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1998년 외환위기 유산 ‘BLBI 국채’ 28년 만에 전액 상환

수아하실 나자라 인도네시아 재무장관 Foto: (YouTube/Sekretariat Presiden)

– 수아하실 재무장관, 프라보워 대통령에 공식 보고… 218조 3,000억 루피아 완제
– “중앙은행 채무 관계는 종결… 원인 제공 채무자 대상 환수 조치는 불변”

[자카르타=한인포스트]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금융 시스템 붕괴를 막기 위해 조달했던 국가 채무를 약 30년 만에 완전히 청산했다. 당시 단행된 대규모 구제금융 조치인 ‘인도네시아은행 유동성 지원(BLBI)’ 관련 국채 잔액을 전액 상환함으로써, 인도네시아 경제의 오랜 구조적 부담이자 뼈아픈 과거사였던 외환위기 부채의 굴레에서 공식적으로 벗어나게 됐다.

수아하실 나자라 인도네시아 재무장관은 22일(현지시간) 자카르타 메르데카 대통령궁에서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의 국가 채무 상환 완료 결과를 공식 보고했다.

수아하실 장관은 보고 직후 진행된 언론 브리핑에서 “지난달 말, 정부는 중앙은행인 인도네시아은행(BI)에 대한 BLBI 채권 채무 상환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해당 부채는 국가가 1997년과 1998년 미증유의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국가 경제 체계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발행된 것”이라고 밝혔다.

◇ 총 640조 루피아 국채 중 BLBI 218조 3,000억 루피아 최종 매듭

재무부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정부는 1997~1998년 외환위기 당시 파산 위기에 직면한 금융권을 회생시키고 시장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총 640조 루피아 규모에 달하는 국채를 다양한 만기와 조건으로 발행했다. 이번에 완제된 부채는 그중 중앙은행이 부실 금융기관들에 긴급 자금을 지원했던 ‘BLBI’ 프로그램과 직접 연결된 국채 채무로, 원금 규모만 218조 3,000억 루피아(약 18조 7,000억 원 상당)에 달한다.

해당 채무는 중앙은행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인 채무로 계상되어 왔으며, 정부는 매년 국가예산(APBN)을 편성해 정기적으로 원리금을 분할 상환해 왔다. 수아하실 장관은 “최종 상환은 지난 2026년 8월 24일 성공적으로 집행됐다”고 전하며, 외환위기 발발 이후 약 28년 만에 중앙은행 발행 채권의 장부가 완전히 정리됐음을 명시했다. 이번 최종 상환 재원으로는 인도네시아은행의 잉여금에서 발생한 비과세 국가수입(PNBP) 등이 유기적으로 활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수아하실 장관은 이번 완제에 대해 “그동안 유지해 온 국가예산의 건전한 재정 운용 기조와 더불어 재무부와 중앙은행 간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정책 공조가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했던 역사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이로써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 정부 임기 중에 1997~1998년 위기 극복을 위한 국채 발행의 장대한 역사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고 강조했다.

◇ “정부-중앙은행 관계 매듭일 뿐… 부실 유발 차주 추심은 끝까지 지속”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번 채무 완제가 중앙은행과의 대차대조표상 채무 종결을 의미할 뿐, 과거 금융위기를 유발하고 천문학적인 구제금융 자금을 유용한 차주(오블리고르 및 데비토르)들의 법적 책임 면제를 뜻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외환위기 당시 막대한 국고가 투입됐음에도 불구하고, 자금을 수혈받은 상당수 은행 대주주 및 기업 총수들은 자금을 유용하거나 부실을 초래한 뒤 상환을 회피해 인도네시아 사회의 오랜 공분을 사 왔다.

이에 대해 수아하실 장관은 “이번 상환 완료가 BLBI 채무자들의 부채에 대한 국가의 법적 청구권이나 추심 권리가 소멸됨을 의미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력히 선을 그었다.

이어 “정부와 인도네시아은행 간의 채권·채무 관계가 완전히 종결되었을 뿐이며, 과거 정부 지원을 받았거나 공적자금을 통해 자본확충이 이뤄진 은행의 관련 채무자들에 대한 국가의 구상권은 여전히 유효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향후에도 범정부 차원의 자산환수 태스크포스(TF) 등을 통해 은닉 재산 추적 및 자산 압류 등 BLBI 관련 미상환 채무자들을 대상으로 한 강제 환수 조치를 멈추지 않고 지속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지 금융권 및 경제 전문가들은 이번 국채 완제가 인도네시아 국가 재정의 대외 건전성을 한 단계 격상시키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가 재정을 짓눌러온 수십 년 묵은 구조적 부채를 청산함으로써 재정 운용의 숨통을 틔우는 동시에, 프라보워 정부의 중장기 국가 개발 정책 추진에도 긍정적인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Tya Pramadania 법무기자. Kamilia Octaviani 기자. Fajar 편집 기자, AI경영센터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