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신화’를 썼던 래리 페이지(46)와 세르게이 브린(46)이 회사 경영일선에서 물러난다. 대신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가 모회사인 알파벳 CEO까지 겸하게 되면서 구글이 전문경영인 체제를 강화한다. 이 같은 구글 내부 경영구조 변화는 외부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일이다.
구글이 3일(현지시간) 보도자료를 통해 “피차이가 구글과 알파벳 CEO를 겸하게 되며, 페이지와 브린은 공동창업자이자 대주주, 그리고 알파벳 이사회 멤버 역할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페이지가 맡고 있던 알파벳 CEO 자리는 피차이가 대신하게 되며, 브린이 맡고 있던 알파벳 사장(President) 자리는 없어진다.
페이지와 브린 두 창업자는 이날 발표한 서한을 통해 “그토록 오랫동안 회사의 일상적 경영에 깊이 관여해온 것은 엄청난 특권이었지만 이제는 (아이를 돌보는) 부모 역할을 떠맡을 때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페이지와 브린 두 사람은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이었던 1998년 구글을 창업했으며, 현재 각각 알파벳 지분 5.8%, 5.6%를 쥐고 있다. 이들의 주식은 한 주당 10표의 의결권을 행사하는 차등의결권이 적용돼 실제 이들의 의결권은 알파벳 전체 의결권의 51%가량이다. 이들은 퇴진 이후에도 알파벳 이사회에 계속 남아 회사 의사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
페이지와 브린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구글 문화를 조성하는 데 큰 기여를 해 왔다.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캠퍼스는 하나의 대학처럼 자유롭고 창의적인 연구를 할 수 있도록 조성했다. 페이지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는 작업에 능했고, 브린은 이를 어떻게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다.
두 사람과 함께 11년간 일한 마이클 존스 구글어스 공동창업자는 “브린이 ‘이 문제를 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뭘까’를 고민했다면, 페이지는 ‘이게 정말 우리가 풀어야 할 문제일까’를 고민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2015년 알파벳을 만든 이후 구글 경영에는 손을 거의 대지 않았고, 대신 알파벳 산하에 있는 다양한 사업 투자를 관리하는 역할에 주력해 왔다. 알파벳 산하에는 구글뿐만 아니라 자율주행차 비즈니스를 개발하던 ‘웨이모’, 알파고를 개발하는 인공지능 회사 ‘딥마인드’, 노화 방지 연구를 하는 ‘칼리코’, 스마트시티 스타트업인 ‘사이드워크 랩스’ 등이 있다. 그러나 구글 외에 뛰어난 사업 성적을 보이는 곳은 없다.
반면 2014년부터 구글 CEO를 맡고 있는 피차이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양자컴퓨팅 △새로운 서비스 프로덕트 등을 강조해 왔고 실제로 해당 영역에서 뛰어난 성적을 내고 있다. 이 때문에 구글 내부에서는 피차이의 알파벳 CEO 임명을 매우 자연스러운 것으로 보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반면 피차이는 그동안 알파벳을 통해 다양하게 벌여놓은 프로젝트를 구글 중심으로 통합하는 작업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페이지와 브린 두 창업자는 이날 배포한 서한을 통해 “알파벳이 자리를 잡았고, 구글과 다른 알파벳 산하 회사들이 개별회사로서 효율적인 경영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는 경영구조를 단순화할 자연스러운 때가 됐다”고 밝혔다. 이는 그만큼 창업자 두 사람이 피차이에 대한 신임이 두텁다는 것을 시사한 것이다.
특히 외신들은 피차이가 현재 구글 내외부적으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알파벳 CEO로 등극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구글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에서 기업분할 이야기가 나오고 있으며, 내부적으로는 직원들의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빌 게이츠 역시 2000년 기업분할 압박에 직면했을 때 CEO 자리에서 내려오고 대신 스티브 발머가 올라갔던 사례가 있다.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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