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벼룩·쥐 매개체 여전히 존재…환경 파괴·기후변화가 위험 키워
인도네시아 국립연구혁신청(BRIN·Badan Riset dan Inovasi Nasional)이 지난 10년 이상 인간 감염 사례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인도네시아 내에서 페스트(흑사병)가 재발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공식 경고하며 국민들의 경각심을 촉구했다.
BRIN 공중보건 및 영양연구센터 소속 리스티얀토(Ristiyanto) 연구원은 지난 월요일 자카르타에서 발표한 공식 성명을 통해, 현재 인도네시아의 페스트 상황이 이른바 ‘침묵기(silent period)’에 놓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침묵기란 질병이 표면적으로는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으나, 실질적으로는 언제든지 재발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이 내재된 상태를 의미하는 역학적 용어다.
리스티얀토 연구원은 “질병이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위협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침묵기’는 겉으로는 조용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언제든 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잠재되어 있는 시기입니다”라고 강조하며, 지속적인 감시와 예방 체계 유지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병원체·매개체, 인도네시아 여러 지역서 여전히 검출
BRIN의 이번 경고가 단순한 우려에 그치지 않는 이유는 페스트를 유발하는 세균인 예르시니아 페스티스(Yersinia pestis)가 인도네시아의 여러 동물 풍토병 지역에서 여전히 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BRIN은 해당 세균이 벼룩과 쥐 등 주요 매개체 및 병원소 동물에서 지속적으로 발견되고 있으며, 이는 전염병의 위협이 완전히 소멸되지 않았음을 방증하는 명백한 징후라고 밝혔다.
페스트는 일반적으로 감염된 쥐의 몸에 기생하는 벼룩에 물렸을 때 인간에게 전파된다. 특히 인간이 쥐나 벼룩과 같은 질병 매개 동물과 접촉하는 빈도가 높아질수록 전염 위험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과거 중세 유럽을 초토화시킨 흑사병으로도 잘 알려진 페스트는 적절한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치명률이 매우 높은 감염병으로, 세계보건기구(WHO) 역시 지속적인 모니터링 대상 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다.
환경 파괴·인구 증가, 재발 위험 높이는 주요 요인
BRIN 연구진은 페스트 재발 위험을 높이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급격한 환경 변화를 꼽았다. 무분별한 산림 벌채, 농지 및 택지 조성을 위한 토지 용도 변경, 그리고 꾸준히 증가하는 인구 압력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자연 생태계의 균형을 심각하게 교란시켰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생태계 교란의 가장 직접적인 결과는 쥐의 서식지와 인간 거주지 사이의 경계가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과 설치류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좁혀질수록 벼룩을 통한 페스트균 전파 경로가 보다 용이하게 형성될 수 있으며, 이는 곧 잠재적 발병 가능성의 증대로 이어진다.
BRIN의 또 다른 연구원은 여기에 기후 변화라는 또 하나의 중요한 변수를 추가했다. 그는 기후 변화로 인한 기온 상승과 강수 패턴의 변화가 페스트의 주요 매개체인 벼룩의 개체 수 증가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벼룩의 번식 주기가 빨라지고 생존율이 높아져 매개체 밀도가 증가하게 되며, 이는 감염 위험을 직접적으로 높이는 결과를 낳는다.
연구원은 “환경 변화, 매개체 및 병원소의 지속적 존재, 그리고 인간과의 접촉 증가라는 세 가지 요소가 결합되어 우리가 반드시 주목해야 할 복합적인 위험 요인을 형성하고 있습니다”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 세 가지 요소 중 어느 하나만으로도 위험하지만, 이것이 동시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감염병 재발의 가능성은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자바섬 일부 지역, 여전히 ‘집중 관리 지역’으로 분류

현재 인도네시아 보건 당국은 자바섬의 일부 지역들을 여전히 페스트 집중 관리 지역 또는 과거 풍토병 지역으로 공식 분류하여 관리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동자바주의 파수루안(Pasuruan), 중자바주의 보욜랄리(Boyolali), 특별자치주 욕야카르타의 슬레만(Sleman), 서자바주의 반둥(Bandung) 등이 해당 지역에 포함된다.
이들 지역은 과거 페스트 발병 이력이 있거나 현재도 동물 풍토병적 특성이 유지되고 있는 곳으로, 비록 최근 수년간 인간 감염 사례는 보고되지 않았으나 잠재적 위험 요소가 여전히 상존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BRIN은 이들 지역에 대한 정기적이고 체계적인 역학 조사와 환경 감시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BRIN, 통합 감시 시스템 강화 및 환경 위생 개선 권고
이번 경고와 함께 BRIN은 페스트 재발 방지를 위한 구체적인 예방 및 대응 조치를 제시했다. 가장 핵심적인 권고 사항은 사람, 동물, 질병 매개체 모두를 포괄하는 통합 감시 시스템의 대폭 강화다. 인간과 동물, 환경을 하나의 연결된 생태계로 바라보는 이른바 ‘원헬스(One Health)’ 접근법에 기반한 이 시스템은 페스트와 같은 인수공통감염병(zoonotic disease)에 특히 효과적인 대응 체계로 평가된다.
또한 BRIN은 환경 위생 개선과 과거 풍토병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감시 강화가 전염병 위험을 줄이는 데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국민 개개인의 일상적인 위생 관리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예방의 첫걸음임을 강조했다. BRIN은 특히 쥐와 벼룩 등 질병 매개 동물과의 불필요한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주거 환경을 청결하게 유지할 것을 국민들에게 거듭 당부했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BRIN의 이번 경고를 단순한 예방적 조치를 넘어, 인도네시아의 감염병 대응 체계 전반을 점검하고 강화해야 할 시점임을 알리는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특히 기후 변화와 도시화가 동시에 가속화되는 현재의 환경 조건 속에서, 과거의 감염병이 언제든 새로운 형태로 재등장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Tya Pramadania 기자/ 편집부, AI비즈니스센터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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