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섬유업계는 수입 섬유제품의 증가로 인해 무역 적자가 확대된 것은 물론 현지 섬유공장이 폐쇄되고 수천 명의 근로자가 일자리를 잃었다며 심각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조코위 대통령은 지난 16일, 인도네시아섬유협회(API)와 인도네시아합성섬유연합회(APSyFI) 회장단과의 면담에서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이 중국, 베트남 등 경쟁 국가들보다 뒤쳐져 있다. 섬유산업은 국내 총 생산의 기여가 5번째로 큰 산업이 되었다. 하지만 2018년 인도네시아 섬유산업 성장률은 1.6% 증가한 반면 중국은 31.8%, 베트남 4.59%, 방글라데시 4.72% 등 경쟁 국가에 비해 극히 낮다”며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의 발전을 위해 제안해달라고 말했다.
이에 인도네시아섬유협회(API)의 아데 수드라잣 우스만(Ade Sudrajat Usman) 회장은 수입 섬유제품의 경우 실, 단섬유 등 원재료의 5%가 수입관세로 부과되지만, 수입원단의 경우는 무관세로 유입이 되고 있어 방적공장과 직물제작 등 중간 가공산업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중간 가공업체 대부분이 원단을 수입하는 것이 실 등을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보다 생산 코스트가 낮기 때문에 수입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24일 자카르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9개 회사가 폐쇄했으며, 2000명의 근로자들이 해고됐다”며 “섬유산업에 적색경보가 울렸다”하고 강조했다.
인니 섬유업계, 세이프가드 발동 요청
인도네시아합성섬유연합회(APSyFI)의 레드마 기따 위라와스따(Redma Gita Wirawasta) 사무총장은 원단 수입이 2008년 30만 톤에서 2018년 90만 톤으로 3배 늘어난 반면, 의류 수출은 동기간에 약 5억5천만 톤으로 정체를 보였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수입 섬유업체들의 덤핑 관행으로 인해 인도네시아 섬유생산업체들의 경쟁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에 API와 APSyFI 등 섬유업계는 국내 섬유업체를 보호하기 위해 무역부 상업거래감시위원회(KPPI)에 업스트림부터 최종 제품까지 포괄적으로 수입 관세를 부과하는 긴급수입제한(세이프가드)를 발동하도록 요청할 계획이다.
API와 APSyFI가 요청한 세이프가드 관세율은 섬유 2.5%, 실 5~6%, 직물 7%, 의류제품 15~18% 수준으로, 업스트림 제품의 관세율을 낮게 설정하는 한편 의류제품 등 가동도가 높은 제품의 관세율은 높게 하자는 것이다.
근무시간, 초과근무수당 등 노동법 개정 요청
API는 또한 직물·섬유제품(TPT)의 수출을 증대시키기 위해 노동법 완화와 에너지 지원 방안 등을 제안했다. API의 Ade회장은 기존의 법규들은 직물·섬유제품(TPT) 관련 회사들의 제품 개발 및 수출 증대 노력을 방해하고 있다며, 섬유 수출 목표인 2010년 146억 달러, 2030년에 482억 달러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기존 법규의 수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한 API의 주요 안건은 노동법 즉, 주 근무시간, 최저 근로자 연령, 초과 근무 수당 및 퇴직금에 관한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일주일에 40시간의 근로 시간을 준수해야 한다. 그러나 섬유분야의 주요 경쟁 국가인 베트남과 중국은 최대 48시간의 근로 시간을 규정하고 있다. API는 국내 섬유업계의 생산성 증대를 위해 근로 시간을 45~48시간으로 확대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또한 API는 노동법에서 근로자의 최소 연령을 18세에서 17세로 낮춰줄 것과 초과 근무 수당에 대한 정액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에너지 비용, 베트남·중국보다 높아…완제품 가격 경쟁력 저하 원인
Ade 회장은 노동법의 개정을 요구함과 동시에 국내 섬유업계에 부과되는 에너지 비용 문제를 언급했다.
인도네시아 섬유업계에 부과되는 에너지 비용은 Kwh당 11센트이다. 경쟁 국가들의 현황을 보면, 베트남과 방글라데시의 경우 Kwh당 6센트이며, 중국은 인도네시아와 같은 Kwh당 11센트이지만 중국 정부가 제공하는 인센티브로 인해 평균 Kwh당 8센트 정도의 비용만 지불하고 있다.
이로 인해 베트남, 방글라데시 및 중국과 같은 경쟁 국가들의 에너지 비용 부담이 낮기 때문에 인도네시아와의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의 경우, 총 비용에 에너지 비용의 비율은 약 15~20%에 달해 인도네시아의 섬유 관련 완제품의 가격 경쟁력은 낮을 수 밖에 없다.
인도네시아 섬유산업의 경쟁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은, 제조 단계에서부터 완제품 판매까지의 리드 타임이 길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원자재의 대부분이 수입되기 때문에 생산 리드 타임이 너무 길다고 언급하며, 국내 섬유생산 리드 타임은 최대 120일이 소요되는 반면, 경쟁 국가들의 생산 리드 타임은 60일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API의 노동위원장은 리드 타임을 60일로 줄이기 위해서는 원재료의 국내 조달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인니-EU CEPA의 빠른 체결 촉구
한편 API는 인도네시아-EU 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CEPA) 체결을 서둘러 달라고 촉구했다. 베트남-EU CEPA가 2020년 1월1일부터 발효되기 때문에 베트남의 섬유제품을 포함한 많은 제품들이 수입관세를 면제받게 된다.
현재 EU국가에 수출되는 섬유제품은 11.2~31%의 수입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베트남-EU CEPA의 발효는 인도네시아 섬유제품 수출에 큰 타격을 입히게 될 것이다.
EU 시장은 인도네시아 섬유제품 수출 대상국 중 미국, 일본 다음으로 세 번째로 큰 지역이다. Ade 회장은 “수출 증가율이 두 자리 수에 이른 베트남에 밀리면 안된다”며, 정부가 최대한 빠른 시일 내로 인도네시아-EU CEPA를 체결해줄 것을 촉구했다.
<경제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