호찌민은 3배 가까운 8,000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거주 인구만 1,000만 명이 넘고 유입 인구도 많아 지속해서 주택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구 평균연령이 30세도 안 되기 때문에 경제활동을 위해 도시로 쏟아져 나오는 젊은 층을 위한 아파트가 부족하다.

호찌민은 일종의 ‘구’ 단위를 ‘군(district)’으로 나누는데 CBD는 1군에 해당한다. 서울로 따지면 광화문·종로 일대인 1군과 빈타인군은 지난 2018년께 신규 대형 주거단지 프로젝트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제 강남으로 볼 수 있는 강 건너 2군의 개발을 앞두고 있다. 정부의 마스터플랜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현재 고속도로의 10배인 7,111㎞가 건설될 계획이다. 또한 지하철, 사이공강 교량, 국제공항 등 도시 인프라도 예정돼 있다.

민간 개발사의 고급 주택 프로젝트
민간 시행사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크고 유명한 곳이 바로 ‘빈홈스’다. 빈홈스는 바로 베트남 최대 규모의 빈그룹이 만든 부동산 개발회사다. 빈홈스의 개발 프로젝트 중에서 ‘빈홈 센트럴파크’는 호찌민 도시화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는다. 1군 CBD 인근 약 44만㎡ 땅에 아파트 1만1,000가구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81층짜리 랜드마크 빌딩을 포함해 40층 안팎의 고층아파트가 17개 동에 달한다.

뉴욕 센트럴파크처럼 대형 공원이 갖춰져 있고 강 옆에는 유람선도 정박할 수 있다. 81층 빌딩에는 전망대와 5성급 호텔, 규모가 5만9,000㎡에 이르는 ‘빈콤’ 쇼핑몰이 있다. 내부에는 빈그룹의 교육시설인 ‘빈스쿨’, 병원인 ‘빈멕’ 등도 마련됐다. 이제 호찌민 관광객이면 누구나 찾는 명소가 됐다.

시세를 보면 방 1개짜리 작은 집(전용 50㎡)은 한화로 2억 원가량, 방이 3개(전용 100㎡)면 4억~5억 원 정도다. 기존 일반 아파트보다 30% 비싸다. 다만 도시에 근무하는 젊은 층 수요를 반영해 중소 주택형이 70%를 차지한다. 현재 시세는 분양 당시 투자금과 비교하면 벌써 60~70% 올라 있다. 현재 호찌민에는 ‘빈홈 골든리버’ ‘빈홈 그랜드파크’가 지어졌고 향후 4개 프로젝트가 더 대기 중이다.

빈홈스 외에 ‘노바랜드’와 ‘케펠랜드’도 호찌민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대형 개발사다. 베트남 2위 시행사인 노바랜드는 2군 ‘투티엠’ 지역에 ‘선 에비뉴(the sun avenue)’를 공급했다. 싱가포르 기업인 케펠랜드는 ‘엠파이어시티’ ‘팜시티’ ‘사이공스포츠시티’ 등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거품 논란?’···호찌민 부동산 전망은
공사를 멈추지 않고 발전하는 호찌민에도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최고급 주택과 중저가 주택의 양극화 문제다. 2010년대 후반 개발을 시작한 호찌민 대부분의 대형 프로젝트는 프리미엄 내지는 럭셔리 주거를 표방한다. 따라서 분양가가 비쌀 수밖에 없다. 아울러 현재 1군 개발이 종료되고 2군 지역 공사가 더뎌 중저가 신규 공급이 늦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부 투자는 고급 아파트로만 쏠려 가격이 급등하고 기존 주택은 멈춰선 상태다.

아울러 2군 지역의 개발 지연 불안전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2군은 사업 초기보다 주거용지 비율이 급증하는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 등으로 각종 행정절차가 지지부진하다. ‘베트남 부동산협회(HOREA)’에 따르면 150여 개의 건설 사업이 중단돼 몇몇 개발사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파산 위기에 놓였다. 프로젝트가 늦어지면서 분양가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강변 최고가는 현재 3.3㎡가 3,000만원까지 산정되기도 했다.

또 베트남 특성상 공적개발원조(ODA) 등 외자 유지로 인프라 사업이 진행되기 때문에 2016년 완공 예정이던 지하철 1호선도 올해 하반기에야 시범 운행을 시작한다. 2호선은 2021년 착공 후 2025년 시운행을 목표하고 있다.

고 대표는 “허가 지연이 해결되면 호찌민도 점차 공급이 증가할 것”이라면서도 “다만 과거의 중국 부동산 투자 성공사례와 같이 베트남에서도 고수익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조언했다. 그보다는 “다양한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본 뒤 위험은 피하고 현지 실수요를 파악해 분산 투자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덧붙였다. <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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