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의 태풍’에 포위된 인도네시아… 기후 재난 위기감 고조에 총력대응

인도네시아 전역, 3개의 열대성 태풍 시스템 영향권… 수문기상학적 재해 우려 심화
BMKG 파이살 청장, 프라보워 대통령에 긴급 보고 “예측 불가능한 기후 패턴 경계해야”
정부, 군·경 및 재난당국과 연계하여 24시간 비상 모니터링 체제 돌입

(자카르타=한인포스트) 기후 변화로 인한 기상 이변이 전 지구적 위협으로 대두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동시에 발생한 3개의 열대성 태풍 시스템에 포위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이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이를 단순한 자연현상이 아닌 국가적 재난 위기 상황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이고 강력한 재난 대비 태세 확립에 나섰다.

15일(월)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테우쿠 파이살 파타니(Teuku Faisal Fathani) 기상기후지질청(BMKG) 청장은 프라보워 수비안토(Prabowo Subianto) 대통령에게 현재 인도네시아 영토를 위협하고 있는 극한 기상 상황에 대해 직접 보고했다.

파이살 청장은 이 자리에서 3개의 태풍 시스템이 동시에 발달하며 인도네시아 전역에 수문기상학적 재해를 유발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경고했다.

◆ 한반도 3면 바다처럼… 인도네시아, 3개의 태풍 시스템에 갇히다

BMKG의 보고에 따르면 현재 인도네시아 기상 상황은 매우 복잡하고 위험한 양상을 띠고 있다. 파이살 청장은 현재 관측된 3개의 기상 시스템을 상세히 설명하며, 이들이 상호작용하며 기상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선 가장 우려되는 것은 **열대성 태풍 ‘바쿵(Bakung)’**이다. 람풍 남서쪽 해상에서 발달한 태풍 바쿵은 현재 인도네시아 영토에서 점차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관측되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당초 1등급이었던 세력이 2등급으로 상향 조정되었으며, 지난 14일에는 순간 풍속이 65노트에 달하며 3등급까지 치솟는 등 기후 변화로 인한 에너지 응집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살 청장은 “태풍 바쿵이 멀어지고 있지만, 거대한 구름대와 바람의 패턴을 뒤흔들어 여전히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과거 수마트라 지역에 큰 피해를 입혔던 태풍 ‘스냐르’가 1등급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2등급으로 격상된 바쿵에 대한 경계 수위를 절대 낮춰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와 더불어 ‘예비 태풍(Typhoon Seed)’으로 불리는 93S와 95S 시스템도 위협적이다. 발리, 누사틍가라, 동부 자바 인근에서 관측된 93S와 파푸아 남쪽에 위치한 95S는 아직 초기 형성 단계지만, 언제든 활동적인 태풍으로 발달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이들은 주변의 저기압 시스템을 강화하여 국지성 호우를 유발하는 ‘기폭제’ 역할을 하고 있어 기상 역학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고 있다.

◆ 기후 위기의 현실화… 복합 재난 대비가 핵심

이번 보고의 핵심은 단순한 기상 예보를 넘어선 ‘기후 위기에 따른 재난 대응’에 맞춰졌다. BMKG는 이 세 시스템의 동시 다발적 활동으로 인해 ▲광범위한 지역의 기록적 폭우 ▲강풍 ▲높은 파도 ▲산사태 및 홍수 등 복합 재난이 발생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특히 남부 수마트라, 자바 전역(서부·중부), 남부 칼리만탄 및 동부 인도네시아 일부 지역이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파이살 청장은 “기후 변화로 인해 해수면 온도가 상승하고 대기 불안정이 심화되면서 태풍의 발생 빈도와 강도가 과거의 데이터를 벗어나고 있다”며 “기존의 대응 매뉴얼을 뛰어넘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에 따라 BMKG는 국가재난방지청(BNPB), 지역재난방지청(BPBD), 국가수색구조청(Basarnas) 등 유관 기관과 핫라인을 구축하고 실시간 정보 공유 체계에 돌입했다. 또한 국민들에게는 동요하지 않으되, 기상 당국의 공식 정보에 귀를 기울이며 침착하게 대응해 줄 것을 당부했다.

◆ 국제 공조 강화 및 대통령의 강력한 지시

인도네시아는 이번 위기를 독자적으로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국제적인 기상 감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파이살 청장은 인도네시아가 세계기상기구(WMO)로부터 ‘열대성 태풍 경보 센터’로 지정된 사실을 상기시키며, 현재 호주, 일본, 인도 등 주변국 기상청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교환하며 태풍의 진로와 강도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고를 청취한 프라보워 대통령은 사안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즉각적인 후속 조치를 지시했다. 프라보워 대통령은 “기후 변화로 인한 재난은 이제 먼 미래의 일이 아닌 당면한 현실”이라며 “모든 부처와 기관은 칸막이를 없애고 유기적으로 협력하여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라”고 명령했다.

특히 대통령은 재난 취약 계층에 대한 선제적 대피 조치와 더불어, 국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여 가짜 뉴스나 불필요한 공포가 확산되지 않도록 소통을 강화할 것을 강조했다.

정부는 12월 중순 이후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기상 이변에 대비해 24시간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하며, 추가적인 태풍 발달 상황을 예의주시할 방침이다. 이번 ‘3각 태풍 포위’ 사태는 기후 변화 시대에 국가 재난 대응 시스템이 얼마나 기민하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Tya Pramadania 법무전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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